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9회 뉴스부문_밀입국·폭발물 의심물체…뻥 뚫린 인천공항 단독 및 연속보도_YTN 김평정 기자

좀도둑 드나들 듯 밀입국기본 저버린 한국의 관문
 
인천공항에서 설마의혹이 사실로
인천공항에서 밀입국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한 번도 아니고 일주일 조금 넘는 기간에 두 번이나 연이어 일어났습니다. 수법은 너무나 단순했습니다. 출입문의 자물쇠를 뜯고 또 자동출입국심사대의 유리문을 강제로 열었습니다. 일부에서 ‘영화 같은’ 밀입국이란 표현도 썼지만 실제로는 영화처럼 손에 땀을 쥐는 계략과 추적은 없었습니다. 그냥 좀도둑처럼 자물쇠를 뜯고 문을 연 것이 다였습니다. 바로 국가 최고보안등급시설(가급) 인천공항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중국인 2명이 인천공항에서 밀입국했다” 제보를 받았을 때도 쉽게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설마 인천공항이 쉽게 뚫렸겠어? 시도하다가 잡혔겠지’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국내 최고의 보안시설에 대한 막연한 믿음을 가지고 취재를 시작했습니다. 취재 결과는 한 마디로 충격이었습니다. 의혹은 모두 사실로 드러났습니다. 1월 21일 새벽 30대 중국인 2명이 출국장으로 빠져 나왔고 이틀 넘게 행방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수법 또한 믿기 어려웠습니다. 3층 출국장에서 잠긴 문의 자물쇠를 뜯고 유유히 걸어 나온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한국의 관문낯부끄러운 보안 현실 파헤치다
인천공항공사와 법무부 출입국관리사무소, 인천공항경찰대, 항공사 등 복수의 기관에 거듭 확인할 때마다 인천공항의 낯부끄러운 보안 현실이 드러났습니다. 첫 단독 기사를 보도하는 날(1월 25일) 아침에도 중국인 2명은 밀입국한지 나흘째 검거하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법무부 출입국관리사무소는 사건 발생 이틀 뒤에야 밀입국을 확인했습니다. 이틀 동안 출입국사무소만 독자적으로 CCTV를 돌려보며 밀입국을 확인했습니다. 경찰에 밀입국자를 추적해달라는 요청은 하지 않았습니다. 법무부는 YTN 첫 보도가 나온 뒤에야 경찰에 사실을 통보했습니다. 관계 기관의 공조가 미뤄지는 사이 중국인들은 천안까지 도주했습니다.
이번 사건은 단순히 불법취업을 노린 외국인의 돌출행동으로 치부할 수가 없었습니다. 밀입국한 이들이 고도의 훈련을 받은 테러범이었다면 더 큰 피해로 이어질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사건 보도에 그치지 않고 보안 인력의 전문성 문제, 근무기강 해이, 관계기관의 협력 부재, 보안 시스템과 설비의 문제, 환승관광 제도의 허점, 테러 위협 실태 등 여러 문제점들을 연속 보도를 통해 지적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모르겠어요일관신속한 정보 공유 왜 안 되나
첫 보도를 취재할 때도 후속 보도를 취재할 때도 과정은 쉽지 않았습니다. 인천공항과 법무부는 국가 최고보안등급시설이라는 점을 방패로 문제점을 숨기기에 급급했습니다. 기자의 질문은 ‘보안사항’ 이라는 답변에 막히기 일쑤였습니다. 선의의 관계자 등 여러 경로로 먼저 취재하고 이후 공식적인 경로로 다시 확인하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사건 현장에서 직접 취재한 내용을 보강해 기사의 신뢰도를 높이는 과정 역시 소홀히 하지 않았습니다.
관계 기관이 모르쇠로 일관하는 사이 그동안 감춰졌던 공항 보안의 민낯이 속속 드러났습니다. 김해공항 등 다른 국내 공항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고 제주에서는 무비자 입국의 허점을 노린 밀입국이 지난해 4천 건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인천공항을 포함한 한국의 관문이 총체적으로 보안 난맥상을 보인 것입니다.
 
정부 차원의 종합대책 이끌어내
YTN 단독보도 직후 인천공항과 국토교통부는 대책을 급히 발표했습니다. 운영 시간 이후에는 면세구역과 출국 심사장의 문을 잠그고 출입문에는 이중 잠금장치를 설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중국인 밀입국 사건 이후 불과 8일 만에 유사 사건이 또 발생하면서 사실상 말뿐인 대책이 됐습니다. 더 이상 개별 기관의 임기응변식 대응이 아닌 범정부차원의 근본적인 처방이 필요했습니다.
여론이 악화되자 급기야 황교안 국무총리가 나섰습니다. 인천공항 사건 현장을 직접 점검하고 근무기강 확립을 지시했습니다. 관계부처 장관들이 참석하는 보안대책 회의도 직접 주재했습니다. 사전 대응도 후속 대처도 삐끗 거렸던 가장 큰 원인인 관계 기관 사이의 정보 공유를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출·입국장을 총괄하는 보안관리 전담팀도 창설됩니다. 불법입국 위험인물 선별을 강화하고 보안 근무 매뉴얼을 재정비합니다. 밀입국 통로가 됐던 자동출입국심사대 106대도 전수조사합니다. 밀입국 사건을 최초 보도한 것에 더해 총체적인 시스템 문제를 지속적으로 찾아내 보도했던 노력 덕분에 일부 기관을 넘어서 정부 차원의 대책이 나올 수 있었습니다.
인천공항이 뚫렸다는 단독 보도에서 정부와 인천공항의 전향적 자세를 이끌어내기까지 YTN 보도는 쉼 없이 계속됐습니다. 다른 매체와 국민들의 관심이 집중된 데도 끈질기게 문제 제기한 취재진의 노력이 있었습니다. 밀입국자는 잡히고 대책도 나오고 사건은 일단락됐습니다. 이제는 봇물 터지듯 나온 대책이 얼마나 잘 이행되는지 지켜봐야 할 때입니다. YTN은 사회적 반향을 이끌어냈다는 만족에서 벗어나 인천공항으로 대표되는 국가 관문의 보안이 재정비되는 과정도 검증할 것입니다. 문제가 있다면 언제든지 지적하고 또 대책을 이끌어내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