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4회 지역보도부문 뉴스상_수백억 경제효과 전지훈련 실적 조작 파문_KBC 광주방송 정영팔 기자

‘따뜻한 전남 동계전지훈련 각광’, 전남도 동계전지훈련 장소로 ‘후끈’. 이런 비슷한 제목의 기사를 해마다 봐왔다. 전국에서 전지훈련 선수단이 많이 찾아오는 걸 보면, 우리 고장 ‘전남’은 역시 겨울철에도 살기 좋은 곳이구나, 그런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들 기사에서는 ‘선수단 유치’로 반드시 수 십 억 원의 지역 경제 유발 효과가 발생한다는 것이 강조된다. 적극적인 선수단 유치로 지역 경제가 활기를 띤다는 것인데 이들 기사는 행간에 결국 일선 시군과 전남도가, 즉 도지사와 시장*군수가 일을 잘했다는 걸 강조하는 대표적인 ‘단체장을 위한 홍보용’ 기사에 다름 아니다.
 
올해도 전국에서 전남으로 2천4백가 넘는 선수단, 8만9천 여 명이 찾아와, 무려 560 억 원의 지역 경제 파급 효과를 올렸다는 기사가 났다. 놀랍지 않은가. 이 어려운 시기에 수 백 억원이라니. 지역민들은 이들 선수단에게 쌍수를 들어 환영하고 감사해야 할 일이다. 전남도와 시군 단체장들의 놀라운 치적과 노고에도 격려와 치하를 보내야 하지 않겠는가.
 
기자 입장에서 도대체 어느 지역에서 어떤 팀들이 주로 왔다가는 것일까, 궁금증이 일었다. 전국에서 경남과 제주 그리고 전남이 4 천억 원 대의 국내 전지훈련 시장 규모를 놓고 치열하게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데, 그들은 왜 우리 고장 전남을 찾는지 역시 궁금해졌다. 잘 알아야 제대로 환영하고 고마워할 수 있지 않을까해서다. 이런 궁금증을 갖고 몇 개 팀을 골라 감독에게 전화를 걸어 물어 보면서 취재가 시작되었다.
 
5개 팀 정도를 물어 보다가 이상한 아니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들 팀이 전남에 동계 훈련을 다녀간 적이 없다고 답했기 때문이다. ‘설마’하는 마음이었지만 본격적으로 확인 해 보기로 했다. 현실적으로 2천4 백 여 개 팀 전체를 다 확인하기는 어려웠다. 전년도 3위에서 올해 1위로 유치실적이 뛰어 오른 순천시를 확인 작업으로 대상으로 삼았다. 순천시로 왔다는 선수단 및 팀의 절 반 가량인 70개 팀을 대상으로 일일이 전화를 걸어 확인 작업을 벌였다. 선수단 관계자들의 연락처를 하나하나 찾아 어렵게 연락을 하는 방식이었다. 관계자들은 몇 달 전 일이라 훈련기간과 인원을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70개 팀을 1주일 넘게 일일이 확인한 결과 무려 69개 팀이 실적이 부풀려지거나 조작이 된 것으로 드러났다. 70개 팀 중 40개 팀(57%)은 아예 훈련을 오지 않았다. 27개 팀은 인원과 기간을 늘리는 식으로 실적을 부풀렸다. 심지어 존재하지 않거나 이미 없어진 팀까지 버젓이 훈련을 왔다 간 것으로 실적에 포함이 되어 있었다. 결국 순천시는 실적 부풀리기와 조작을 통해서 22개 전남 시군 가운데 지난해 3위에서 올해 1위로 올라 간 것이었다. 2위와 3위를 차지한 여수시와 해남군도 비슷한 비율로 유치실적을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지자체는 정당한 노력이 아니라 실적 조작 경쟁을 통해서 상위 1,2,3위에 자리에 오른 것이었다.
 
이렇게 부풀리기와 조작을 통한 일부 지자체의 실적을 바탕으로 해마다 수 십 억 원, 나아가 수 백 억 원의 지역 경제 유발 효과라는 홍보용 기사가 생산된 것이었다. 그 기사를 보고 우리 지역 단체장들이 정말 일을 열심히 하고 있다고 여겼고, 우리 고장이 살기 좋은 곳이라서 저리도 많은 선수단과 팀이 찾아오는구나 생각했던 셈이다. 선수단과 팀에 대해 ‘제대로 알고나’ 감사하고, 또한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선수단 유치에 사활을 거는 단체장을 격려하고 치하해야겠다는 ‘궁금증’을 갖지 않았다면, 앞으로도 계속 ‘부풀리고 조작된’ 통계와 실적에 바탕을 둔 기사에 감탄하고 박수를 보내야 했을 것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아찔하다.
이번 보도를 통해 지자체나 어떤 단체와 기관이 주는 홍보용 보도 자료를 기자가 확인 절차 없이 그대로 베껴 쓰기만 할 경우 ‘거짓’ 사실에 속을 수 있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었다. 지자체들도 앞으로는 단체장의 치적을 홍보하기 위해 아무렇지도 않게 실적을 부풀리고 조작하는 ‘못된 짓’은 언젠가는 백일하에 드러날 수 있다는 교훈을 얻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오늘도 나에게 전달되는 각종 보도 자료를 습관적으로 그대로 베껴 쓰면서 거짓 사실에 휘둘리는 것은 아닌지 정신 바짝 차려야겠다.
 
끝으로 이번 수상이 kbc광주방송 <탐사보도팀>의 존재를 전국에 알리는 계기가 되기를 소망한다. 아울러 작은 궁금증에서 시작된 작은 노고를 알아봐주시고 상을 주신 ‘눈밝은’ 심사 위원님들께 감사드린다. 수상의 영광은 함께 취재하고 보도를 했으나 지금은 개인 사정으로 기자직을 내려놓은 후배에게 돌린다.

-kbc광주방송 <탐사보도팀장> 정영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