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4회 지역보도부문 기획보도상_시사현장 ‘맥’ _KBS광주 임병수 기자

<살아있는 전기 22900V,,, 그 불편한 진실>
KBS광주 시사현장 ‘맥’ -임병수기자
 
1.직접활선공법
우연찮은 기회에 조선대병원 직업환경의학과 이철갑교수팀이 ‘전기원 혈액검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전기원은 전신주에 오르거나 크레인에 달린 버킷이라 불리는 작은 바구니에 타고 낡은 전선을 교체하는 사람들이다.
“왜 이 프로젝트가 필요할까?”
 
전기원 혈액검사가 있던 날 . 어둠이 내려앉은 노조 사무실에 일을 마친 전기원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거기서 손가락이 잘리고 발바닥에 구멍이 뚫린, 또 의수와 의족을 한 전기원들을 만났다. 한 두 명이 아니었다. 모두 감전사고로 인한 흔적이라고 했다. 멍했다. 전기원 혈액검사는 단순히 손발이 잘리는 피해를 넘어 전기가 당뇨와 암 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를 파악하기 위한 기초조사였다.
 
전기원들은 이 모든 상황의 원인은 하나, 22900볼트 살아있는 전기를 직접 손으로 만지는
‘직접활선공법’이라는 작업방식 때문이라고 했다. 취재는 이렇게 시작됐다.
 
2.민원과 돈
취재진의 관심은 왜 전기원들의 목숨을 담보로 하는 이 위험천만한 작업방식이 25년 동안이나 이어졌는 지에 모아졌다. 거창한 무언가가 있으리라 예상했지만 정작 취재진이 내린 결론은 정전으로 인한 ‘민원’과 ‘돈’이었다. 한전은 소비자 만족을 위한 ‘정전 없는 고품질 전력공급’을 기치로 내걸면서도 공사비 절감을 통한 ‘경영 효율화’라는 모순에 빠져있었다.
또 전기원들이 속한 협력업체에는 인건비 절감을 통해 조금 더 많은 이익을 내려는 탐욕이 뿌리깊게 자리잡고 있었다. 이 두 줄기를 프로그램을 통해 생생하게 보여주고 싶었다.
3.By-pass cable 공법
또 하나 취재진이 주목한 것은 과연 정전 없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현실적인 작업방식은 없는 걸일까? 였다. 대안은 있었다. 전문가들과 협력업체. 전기원들의 의견을 종합해 찾은 결론은 By-pass cable공법이었다. 직접활선공법과 같이 정전 없이 작업할 수 있지만 시간과 돈이 더 많이 든다는 단점이 있었다. 하지만 시간과 30%가량 더 드는 돈 때문에 전기원들을 사지로 내모는 현실은 분명 잘못됐다. 이런 이유로 By-pass cable 공법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확대 필요성을 집중 제기하는데 공을 들였다.
4.“직접활선공법 폐지”
보도 사흘 후인 6월 10일 아침, 취재과정에서 접촉했던 한전관계자로부터 연락이 왔다. 방송에서 지적했던 사안들에 대해 한전 내부에서 공감이 이뤄졌고 이에 대한 대책을 ‘보도자료’를 통해 공식 발표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자료는 그날 오전 배포됐다.
 

  1. 지난 25년간 운영해온 직접 활선 작업을 원칙적으로 폐지한다
  2. 직접 전선을 만지지 않고 작업할 수 있는 smart stick,미래형 활선로봇공법을 개발한다
  3. 5년간 약 2천억 원을 투자해 안전기술을 개발하고 시스템을 보완한다.
  4. 전선에 직접 접촉하지 않는 By-pass cable 공법을 최대한 활용한다.
  5. 개인 보호장구도 한국인의 체형에 맞게 개발 보급한다.

 
5.한전의 고민
사실 한국전력에게도 전기원들을 위험으로 내모는 ‘직접활선공법’ 이라는 작업방식이 큰 부담이자 아킬레스건이었다. 어렵게 이뤄진 인터뷰에서도 그런 고민의 흔적이 느껴졌다. 보도 후 신속하게 발표된 개선 대책도 사실 그동안의 한전 내부의 이런 고민과 치열한 논의가 있어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6.그 이후
한전 발표 이후 취재의 계기를 됐던 조선대병원 이철갑 교수와 여러 전기원들로부터 “수고했다” “고맙다”는 전화를 많이 받았다.
지난 25년간의 희생이 큰 만큼 ‘안전사고 없는 전선교체 작업’이라는 대원칙이 좀 더 꼼꼼하게 다듬어져 전기원들이 맘 편히 전신주와 크레인 버킷에 올랐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