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6회 지역보도부문 뉴스상_고교 엉터리 시험 채점으로 ‘성적정정 321건’_TJB대전방송 채효진 기자

고교 엉터리 채점으로 성적 정정 321
 
TJB 대전방송 노동현, 채효진(출품대표자), 윤상훈 기자
 
인생이 걸렸는데” 26명 성적 뒤죽박죽
 
“100년 역사의 명문 사립고에서 ‘대규모 성적 정정’ 사태가 벌어졌다!”
 
대입 수시모집 기간을 앞둔 9월 초 황당한 제보를 받았습니다. 대전의 대표 사립명문 호수돈여고에서 엉터리 시험 채점으로 툭하면 재시험을 치렀다는 겁니다. 학교와 재단에 사실 확인을 요청했지만 완강히 거부당했습니다. “비리 학교로 낙인찍을 셈이냐”며 취재진을 나무라고 쫓아냈습니다. 포기하지 않고 집중 취재에 매달린 끝에 어렵게 교육청 종합감사 보고서를 단독 입수했습니다. 놀랍게도 제보 내용은 모두 사실이었습니다. 2014, 2015학년도 서술형 시험에서 무려 321건의 채점 오류가 발견됐습니다. 채점 자체가 틀린 것은 물론이고 비슷한 답안을 교사 임의로 정답 인정한 경우도 다수였습니다.
 
2년 동안 11건의 재시험이 치러졌습니다. 일부 답안지는 아예 사라져 의문을 더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재시험은 1년에 한두 번도 안 되는 드문 일입니다.) 교육부 지침 상 재시험은 교과협의회와 학업성적관리위원회의 심의가 필요했지만 웬일인지 호수돈여고에서는 모두 생략됐습니다. 최악의 문제는, 허술한 채점으로 성적이 바뀐 학생들이었습니다. 무려 321건의 성적이 정정됐고 26명의 석차 등급이 오르내린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국어, 영어, 수학 등 주요 과목에서 제 실력보다 낮은 등급을 받은 학생은 16명에 달했습니다. 한 등급 차이로 대입 결과가 갈리는 상황에서 학생들의 ‘인생이 바뀔 뻔한’ 일이 벌어진 겁니다.
 
교육청 감사 자료를 입수했지만 채점 오류로 성적 등급이 낮아진 학생들을 찾는 일이 관건이었습니다. 졸업한 학생들은 이미 대전을 떠난 경우가 많았고, 재학생들을 개별적으로 접촉하는 것을 학교 측이 지나치게 경계해 취재에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다행히 구글 검색과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한 취재를 통해 수소문한 결과, 등급이 떨어진 학생을 인터뷰할 수 있었습니다.
 
방송이 나간 뒤 학교 측은 뒤늦게야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교장 등 2명이 경징계, 교사 34명이 경고 처분을 받았고 학교는 기관경고 조치를 당했습니다. 학교의 절반 넘는 교사가 교육청 처분 대상에 오르는 초유의 사태였습니다. 그나마 다행으로, 수시 모집 직전 채점 성적이 모두 복구됐고 학생들은 자기 실력에 맞는 성적으로 대학에 지원할 수 있었습니다.
 
TJB 단독보도 이후 대전시교육청은 중, 고, 특수학교 교감 156명을 대상으로 특별 연수를 실시했습니다. 학업성적관리, 학교생활기록부에 대한 학교 관리자의 역량강화를 위한 자리였습니다. 교육청은 “학업성적 평가 및 관리의 객관성과 공정성 확보를 위해 성적처리 절차를 구체적으로 안내하고 정기고사 관련 민원사례를 제시하라”며 학교의 책무성을 당부했습니다. 또 학교생활기록부에 대한 관심이 집중된 점을 감안해 학생부 2차 점검과 함께 일선 학교들을 철저히 감독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수상한성적 정정끝까지 취재한다
 
학생들 성적이 제자리를 찾았다지만 TJB는 여전히 호수돈여고를 ‘취재 중’입니다. 성적이 바뀐 26명 가운데 10명은 졸업생이기 때문입니다. 제 실력과 다른 성적으로 대학에 입학한 학생들의 피해를 구제할 때까지 취재를 멈출 수 없다는 일념입니다. 더구나 피해 졸업생들은 자신의 성적이 정정된 사실도 모르고 있습니다. 학교에서 제대로 연락하지 않은데다 교육청도 대책 마련에 손을 놓고 있기 때문입니다. 취재진은 피해 졸업생 명단이 파악되는 대로 이들의 뜻을 존중하며 손해배상 소송까지 불사할 각오를 가지고 있습니다.
 
더불어 수사기관에 자문을 구할 예정입니다. 학교에서 고의로 성적 조작한 정황이 정말 없는지를 밝히기 위해섭니다. 교육당국 절차를 무시하고 수차례 재시험을 강행한 점, 교사 주관이 개입된 서술형 답안에서 채점 오류가 잇따랐다는 점 등 석연치 않은 구석이 남아있습니다. 학업관리의 기본 중 기본, 성적과 학생부가 의심받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