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4회 지역보도부문 기획보도상_특집 다큐 [검은삼겹살]_전주MBC 유룡 기자

가장 나쁜 고기를 가장 비싸게 먹는 불행한 나라, 대한민국.
 
전주MBC 유룡 기자
 
지구촌이 그저 버리던 복부 지방, 돼지 삼겹살의 1/4을 싹쓸이해 온 국민의 먹거리로 제공한 한국 돼지고기 유통 실태와 비뚤어진 식문화를 고발한다.”
 
한국인이 최고로 여기는 고기, 삼겹살이 유럽에서는 화장품이나 왁스를 만드는 공업용 기름의 원료 또는 동물 사료로 쓰인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쓰레기처럼 버려진 뱃살이 최고의 회식 메뉴로 돌변했다는 사실 또한 얼마나 많이 알고 있을까? 가장 값싼 기름덩어리가 그러나 최고가에 팔리는 나라, 건강을 위해 기피하는 부위를 최고의 안주로 알고 있는 나라, 대장암 세계 1위, 뇌혈관 질환 또한 가장 빠르게 증가하는 어리석은 세상을 그저 방관하고 있을 것인가? 2012년 첫 방송된 <육식의 반란>은 2016년 여름 <검은 삼겹살>로 또 다시 반란을 시작했다.
“<검은 삼겹살>은 방송대상을 2년 연속 수상한 <육식의 반란>4번째 이야기이다. 돈벌이에만 급급했던 돼지고기 유통업자들의 농간과 눈앞의 이익에만 급급한 양돈업자의 담합 그리고 지방과 단백질의 구분하지 못하고 삼겹살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였던 소비자의 무지를 조명한다.”
 
삼겹살 열풍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1990년대 가난 때문에 돼지를 일본에 수출하던 시절, 일본이 가져가지 않는 뱃살을 시중에 저가에 내놓은 것이 그 시작이다. 일찍이 유럽에서 돈가스를 전수받은 일본은 한국에서 등심과 안심, 뒷다리만 수입했고 국내에 남겨진 돼지 뱃살은 연탄구이라는 이름으로 서민들의 차지가 됐다. 돼지고기 업계가 33데이 마케팅을 개시하고 ‘삼겹살에 소주 한잔’이라는 캠페인을 벌였던 것도 바로 이런 이유가 숨어있었다. 이런 불행한 음식문화는 그러나 프랜차이즈의 성장으로 한국의 회식 문화를 장악했고 이제는 지구촌 돼지 뱃살의 1/4을 웃돈을 주고 구해오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으로 치닫는다. 농촌 역시 비만 돼지를 양산하는데 혈안이 되고 국민건강에 빨간불이 켜졌다.
 
서민 음식이던 삼겹살은 금겹살로 돌변하고 돼지고기 업계는 막대한 이익을 본다. 하지만 대량생산으로 오염된 농촌에는 구제역이 창궐하고 일본 수출이 중단되면서 한 때 재미를 보았던 양돈업자도 적체된 저지방육으로 파국의 기로에 선다.”
 
‘검은 삼겹살’은 이제 국민 건강 뿐 아니라 국가 경제, 농촌의 생존까지도 위협한다. 온 국민이 삼겹살 구이만 찾고 저지방육을 외면하면서 돈육업체 냉동창고마다 유통기한 2년이 지나면 자동 폐기되는 저지방 뒷다리와 등심, 안심이 가득하다. 안 팔리는 저지방육 가격은 고스란히 삼겹살에 전가되어 몸에 해로운 삼겹살이 세계 최고인 100g에 3,000원을 찍는다. 농촌은 삼겹살을 팔기 위해 쓸데없이 많은 돼지를 키우는 낭비적인 일을 반복하고 환경은 더 오염된다. 우리는 과연 이 중독의 사슬을 끊을 수 있을까?
 
음식은 삶의 근본이자 문화의 척도이다. 돼지기름 도가니에 빠져버린 한국 국민을 서둘러 바로 세워야 한다. 국민 건강과 국가 경제 모두가 달린 시급한 일이다.”
 
스페인은 하몬과 같은 육가공 기술로 낭비 없는 통소비를 실천한다. 돼지잡기 축제로 농촌은 관광지로 되살아났다. 헝가리 역시 통소비로 한국의 1/4인 300만두만 키워도 국민 모두가 행복하다. 친환경 다품종 소량생산이 가능해지고 망갈리차와 같은 토종이 들판에서 풀을 뜯는다. 엄격한 분뇨 규제로 400만두만 키우는 칠레는 청정 이미지와 소비자가 원하는 건강육 생산으로 수출 대국의 반열에 올랐다. 한국은 그러나 해마다 반복되는 가축 질병에 살처분만 반복하고 있다. 과연 무엇이 지속가능한 미래일까?
 
건강한 농촌에는 사람과 돈이 돌아온다. 생산자도 좋고 소비자도 좋은 소비의 혁명, 고기 혁명은 불가능한 것인가? 우리는 <검은 삼겹살>의 그늘에서 서둘러 빠져나와야 한다. 결코 늦출 수 없는 시급한 과제이다.”
 
<검은 삼겹살>은 2부작 다큐멘터리이다. 제1편 ‘금겹살의 비밀’은 우리가 모르던 삼겹살의 숨겨진 진실을 조명하고 지방과 단백질을 구분하지 못하는 어리석은 음식문화에 경종을 울렸다. 제2편 ‘고기혁명’은 농촌도 살고 소비자도 행복한 바람직한 고기 문화의 미래지향점을 아름다운 영상과 함께 제시했다. 특히 2편 고기혁명은 직전에 방송된 드라마와 동일한 시청률을 기록할 정도로 다큐멘터리로서는 이례적인 관심을 받았다.
그저 고기를 디스하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대안을 제시한 점이 인상적이라는 시청자 게시판의 평가가 기억에 남는다. 한편의 다큐를 마치고 나면 언제나 머리가 멍하지만 이런 시청자의 격려와 갈망에 또다시 힘을 얻는다. 진실에 목마른 시청자와 다음에는 어떤 이야기를 나눠야할까? 마음이 벌써부터 바쁘다. 기자는 그렇게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