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3회 지역보도부문 뉴스상_‘부적절한 어도 시공.. 세금만 낭비’ 연속보도_G1 강원민방 박성은 기자

물길 막힌 보 사이 ‘생명의 통로’에 대한 고찰
“아이스하버 방식 어도만 할 수밖에 없지요. 돈 줄이 중앙정부인데..”
한 국립대학교 어류 전문 연구교수가 지난해 10월 한 말이다. “그럼, 어도가 방식이란 게 따로 있단 말입니까?” 라고 해당 교수에게 다시 물었다. 취재기자의 무지가 그대로 드러나는 순간이다. 공부를 약간 해보니 다양한 종류의 어도 공법이 있었다. 버티컬슬롯, 계단식, 생태형 등. 그런데, 최근 어도 시공사례에 대한 자료를 강원도와 한국농어촌공사, 해양수산부 등을 통해 받아 보니, 하나의 어도가 일률적으로 시공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지난 2012년 해양수산부의 어도 개·보수 사업 시작 이후, 2015까지 강원도에 설치된 어도 17개 가운데 13개가 모두 ‘아이스하버’ 형식으로 만들어졌고, 올해 시공될 예정인 어도 역시 8개 모두 100% 아이스하버 방식 어도였다. 자료를 받아본 후 이야기를 해 준 교수에게 다시 물었다. “말씀대로 특정 공법의 어도가 집중 시공되고 있는 것은 맞는 것 같은데, 이게 어떤 문제가 있습니까?”라고. 교수는 생태 어류학자 입장에서 당연히 물은 구조물에 의해 장애를 받지 않고 자연 상태로 흘러야 하고, 굳이 인간의 이익을 위해 막아야 한다면 어류의 이동을 위해 ‘최대한 자연 상태에 가깝고, 하천별 특성에 맞는’ 어도가 필요하다는 설명했다. 이 말을 들은 직후 바로 발길을 동해안으로 돌렸다. 그 시기가 작년 11월 16일이었다.
도착하고 나니, 난감한 상황이 바로 펼쳐졌다. 연어 회유처로 유명한 양양군 남대천의 한 보를 찾았는데, 정말 다 아이스하버 어도로 시공돼 있었다. 문제는 바로 방송기자의 태생적 고민인 ‘그림’ 이었다. 조금 늦었다고는 생각했지만, 연어 회유시기가 모두 끝나 연어 사체만 즐비했고, 그나마 남은 연어도 회유를 하지 못한 채 하류에 그대로 산란한 뒤 콩팥(보통 연어, 황어, 은어 등 회유성 어류는 산란 뒤 콩팥이 망가지고, 이 때문에 온몸에 병이 들어 죽는다) 이 망가진 몇 마리만 남은 상황. 조금 있으면 본격적인 겨울철에 접어들어 하천이 얼어붙기 때문에 취재를 내년, 즉 올 봄 황어 회유철에 맞추기로 하고, 제보자인 교수와 취재진들에게 보안을 당부한 뒤 기다려야 했다. 자료를 모으며 5개월여를 기다린 뒤 다시 만난 교수는 또 다른 문제를 제기한다. “동해안 하천 하구에 모래톱이 높게 쌓여 황어가 막힌 모래톱을 넘지 못해 회유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경우가 가끔 있는데, 매우 난감하다”라면서. 초조해 지기 시작했다. 이후 5일 동안 동해안 각 하천을 샅샅이 뒤져 겨우 한 곳을 찾아냈다. 게다가, 해당 보는 버티컬슬롯, 생태형, 아이스하버식 어도를 한꺼번에 갖춘 곳이어서 가장 공평한 상황으로 비교할 수 있었다. 교수에게 바로 각 어도별 이용 현황을 확인할 수 있는 실험을 함께 해보자고 제안했다. 그런데, 여기서 두 번째 난관에 부딪혔다. 황어의 아이스하버 어도 이용률이 다른 어도에 비해 극히 낮을 것이라는 연구팀과 취재진의 가설을 뒤집은 결과가 나온 것이었다. 세 시간 마다 설치된 트랩을 확인한 결과, 버티컬슬롯식 어도와 생태형 어도를 통과한 황어 수가 아이스하버 어도를 이용한 황어 수의 10%도 되지 않는 것이었다. 문제는 유량이었다. 말 그대로 ‘공평한 상황’이 아니었단 것이다. 나무판으로 다른 어도의 물길을 막고 아이스하버 어도로 물을 몰아 유량이 갖춰져 어류가 이용한 것이다. 바로 나무판을 제거해 유량을 비슷하게 맞춰 놓으니 황어의 어도 이용률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24시간 진행된 실험의 마지막 3시간은 생태형 어도를 이용한 황어가 아이스하버 어도를 이용한 개체 보다 2배 이상 많았다. 사실, 가장 최근에 설치된 아이스하버 어도는 다른 어도 보다 길이가 50m 이상 길어 낙차가 적고, 유속이 느려 기존 설치된 어도 보다 훨씬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편한 곳으로 오르려는 황어의 본능이 선택한 어도는 아이스하버가 아니었다. 과학적 검증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서, 이 아이스하버 어도가 왜 정부가 장려하는 어도가 됐는지 궁금했다. 아이스하버 어도의 유래부터 도입과정까지 살펴봤는데, 의문들이 쏟아져 나왔다. 아이스하버 어도는 미국 서부 워싱턴주 스네이크강 유역에 있는 댐 이름에서 기원된 것인데, 이곳은 알레스카를 제외한 미국 본토에서 연어가 가장 많이 회유하는 곳 중 하나다. 언제 처음 시공됐는지, 왜 이 어도가 적당한 지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었다. 심지어 한국 하천에 맞는 어도를 개발하라는 환경부의 연구과제 보고서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아이스하버 댐을 시공한 미 육군 공병대 과거 내부 자료를 샅샅이 뒤져 어도가 1962년 처음 시공됐고, 연어 회유를 위한 것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어, 연구과제의 허술함, 연구과제에 참여한 업체가 아이스하버를 아주 간단히 변형해 그간 수십 건의 수의계약으로 이득을 챙겨왔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오히려 취재진 보다 전문지식이 없었던 환경부나 해수부, 농어촌공사는 제대로 된 반박 조차 하지 못하고, ‘예산 집행을 할 뿐이다’, ‘자세한 것은 다른 부서가 안다’ 등의 발뺌 일색이었다. 결국 튼튼한 논거에 기반한 보도에 해수부와 강원도, 농어촌공사 측은 ‘미진한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며 180억 원을 들여 전면적인 재검토에 나서고 있다.
취재진은 이 내용을 처음 제보한 교수와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 취재 과정에서 일부 교수의 주장이 잘못된 점도 발견됐지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물은 흘러야 하고, 인간의 이익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인공 구조물을 만들어 하천을 막을 것이라면, 가장 자연 상태에 가까운 흉내라도 내야 한다’라는 것이다. 요즘 미국과 유럽 선진국에서는 댐 허물기가 한창이다. 효용도 떨어지고, 생태계를 교란시키기 때문이다. 아이스하버 어도의 유래인 미국 스네이크 강의 아이스하버 댐도 철거 대상이다. 결국 없어지는 것이 맞는데, 하천의 유량 차가 큰 우리나라에서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 그렇다면 인간이 아닌, 물고기를 위한 길이 어도인 만큼, 경관이 아닌, 물고기 이동 효율에 착안한 연구와 시공이 진행돼야 한다. 그것이 건강한 생태 환경을 후손이 만끽하게 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대안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