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4회 지역보도부문 뉴스상_여교사 성폭행 사건 단독·후속 보도_목포MBC 김진선 기자

여교사 성폭행 사건, 충격만큼 후속대처 철저해야
 
단독 보도를 미룬 이유
 
성범죄는 단독에 목마른 사건기자에게도 무겁다. 이번 여교사 성폭행 사건이 발생한 다음날부터 다양한 경로로 사실관계를 확인했음에도 열흘 동안 섣불리 보도하지 못한 이유다.  사건은 주말이었던 지난 5월 21일에서 22일 사이 발생했다. 일요일 오후 취재기자가 우연히 사건을 알게 됐지만, 충격적인 사안이었기 때문에 사실 확인에 신중해야했다. 성범죄 사건에 대한 경찰의 비공개 방침도 취재에 어려움을 줬지만, 무엇보다 쉽게 방송할 수 없었던 이유는 피해 여교사에 대한 2차 피해 우려였다. 어떤 범죄를 보도하든 피해자가 보호되어야함은 틀림없지만 이번 사건의 경우 피해자의 신상이 알려질 위험이 컸다. 고민하던 사이 회사 제보전화로 이 사건과 관련한 두 통의 제보가 들어왔고, 같은 마을 주민 등을 중심으로 소문이 점차 퍼져가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피해자의 남자친구가 쓴 것으로 추정되는 인터넷 글도 함께 퍼지면서 소문은 점점 과장되거나 허위 사실도 덧붙여졌다. 보도를 늦추거나 하지 않는 것이 피해자를 보호하는 것은 아니라는 판단에 결국 사건이 발생한 섬에 현장 취재를 다녀왔고, 6월 2일 로컬 뉴스데스크에서 단독으로 보도했다. 대신 피해자가 최대한 노출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방침이었다. 2차 피해 우려로 지역 이름까지도 특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타 매체들도 따라붙기 시작하면서 결국 지역과 섬은 물론 학교 이름, 교사의 신상과 관련한 정보들도 공개됐다. 그 섬에 학교가 단 두 곳뿐인데다 초등학교는 그나마 한 곳이었다는 점, 또 신안에는 아직 경찰서가 없다는 사실들을 알 수 없었던 일부 매체들은 억측을 더한 보도로 피해자와 마을 사람들에게 또 한 번 상처를 줬다.
 
드러난 문제점, 제도 개선으로
 
‘여교사 성폭행 사건’은 모두가 알게 됐고, 모두가 분노하는 사건이 됐다. 첫 보도를 했던 우리는 사건의 진행 상황을 지켜보는 것과 동시에 사건 형태의 ‘이슈 쫓기’에만 머물지 않기 위해 사건 기자와 교육, 도서지역 출입 기자가 함께 취재를 이어나갔다. 해당 사건 만의 문제는 아니었던 도서 지역 관사 안전문제와 더불어 섬 근무를 기피하는 교사들의 인사 시스템 문제, 경찰서 없는 섬의 치안문제까지 확장하며 지역 언론으로서 사건과 교육 현장 등을 충실히 취재하려 노력했다. 충격이 컸던 만큼 시민들의 분노는 제도 개선으로 이어졌다. 사건 발생 보름이 지나는 동안 쉬쉬하던 지역 교육청은 뒤늦게 대책 회의를 열었고, 전라남도교육청 역시 보도가 나간 다음날(6.3)에서야 교육부에 사건을 보고했다. 도교육청 간부가 ‘일과 후에 있었던 만큼 개인적인 사고라고 생각해 교육부에 보고하지 않았다’라고 발언한 내용도 보도를 통해 알려지면서 도교육감이 공식 사과하기도 했다. 교육당국은 뒤늦게 섬과 농어촌 지역 관사, 여교사 주거실태를 살폈고, 대책을 하나둘 내놓기 시작했다. 여교사를 도서지역에 신규 발령하지 않겠다는 성급한 대책은 취소됐고, 전수 조사의 결과로 지난 6월  ‘도서벽지 근무 안전 종합대책’이 발표됐다. 도서*벽지 관사 안전실태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고, 거주 환경 안전을 강화할 대책을 이끌어낼 수 있었던 것이다. 여성 근무자들에 대한 스마트 워치 보급이나 관사 연계 비상벨 설치, 노후 단독관사의 통합관사 전환, 성폭력 예방교육 확대 등이 포함됐다. 또 경력 교사들이 도서지역 근무를 꺼리면서 사실상 신규 임용 교사들이 섬 근무를 도맡게 되는 인사제도의 문제점 보도 이후 농어촌과 도서지역 교사 배치를 위한 대책마련에 착수했다. 정치권은 신안경찰서 신설 추진을 약속하기도 했다. 제도 개선 논의가 활발해진 점은 그나마 다행이지만 피해자나 당사자 가족들의 상처는 이미 되돌릴 수 없게 되었다. 다만 범죄가 일어난 직후 절차대로 신고해 증거를 남긴 피해 교사의 용기가 헛되지 않도록, 꾸준히 가해자들의 재판 과정을 지켜보는 것은 물론 교육부와 정치권이 내놓은 대책과 약속들이 제대로 지켜지는지 끊임없는 취재와 보도를 이어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