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1회 뉴스부문_‘공짜 점심은 없다, 나경원 딸 부정입학’_뉴스타파 황일송 기자

세월호 참사 교훈에도 변하지 않은 언론
 
“전생에 무슨 죄를 졌길래, 인생 참 힘들게 산다.”
나경원 새누리당 의원이 명예훼손 혐의로 기자를 고소했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아내가 그날 밤 기자의 소주잔을 채우며 건넨 소리다. 국민일보에서 해직된 뒤 3년여간 송사를 벌인 것도 모자라 이번에는 피고소인 신분으로 법정에 서게 될 남편이 짠하다고 한다.
기자의 마음도 편하진 않았다. 부인과 수술을 앞두고 심란해 있던 아내에게 고민꺼리를 얹어준 것 같아 더욱 미안했다.
사실 기자는 ‘나경원 의원의 딸 입학 부정 의혹’을 보도하면서 소송에 휘말릴 것으로 이미 예견했다.
하지만 소송을 겁내 진실을 외면한다면 시민들의 후원으로 운영되는 비영리독립언론 뉴스타파에 남아 있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뉴스타파를 믿고 진실을 밝힌 이재원 성신여대 교수의 용기에 답하는 길이기도 했다.
기자는 성신여대 학내 분규에 대한 취재 과정에서, 이 교수로부터 2012학년도 특수교육대상자전형에서 부정이 저질러졌다는 뜻밖의 ‘양심선언’을 듣게 됐다.
당시 면접위원이었던 이 교수는 나경원 의원 딸이 면접 도중 신분노출을 했고, 실기 면접 과정에서 해당 학생의 편의를 봐주기 위해 25분간 면접이 중단됐으며, 면접위원장이었던 실용음악학과장 이병우 교수의 부적절한 ‘편들기’가 있었다는 점을 고백했다. 장애인이기도 한 이 교수는 이 일로 지난 5년간 양심의 가책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부정입학 의혹의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작업은 쉽지 않았다. 성신여대와 나경원 의원 측에 이에 대한 사실 확인과 해명을 요청했지만, 이들은 관련 보도가 나간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 일체의 대응을 하지 않았다.
외곽 취재를 통해 실마리가 풀렸다. 인터넷을 뒤져 2011년 5월 나경원 의원이 성신여대에서 특강을 했고, 이후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아 성신여대가 특수교육대상자 전형을 급조한 사실을 확인했다.
나경원 의원과 심화진 성신여대 총장간의 관계가 매우 밀접했음을 보여주는 여러 객관적 증거도 확보했다. 이중 하나는 지난 2013년 성신여대는 극심한 학내분규에 휩싸이면서 심화진 총장이 해임될 위기에 처하자 나 의원측 인물들이 구원투수 역할을 한 사실이다.
당시 성신여대 이사회는 교비 횡령과 인사권 남용 등의 이유로 심화진 총장을 해임하려고 했다. 하지만 일부 이사들의 사퇴하면서 이사회 내 총장 해임 정족수가 부족하게 돼 개방이사 선임에 나서게 됐다. 이 때 나경원 의원의 전 보좌관과 서울시장 후보 당시 캠프 법무팀장을 맡았던 이가 개방이사 후보 추천위원으로 선임됐다. 이후 개방 이사 추가 선임이 무산됐고, 결국 심화진 총장은 해임 위기를 넘겼다.
이후 심화진 총장은 새누리당 서울시장 경선후보 선거대책위원장, 유력 정치인 출신을 교수로 영입하는 등 자신의 학내 영향력을 유지하게 위해 정치권 뒷배를 활용하는 처세를 보였다.
이같은 취재 내용을 바탕으로 뉴스타파는 ‘공짜 점심은 없다, 나경원 딸 성신여대 부정입학’을 보도했다.
4·13 총선을 한 달여 앞두고 나온 이 보도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뜨겁게 달궜다. 네이버와 다음 등 인터넷 포털에서 하루종일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올랐다.
‘침묵의 카르텔’에 묻힐뻔 하기도
하지만 주류 언론들의 태도는 달랐다. 9개 종합일간지 가운데 한겨레와 경향만이 3월 18일 자에 뉴스타파 기사를 인용 보도했을 뿐이다. 다른 신문과 지상파 방송은 이 사건을 완전히 외면했다. 마치 미리 짜기라도 한 듯한 ‘침묵의 카르텔’이었다.
기자가 지난해 11월 노영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국회 사무실에 카드단말기를 설치해 놓고 공공기관 등에 자신이 펴낸 시집을 판매한 사실을 단독 보도하자, 모든 언론들이 수백여 건의 기사를 쏟아내면서 노 의원 물어뜯기에 나선 것과는 정반대였다.
진실은 외면하고, 권력의 추가 기우는 정도에 따라 기사를 쓰는 이중 잣대야말로 국민들이 언론을 신뢰하지 못하는 이유다. 2년 전 세월호 참사 당시 ‘기레기’라는 신조어로 여론의 뭇매를 맞은 바 있다. 세월호 희생자들로부터 얻은 교훈을 후배 기자들이 잊지 않았으면 한다.
뉴스타파 보도 이후 나경원 의원은 기자를 상대로 형사 고소한데 이어 1억 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법정 공방을 통해 그동안 감춰졌던 추악한 진실이 낱낱이 드러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뉴스타파는 앞으로도 권력에 기댄 사학 비리를 파헤쳐 보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