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0회 지역보도부문 기획보도상_꽃분이의 눈물_울산MBC 설태주 기자

수족관에서 새끼 2마리 잃은 어미 돌고래의 슬픈 이야기
꽃분이는 울산 장생포 고래생태체험관에서 쇼를 하는 암컷 돌고래다.
사람처럼 똑똑하고 민첩해 구청에서 이름은 물론 주민등록증까지 발급해줬다.
태평양에서 살다 일본 타이지에서 포획된 꽃분이는 올해 나이 17살, 사람으로 치면 중년이다.
꽃분이는 그러나 자신이 낳은 새끼 2마리와 동료 3마리를 수족관에서 잃는 슬픔을 겪었다.
국내 돌고래 수족관은 모두 9곳, 이곳에서 수많은 돌고래가 죽는데 빈자리는 일본 돌고래를 수입해 채워진다. 수족관에서는 인공 번식이 어려워 야생에서 계속 잡아와야하기 때문이다.
이번 취재는 쇼 장에 계속 죽어나가는 돌고래들에 대한 관심에서부터 시작됐다.
취재진이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돌고래가 불쌍하면 소나 돼지는 어떻게 먹느냐?”였다.
1985년까지 포경산업이 번성했고 고래 고기가 식문화로 자리 잡은 울산이 고향인 기자도 비슷한 생각이었다. “지능이 높은 돌고래를 가두면 사람을 평생 감옥에 넣는 것과 같다”
‘그걸 뒷받침할 수 있는 과학적 근거가 뭔가?’라는 생각을 촬영 초반 내내 떨칠 수 없었다.
하지만 국내에는 돌고래 생태에 대한 전문 실험이나 연구가 거의 없는 상황이다.
갖은 수소문 끝에 돌고래 연구가 30년 이상 축적된 미국으로 찾아갔다. 돌고래 연구에 평생을 바친 헌터대학 다이애나 교수와 한국계 4세로 돌고래 보호운동가인 미국동물복지협회 나오미 로즈 박사를 만나 인터뷰 했다. 이를 통해 돌고래가 거울을 보고 자신을 인식하는 동물이자 무리끼리 사회를 이뤄 서로 협동생활을 한다는 근거를 제시했다. 고래는 인간과 같이 자아를 인식하고 고유의 언어를 통해 서로 소통하는 사회적 동물이며 가족을 이루고 먹이를 잡을 때 서로 협력하는 인격체라는 사실이다. 그 결과 하루 수십, 수백km를 이동하는 고래를 좁은 장소에 가두면 스트레스와 질병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다음으로 전 세계 최대 돌고래 수출지역인 일본 와카야마현 타이지를 찾았다.
이곳은 야생 돌고래를 잡아 수족관에 넣고 스스로 체념하게 한 뒤 쇼를 위한 훈련을 시킨다.
마리당 가격도 1억 원 이상 받고 아시아와 남미, 아프리카 등 전 세계로 판매된다.
특히 중국은 2015년에만 타이지에서 약 1백 마리의 돌고래를 사겠다고 계약했다.
국제사회 비난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전통 문화라고 말하며 고래잡이를 하지만 사실은 돈벌이 때문이라는 주장이 있다.
 
 
 
동해 바다 육·해·공 촬영… 참돌고래떼 최초 수중 장면 담아내
울산앞바다는 예로부터 귀신고래가 다닐 정도로 고래가 많아 천연기념물로 지정 돼있다.
그러나 바다에 뛰노는 고래를 카메라에 담는 과정은 험난했다. 고래가 그만큼 보기 힘들어진 것이다. 우리는 드론(항공)과 저속 카메라, 수중 카메라팀으로 10여 명이 전용 선박을 타고 추적에 나섰다. 10여 차례 시도 끝에 동해안 참돌고래떼를 국내 최초로 수중 촬영했다. 바다 위로 보이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수의 돌고래가 수면 아래에 있는 것을 확인했고 갓 태어난 새끼 돌고래들이 어미 곁에 붙어 힘차게 유영하는 정겨운 모습을 통해 돌고래가 가족생활을 하고 자식을 교육한다는 사실도 알았다.
 
취재 과정은 쉽지 않았다. 일본 타이지에서는 현지 파출소에 불려가 방문 이유 등에 대한 취조를 받아야 했고 야생 돌고래 떼를 찾아 울산앞바다에 배를 타고 무작정 찾아다니기도 했다.
또 변변한 수중촬영 장비가 없어 일반 철공소에 카메라를 담는 특수철봉을 제작하기도 했다.
선진국들은 돌고래 수족관을 폐쇄하는 추세다. 유럽연합 국가 가운데 절반이 돌고래 수족관이 없거나 퇴출했고, 브라질, 인도 등은 돌고래 전시를 금지하고 있다. 미국은 30개 고래 수족관 가운데 10곳이 쇼를 폐지했고 앞으로 더 이상 야생 고래를 수입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우리나라도 환경부가 앞으로는 일본 타이지로부터의 돌고래 수입 자제를 권고하겠다고 밝혀 예전처럼 돌고래 쇼 장이 우후죽순 들어서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모두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관념에 도전하는 미디어
‘꽃분이의 눈물’ 제작 이후 개인적으로 안식년을 이용해 미국 씨월드를 다녀왔다.
미국은 이미 영화 <더 코브>나 TV뉴스 등을 통해 고래 쇼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면서 고래 쇼 장이 쇠퇴하는 추세다. 미국인이 가득 차던 관객은 이제 외국 관광객이 대부분이다.
2백년 전만하더라도 ‘노예제도’가, 불과 50년 전에는 ‘여성의 권리 제한’이 당연시되던 사회 관념이 바뀌었다. 이제 동물에게도 권리가 있다는 개념이 전 세계로 퍼지는 데는 미디어의 힘이 크다. 그만큼 지역 이슈를 토대로 우리 사회 전체가 고민할 수 있는 보도물을 제작해야하는 지역방송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취재진의 기획의도를 받아들여 제작비와 제작여건을 전폭적으로 지원해준 회사의 배려가 있었기에 이번 작품이 나올 수 있었다고 믿는다. 다시 한번 열악한 조건 속에서도 지원을 아끼지 않은 회사에 감사를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