제96회 기획보도부문_현대차 내부 고발…“소리나고 구멍나고 …의문의 엔진”_MBC 최훈 기자

최악의 엔진 결함… “리콜은 없다
 
지난 1월 현대기아차의 핸들(전자식 조향장치, MDPS)에 심각한 결함이 있지만, 현대기아차가 이를 숨기고 있다고 보도했다. 주행 중 핸들이 잠겨 사고로 이어지는 심각한 문제였다.
 
그 방송 이후 현대기아차의 엔진에서 이상한 소음이 난다는 제보가 쇄도했다.
동시에 박병일 자동차 명장은 최근에 출시된 현대기아차의 엔진 실린더 벽이 유난히 마모가 심하다며 방송을 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을 해왔다.
 
엔진에서 소음이 나고, 실린더 벽이 마모되는 이유는 모른 채 그렇게 취재는 시작됐다.
그때까지만 해도 이렇게 심각한 일인 줄은 몰랐다.
 
엔진에 구멍이 뚫리고, 시동이 꺼지고, 화재까지 난다
 
취재를 하다 보니 엔진 부품(커넥팅로드)이 부러지면서 엔진에 구멍이 뚫리고, 이 때문에 시동이 꺼져서 차가 멈추거나 화재까지 발생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런 증상을 겪은 운전자가 적지 않았지만, 현대기아차는 결함이라고 인정하지 않았다.
운전자 과실이라고 설명했고, 운전자들은 억울하지만 딱히 방법이 없었다.
엔진 전문 정비공장(보링 업체)들은 이런 증상이 많다는 건 알지만 원인까지는 알지 못 했다.
 
이렇게 방송이 나가도 현대기아차는 결함을 인정하지 않을 게 뻔한 상황.
기자가 할 수 있는 반박이라곤 ‘미국에선 리콜하면서 국내에선 왜 안 하냐?’, ‘이런 증상이 한둘이 아닌데 결함이 아니냐?’는 맥없는 질문뿐이었다.
 
현대차 내부 고발…“세타2엔진 결함, 6년 전 인지했고 지금껏 은폐
 
그러던 중 지난 7월. 현대차 내부 직원이라며 누군가 연락을 해왔다. 현대차에서 품질 관리를 담당했던 현직 부장급 엔지니어라고 했다. 세타2 엔진에 심각한 결함이 있다고 했다. 취재 중이던 바로 그 문제였다. 내부 문서도 있었다. 엔진 결함 원인은 ‘베어링 불량’이라고 적혀 있다. 베어링이 소착(들러붙어)돼서 커넥팅로드가 부러지고 엔진에 구멍이 나고 시동이 꺼지고 화재가 나는 모든 과정이 분석돼 있었다.
 
현대기아차는 이런 결함을 이미 6년 전인 2010년에 처음 인지했다. 미국에서도 이를 숨기다 집단 소송이 제기되고 소비자 불만이 끊이지 않자 뒤늦게 작년에 리콜했다.
그런데 문서에 적힌 불량률은 미국 차량 보다 국내 차량이 높았다.
‘국내 소비자는 호갱’이라는 세간의 비아냥이 현대차 내부 문서로 확인된 것이다.
 
실제 고속도로에서 죽을 뻔 했던 차주에게 ‘이 차만의 고유한 문제로 대응’했다는 내용도 내부 문서에 고스란히 적혀있다. 소비자 과실이지 구조적인 결함이 아니란 뜻이다.
다른 문제도 아닌 자동차의 심장인 엔진 문제인데 현대기아차는 이를 숨기는데 급급했고, 소비자의 안전은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리콜을 할 경우 수조 원에 이를 비용이 부담스러울 뿐인 모양이다.
현대기아차 창립 이래 내부 직원이 내부 문서까지 공개하면서 결함 사실을 고발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만큼 심각한 사안이다. 이런 상황인데도 현대기아차는 지금도 구조적인 결함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방송 이후 현대기아차를 비판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국토교통부가 제작 결함 조사에 착수하자 뒤늦게 세타2 엔진의 보증 기간을 10년 19만km로 연장하겠다고 발표했다. 사고가 나면 수리를 해주겠지만 미리 조치를 취하는 리콜은 않겠다는 것이다.
 
현대차는 내부 고발자를 징계하겠다고 밝혔다. 내부 문서에 대해 법원에 사용금지 가처분 신청도 냈다. 큰 상을 수상했지만 마음은 너무나 무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