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3회 기획보도부문_시사기획 창 – 정치개혁 2부작_KBS 최광호 기자

< ‘국회의원의 자격’을 묻다 >
– KBS 탐사제작부 최광호 기자
언론은 2016년의 한국 사회에서 무엇을 꼭 이야기해야 할까? 지난해 말, KBS 탐사보도팀은 워크숍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이런 고민들을 나눴다. 2016년 4월 진행되는 총선은 외면할 수 없었다. 언론들은 늘 총선에는 주목해 왔다. 하지만 그 대상은 주로 선거전 자체와 총선 이후의 정치지형 변화 등이었다. 우리는 국회의원의 본질에 조금 더 가까이 접근하길 원했다. 국민의 대표라고 불리는 국회의원들. 그들은 어떤 일을 해야 하는 사람들인가, 그들은 그 일들을 제대로 해 왔는가.
탐사보도팀은 먼저 전문 리서쳐들과 함께 국회의원들이 사용했던 정치자금에 대한 전수조사를 진행했다. 임기를 곧 마칠 19대 의원들에 대한 정치자금 사용행태를 분석하면, 20대 국회에 대한 제언은 자연스레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19대 국회의원 292명이 쓴 정치자금 1,448억 원들에 대한 데에터베이스화 작업을 진행했다. 자금들의 사용 내용들을 카테고리화 하고, 이를 일일이 엑셀 파일로 입력하는 방식으로 정리해 나갔다. 5만 3천여 페이지, 52만 4천여 건에 이르는 집행내역이 분석 대상이 됐다. 그리고 입력한 내용들 가운데 사용내역이 의심스럽거나 정치자금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사적사용, 부당한 집행내역들을 걸러내기 시작했다.
이런 검증작업은 선거관리위원회의 몫이었지만, 선관의의 검증 작업이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지는 의심스러웠다. 의원실에서 넘겨받는 정치자금 사용내역 조차 선관위는 파일이 아닌 서류 형태로 넘겨받고 있었다. 데이터베이스화해 관리하기 원천적으로 어려운 방식이고, 그러다 보니 구체적인 사용내역 분류 작업이나 분석 등을 선거관리위원회가 독단덕으로 진행하기는 쉽지 않아 보였다.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인터넷을 통한 상시 공개로 정치자금의 투명성을 높여가고 있는 영국의 사례를 소개한 것은 의미가 있는 대안이 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걸게 했다.
국회의원들이 사용한 정치자금 외에 탐사보도팀이 주목한 것은 그들의 공약 이행 여부였다. 우리나라에는 국회의원들의 공약 이행 여부를 확인하는 전문 기관은 없었다.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라는 시민단체가 연말마다, 혹은 임기 말기에 각 국회의원실에 연락해 별도로 공약 이행여부를 제출받아 검사하기는 하지만 한계가 있었다. 의원실에서 응답해야 할 강제성이 없는 데다 매니페스토 실천본부 자체의 분석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의원실에서 거짓 대답을 한다고 해도 걸러내기가 쉽지 않았다. 이에 탐사보도팀은 19대 지역구 의원들의 공약 8천 4백여 건 전수를 하나하나 들여다보고, 이에 대한 검증을 진행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그 결과, 의원들이 자체적으로 평가한 공약 이행률은 51%였지만 곳곳에서 사실과 다르거나, 공약 자체가 처음부터 실현 불가능한 약속이었다는 것을 검증할 수 있었다.
의미있는 결과들을 얻어낼 수 있었던 건, 탐사보도팀에서 함께 땀을 흘려주었던 리서쳐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한없이 단순하고 지루한 작업을 수주일째 지속하면서도 싫은 티 한번 내지 않고, 때로는 기자들보다 더 치열하게 문제를 찾아내는 열의로 제작기간 내내 큰 도움이 돼 준 서현, 보배, 다은, 하영씨에게 깊은 감사를 전한다. 그들이 없었다면 이번 작업은 불가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