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1회 특별상_'미디어인사이드'를 떠나보내며_KBS 김진희 기자

<미디어인사이드>를 떠나보내며
 
2016년 4월 17일. ‘미디어인사이드’ 104회를 방송한 날입니다. 104회 방송을 준비하면서, 10여 명의 제작진 그 누구도 ‘마지막’이란 말을 입에 담지 못했습니다. ‘마지막’이라는 게 믿어지지 않았고, 떠나보내는 게 그만큼 싫었으니까요.
일요일 오후, 집에서 ‘미.인’을 본방사수하다가, 마지막 앵커 멘트 전에 TV를 꺼버렸습니다. 애써 외면하면, 정말 ‘끝’이 아닐 것만 같았습니다. 하지만, 야속하게 시계 바늘은 흘렀고, 전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가슴으로는 미처 떠나보내지 못한 ‘미디어인사이드’를 미련스레 껴안은 채 지금 새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미디어인사이드’는 그동안 언론 보도의 감시자를 자처하며, 매체 비평과 올바른 방향 제시를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13년이란 긴 시간을 이어오며 프로그램의 이름은 미디어포커스->미디어비평->미디어인사이드로 바뀌었지만, 지상파 유일의 매체 비평 프로그램이라는 막중한 책임감과 소명 의식은 그대로 이어져 왔습니다.
미디어인사이드가 ‘특별상’을 받게 되었다는 소식을 접하고, 가장 먼저 든 감정은 ‘면구스럽다’였습니다. 면구스럽다…낯을 들고 대하기에 부끄러운 데가 있다는 뜻입니다. 결과적으로 ‘미디어인사이드’를 지키지 못했고, 어쩌면 그 이유 중 하나가 저일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비평의 발톱을 더 날카롭게 세우지 못해, 시청자의 입에 오르내리는 큰 ‘화제성’을 모으지 못한 건 아닌가, 아이템 선정에 있어 너무 조심스러웠던 건 아닌가. 많은 후회들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그럼에도 약간의 변명을 하자면, 이 프로그램을 하는 제작진 역시 쉽지 않았다는 겁니다. 한 주 한 주, 아이템을 취재할 때마다 수많은 자사, 타사 기자들과 전화 통화를 했습니다. ‘오보’의 경위를 따져 묻고, 수많은 해명들을 듣고, ‘잘 봐 달라’는 부탁을 받고, 또 어떤 때는 서로 얼굴을 붉힐 만큼 감정이 상하기도 했습니다. 누구라도, 자신의 기사를 물고 뜯는 상대를 좋아할 리 만무합니다. 더군다나, 내가 지금 지적하고 있는 언론의 ‘실수’는 과거 내가 취재 현장에서 똑같이 저질렀거나 앞으로 저지를지도 모를 ‘실수’들이었습니다. 그러한 인간적인 갈등에도 불구하고, 이 프로그램에 각별한 애정을 가질 수 있었던 건 나름의 ‘가치’ 때문이었습니다. 가치 있는 일, 가치 있는 시간, 가치 있는 삶… 그렇게 입에 쉽게 올릴 수 있는 단어임에도 불구하고, 쉽게 발견하기는 어려운 그 ‘가치’가 이 프로그램에 녹아 있었습니다.
매번 아이템 준비를 위해 방송과 신문, 인터넷 상의 수많은 뉴스들을 모니터링했습니다. 비평에 앞서 스스로 배우고 느낀 점들이 많았습니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고 기사를 쓰면 그 결과물이 어떻게 되는지, 문장의 토씨 하나 살짝 바꾸면 전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기자가 의도를 가지고 기사를 쓰면 어떻게 팩트가 왜곡될 수 있는지 등등 여전히 우리 언론은 적지 않은 문제점들을 내포하고 있었습니다. 그러한 잘못들을 들여다보며, 어떻게 해야 조금이라도 나아질 수 있을지 고민하는 시간이 주어진 건 돌이켜 생각해도, 정말 큰 축복이었습니다. 17년차 기자에 접어든 저에게 다시 한 번 ‘초심’이란 걸 일깨워주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또한, 저희 프로그램의 취재 대상이 되었던 언론인들에게도 분명 자성의 기회가 되었으리라 믿습니다. 당장 눈 앞의 지적질에 마음이 상할 수는 있었겠지만, 두 번 같은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팩트를 철저히 확인하고, 완성된 기사를 한 번 더 들여다 본 다음 데스크에 넘기는, 발전적인 계기가 되었기를 바랍니다. 제대로 된 기사 하나가 당장 세상을 바꾸진 못하겠지만, 여기저기서 차곡차곡 쌓이다보면 분명 세상은 바른 방향을 향해 나아갈 것이라 믿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미디어인사이드’를 떠나보내지만, 언젠가 다시 만나기를 간절히 바라며, 일단은 ‘뜨거운 안녕’을 고합니다. 미디어인사이드,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