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1회 지역보도부문 뉴스상_‘여고생 집단폭행’사건 추적보도_대구MBC 도성진 기자

1. 열악한 가정환경의 한 여학생이 집단폭행을 당했습니다.
가정은 물론 그 어느 곳에서도 제대로 된 보호를 받을 수 없었던 열악한 여건의 여학생이 또래들로부터 집단폭행을 당했습니다. 가해학생들은 이른바 일진들. 주변이 환할 때부터 시작된 폭행은 어둠이 짙어질 때까지 계속됐지만 순찰을 하며 이들을 본 경찰들은 폭행을 눈치 채지 못했습니다. 감히 신고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던 피해학생은 주변 지인과 친구의 도움으로 참으로 힘들게 경찰서를 찾았고, 1차 조사를 받기에 이릅니다. 하루가 열흘 같고 한 달 같고 불안의 무게가 너무도 무겁게 느껴졌을 시간. 하지만 신고일로부터 8일 뒤에야 경찰은 가해학생들과 피해학생을 불렀고, 할머니와 함께 경찰서에 도착한 피해학생에게 너무도 가혹한 2차 피해가 가해집니다. 가해학생의 보호자로 따라온 부모와 삼촌 그리고 친구들이 먼저 나와 대기하고 있었던 겁니다. “일부는 복도가 울릴 정도로 떠들었고 또 일부는 셀카를 찍어 SNS에 올렸으며 배가 고프다며 경찰서 옆 편의점에 몰려가 컵라면을 사먹었다”고 피해학생과 동행한 지인은 제게 말했습니다. 그리고 이들은 피해학생과 마주치자, 욕을 하고 어깨로 밀치고 노려보며 경찰에 신고한 것에 대해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냈습니다. 피해자에 대한 상식적인 수준의 보호 조치도 하지 않았던 이상한 수사 과정에 의문이 생길 즈음, 가해자 중 한 명의 삼촌이 이번 사건을 담당한 경찰서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는 전직 경찰이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담당팀장과는 같은 부서에서 근무한 적이 있었는데, 조사당일 가해자와 동행한 이 전직 경찰은 피해자 측이 보는 앞에서 팀장을 만나 인사를 나눴습니다. “그저 안부를 묻고 인사를 나누고 별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는 것이 경찰의 공식 입장인데, 그 이후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합니다.
2. 이해하기 힘든 경찰 수사
1)경찰이 3월 11일 공식 보도 자료를 내고 사건을 검찰에 넘긴다고 밝혔는데, 이 보도 자료에는 피해자가 한 명이었습니다. 누차 관련 경찰들에게 확인했지만 피해자는 단 1명. 그런데 경찰이 이미 조사한 피해자는 1명 더 있었습니다. 중학교 3학년인 이 피해자는 여고생이 집단폭행을 당한 3일 뒤 같은 장소에서 4명으로부터 집단폭행을 당했습니다. 경찰이 언론 등 외부에 이 사실을 숨기고 서둘러 사건을 마무리 지으려 한겁니다. 이미 보도자료를 내기 며칠 전 추가 피해자를 파악하고 조사까지 해 놓고도 이 내용을 보도자료에서 빼고 검찰에 사건을 송치한 겁니다.
2) 가해자 중 일부가 참고인 조사를 받은 학생들을 협박하기 시작합니다. 이들은 카카오톡 대화에서 “내가 경찰서 조사받을 때 네가 작성한 참고인 진술서를 봤다” “왜 단체 카톡방에 올린 폭행 동영상을 피해학생 쪽에 넘겼나” “나와 학교 같이 다닐 수 있겠나”라며 갖은 욕설과 협박을 일삼았습니다. 만약 이 말이 맞다면 경찰이 가해자 쪽에 참고인의 신분을 노출시켰고 더 나아가 진술서까지 보여줬다는 건데, 이에 대해 경찰은 “절대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였습니다.
