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0회 전문보도부문_사드는 한국에 군사적으로 필요한가_SBS 이주형 기자

SBS 뉴미디어제작부 비디오머그팀에는 다양한 직종의 사람들이 모여 일합니다. 취재기자, 카메라기자, 작가, 편집자, 디자이너 등이 함께 작업하는 거죠. 방송일수록, 뉴미디어일수록 서로 다른 직종의 사람들이 하는 일과 그들이 구사하는 콘텐츠 제작의 기본적인 문법을 이해하려는 자세와 능력이 필요합니다. 이 시대의 뉴스 콘텐츠는 텍스트로만, 영상으로만, 그래픽으로만, 오디오 단독으로만 이뤄지기 보다는 이 모든 것이 섞인 하이브리드 콘텐츠로 진화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사 동영상+모션그래픽’ 콘텐츠이자 보도인 ‘사드는 한국에 군사적으로 필요한가’는 바로 이런 협업의 바탕에서 출발했습니다.
 
기사들을 봐도 궁금증은 풀리지 않았다
한반도 사드 배치 문제로 한창 시끄러울 때 한 가지 의문이 계속 마음에 남았습니다. 美 미사일방어국의 그래픽을 보면 사드는 중장거리 미사일에 대응하기 위한 무기 체계인데, 과연 한반도처럼 종심거리가 짧은 지역에서 어느 정도 효율성이 있는 것일까? 라는 의문이었습니다. 또 평양이남 휴전선 부근에 북한의 각종 방사포가 엄청나게 포진해있다는 국방백서의 지적이 매년 나오고 있는데 과연 북한이 굳이 왜 탄도미사일 고도를 높여 남쪽으로 쏘는 무리수를 감행하려할까 하는 상식적인 수준의 의문이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보기엔 당시 어느 기사도 이 부분에 대해, 즉 사드가 한반도에서 ‘군사적으로’ 다시 말해 ‘과학적으로’ 얼마나 효율적인 무기인지 속 시원히 답하는 기사를 찾기 힘들었습니다. 그저 두루뭉술하게 다루고 있었을 뿐입니다. 비디오머그는 정치 외교적 측면 등 사드 논란의 다른 논점들은 일단 제쳐두고 과연 사드가 한반도에서 얼마나 효율적인 무기인지, 그 부분에만 집중해보자고 생각했습니다. 이 부분이 규명되면 사드 배치를 둘러싼 다른 논란의 상당 부분은 자연스럽게 해소될 것이라고 판단했던 겁니다.
어느 일요일 휴일근무를 하면서 사드가 한반도에 배치될 경우 북한의 탄도미사일에 어떤 방어막이 될 수 있을지를 과학적으로 설명해줄 만한 자료를 뒤졌습니다. 그러다 때마침 휴일근무 나온 북한 문제에 정통한 동료 기자에게 북한 미사일에 관해 이것저것 묻고 토론하다가 한 미공개 논문의 존재를 알게 됐습니다. 한국항공대 항공우주공학부 교수이자 국방부 정책자문위원인 장영근 교수가 북한 핵미사일 공격에 대비한 사드의 군사적 효용성을 분석한 내용의 논문이었습니다. 논문을 통독하고 추가 취재를 위해 장 교수를 접촉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습니다. 하필이면 장 교수가 독일 출장 중이었던 겁니다. 하지만 시차 때문에 어려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무식한 기자를 불쌍히 여긴 취재원의 성실한 응대 덕분에 두 세 차례에 걸친 두 시간 가량의 국제 전화와 이메일로 논문의 백그라운드와 사드에 대한 전체적인 배경지식을 얻게 됐습니다.
또 관련 자료를 검색하면서 미 의회조사국이 발간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의 탄도미사일방어’란 보고서를 찾게 됐습니다. 지난해 발간된 이 보고서를 읽다 보니 미국은 철저히 자국 중심의 탄도 미사일 방어체계 속에서 사드 배치 문제를 바라보고 있음이 명확해졌고, 한국 측에서는 사드가 실익이 별로 없기 때문에 반색하지 않을 거라는 친절한 해석까지 곁들여져 있었습니다. 게다가 한국에 실익이 없다고 한 이유가 장 박사 논문의 결론과 같았습니다. 미국도 ‘한국에는’ 사드의 ‘군사적’ 효용성이 낮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었던 겁니다.
 
어떻게 시청자들을 이해시킬 것인가?
장 박사의 논문은 공학자답게 각종 수치와 그래프 등으로 꼼꼼히 채워져 있었습니다. 이것을 텍스트로만 기사화하거나 방송뉴스처럼 드라이한 실사영상 만으로 전달하면 시청자들이 이해하기 쉽지 않았을 겁니다. 디자인팀과 협업을 통해 실사영상에 모션그래픽을 결합해 복잡한 사항은 팩트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단순화시키고 즉각적인 내용 이해가 가능하도록 콘텐츠를 시각화했습니다. 그래픽 디자이너들과 바로 바로 협의하고 토론하고 수정할 수 있도록 한 비디오머그 만의 팀워크와 시스템이 있기에 가능한 콘텐츠였습니다.
이 보도가 기반으로 하고 있는 논문이 완벽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취재원도 사드에 관해서는 공개되지 않은 자료가 많아 최대한 공개된 자료를 활용하되 나머지는 합리적 가정을 바탕으로 추정한 결과라고 밝혔습니다. 다만 정확한 자료가 확보되더라도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한반도의 지역적 특성과 면적은 변하는 것이 아닐 뿐더러 과학적으로 비교적 단순한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어떤 사안에 대해 보도할 때 과학적이고 논리적인 근거를 가지고 써야 한다는 분위기와 인식을 만드는데 이 보도가 조금이나마 기여할 수 있다면 다행입니다. 이 콘텐츠를 통해서 저 또한 궁금증을 던져버리지 않고 조금만 머리를 더 쓰는 귀찮음을 감수하자고 다잡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나는 자신이 바둑을 두는지도 모르고 두는 알파고가 아니니까, 인간으로서, 기자로서 호기심을 잃지 말자고 다짐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