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5회 기획보도부문_훈장과권력_뉴스타파 김강민 기자

민주인사 서훈으로 훈장의 영예성 회복해야 

“훈장은 받는 게 아니라 주는 거야.” 올해 초 데이터팀 에디터로 합류한 최문호 선배가 <훈장과 권력> 취재 시작 즈음에 했던 말이다.

뉴스타파 훈장팀은 역대 대통령들이 어떤 사람에게 훈장을 주고 싶어했고, 어떤 사람에게는 주지 않으려 했는지를 취재했다.

 

홀대받은 민주화 운동

 

초대 대통령인 이승만은 재임 12년 동안 24명에게만 건국훈장을 수여했는데, 수훈자 중 22명이 외국인이었다.

독립운동을 전공한 역사학자들도 자세히 모르는 생소한 인물들이 많았다.

이들 대부분은 이승만과 개인적인 인연이 깊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는 사이에 독립운동에 매진했던 국내의 독립운동가들은 홀대받았다.

한국인 중 이승만 정부로부터 건국훈장을 받은 사람은 단 2명. 대통령인 이승만 자신과 부통령 이시영이었다.

이승만은 집권기간 동안에는 김구, 안중근 등 독립운동가들에게 건국훈장을 수여하지 않았다.

독재정권은 정권의 정당성을 포장하기 위해 훈장을 동원했다.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박정희는 ‘5.16 혁명 유공’을 이유로 수 년에 걸쳐 군인과 공무원들에게 훈장을 줬다.

전두환은 12.12 사태 가담자, 5.18 진압군, 국보위 위원 등 정권에 봉사한 사람들에게 빠짐없이 훈장을 나눠줬다.

반면, 독재에 저항했던 민주열사들의 이름은 서훈 명단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

 

훈장의 영예성은 어디에…

 

평범한 공무원들이 사고 없이 33년 이상 근무하면 녹조근정훈장을 받는다.

훈격이 가장 낮은 5등급 훈장이다. 40년 넘게 근무하면 2등급인 황조근정훈장을 받게 된다.

그러나 임기를 1년도 채우지 못한 단명장관들에게는 1등급인 청조근정훈장이 수여됐다.

불과 6개월 가량의 재임기간을 업적으로 청조근정훈장을 받은 이명박 정부의 장관들에게 서훈사유를 물어봤다.

“그건 장관을 한 사람들은 다 받는 것”이라는 식의 건조한 대답이 돌아왔다.

취재팀은 12.12 쿠데타와 5.18 진압에 가담했던 사람들에게도 서훈 사유를 물어봤지만, 단 한 사람도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훈장의 본질은 영예성에 있다고 한다.
받는 사람의 명예를 높이는 것이 훈장의 유일한 기능이다. 받을만한 사람에게 수여되지 않을 때, 훈장의 명예는 떨어진다.
2007년 건국포장을 받은 한 4.19혁명 유공자는 자신이 1960년대에도 건국포장 대상자로 추천됐지만 독재정권에서 주는 상이기 때문에 거절했다고 말했다.
훈장이 영예롭지 않을 때 생기는 일이다.
뉴스타파 보도 이후 국회 국정감사에서는 민주화운동 유공자를 대상으로 하는 ‘민주훈장’을 신설하고, 민주인사들에 대해 서훈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주무부서인 행정자치부 홍윤식 장관은 공적을 검토해 서훈을 추진하겠다고 대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