3) 경찰 수사과정의 의문은 “왜 예민한 여고생 집단폭행 사건을 여성청소년과가 아닌 형사과에서 수사를 담당했냐?”라는 구조적 접근으로 이어졌습니다. 취재결과 최초 사건 접수는 대구 수성경찰서 민원실을 거쳐 여성청소년과로 배당됐지만 여청과에서 경찰청으로 전화 문의까지 한 끝에 ‘5명 이상이 연루된 사건은 형사과에서 담당한다’라는 이해하기 힘든 기준에 의해 결국 형사과에서 사건을 맡으며 소홀하게 다뤄진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 정부가 규정한 4대악이기도 한 ‘학교폭력’을 좀 더 효과적으로 다루기 위해 만들어진 여성청소년과의 존재 이유를 묻지 않을 수 없는 지점이었습니다. 결국 이번 사건을 둘러싼 경찰의 대응은 순찰 단계에서부터 사건 배당과 수사 진행에 이르기까지 ‘학교폭력’에 대처하는 경찰의 총체적 부실을 드러냈습니다. 보도는 경찰 수사과정의 문제에 그치지 않고 학교폭력의 또 다른 책임자인 교육청과 학교 등 교육당국의 허술한 대처와 평가에 치중해 실질적인 대책은 외면하는 ‘전시행정’의 일면도 들춰냈습니다.
3. SNS로 시작해 SNS로 확대..SNS로 소통한 보도
이번 단독 취재는 SNS를 통한 제보로 시작됐습니다. 페이스북 친구를 인연으로 자주 대구 관련 소식을 주고받는 지역기반의 페이스북 페이지 운영자가 보도가 나가기 일주일 전 ‘여고생 집단폭행’ 동영상이 있다며 제보를 해왔습니다. 일단 동영상을 보는 순간 사건이 간단치 않다고 판단해 보도국 내부 검토를 거쳐 다양한 방법을 통해 피해자와 접촉을 시도했습니다. 가장 중요하게 고려한 점은 피해자가 ‘혹시 2차 피해를 당하지 않을까?’였는데 연락이 닿았을 때는 이미 피해자가 경찰에 신고한 뒤였지만 수사가 지지부진한 상태였습니다. 피해자를 만난 건 3월 4일이었는데, 심리적 부담을 감안해 ENG나 캠코더를 사용하지 않고 피해자의 동의 하에 스마트폰으로 최소한의 인터뷰만 했고, 앞으로 예상되는 보도의 내용과 파장에 대해서도 충분한 동의를 얻었습니다. 주말을 거치면서 혹시나 피해자의 마음이 바뀔 수도 있기에 마지막 확인과 동의를 거쳐 첫 보도는 3월 7일 서울MBC 뉴스데스크에 단독으로 방송됐습니다. 보도직후 네이버, 다음 등 주요 포털 사이트와 SNS를 통해 확산돼 수 천 개의 댓글이 달리며 공분을 샀고, 두 번째 보도 역시 뉴스데스크에 비중 있게 보도되며 파장을 이어갔습니다. 단순한 학교폭력 사건에 그칠 뻔 한 보도는 이후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관련 제보가 이어지며 경찰 수사와 교육당국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파헤치는 보도로 이어졌습니다. 거의 한 달 가까이 지속된 취재와 보도는 SNS를 통해 시작됐고, 취재의 고비 고비마다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관련 제보가 이어지며 취재의 깊이를 더해갈 수 있었습니다. 경찰 수사의 의문점과 유착 의혹은 페이스북 메시지를 거쳐 전화 통화로 관련 정보를 얻을 수 있었고, 취재 기자가 제작해 다양한 SNS채널로 유통한 ‘카드뉴스’가 입소문을 타면서 교육 관련 제보도 이어졌습니다. 교육당국 대처의 문제점과 대구교육청이 학교폭력 대책으로 내세운 ‘투명 유리창’ 설치 문제 등 관련 보도는 카드뉴스 유통이후 페이스북 메시지로 받은 제보를 추가 취재해 보도한 것들입니다. 최초 제보가 SNS를 통해 들어왔고 첫 보도가 나간 뒤 경찰 수사의 문제점, 죄의식을 모르는 10대의 무서운 일면, 교육당국의 전시행정 등 거의 모든 취재의 자료들이 SNS를 통해 생산됐습니다. 또 추가 제보를 유도한 결정적인 단초 역시 다양한 SNS 채널을 통해 유통시킨 카드뉴스 덕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