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9회 기획보도부문_쏠리고 잠기고…공포의 핸들_MBC 최훈 기자

현대기아차가 설마?”
 
운전대에서 ‘딸각딸각’ 소리가 나고 핸들 유격이 점점 커진다는 첫 제보를 받았을 때만 해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런데 취재를 할수록 그게 아니었다. 사실이라면 너무 심각한 문제였다. 그런데 “현대기아차가 설마? 이게 사실일까?”를 계속 되뇌게 만들었다.
 
“직진이 잘 안 돼서 핸들을 좌우로 계속 움직여줘야 한다”, “내가 원하는 방향대로 차가 잘 움직이지 않는다”, “휠 얼라인먼트에 문제가 없는 차량인데도 핸들에서 손을 떼면 왼쪽이나 오른쪽으로 차량이 쏠린다”, “주행 중에 핸들이 잠겨서 죽을 뻔 했다.”
 
이렇게 말하는 운전자들이 한 둘이 아니었다. 차종도 다양했다.
한 중고차 딜러는 중고차 10대 중에 7대 꼴로 이런 핸들 결함이 있다고 했다.
차를 살 때면 ‘뽑기’를 잘 해야 한다는 말이 있는데, 이건 뽑기의 차원을 넘어선 것.
거의 모든 차량의 운전자들이 거의 동일한 증상을 호소하고 있었다.
공교롭게 모두 현대기아차 운전자들이고, 하나같이 현대기아차가 차량 결함을 인정하지 않아서 분통 터져 했다.
 
현대기아차의 전자식 조향장치 ‘MDPS’가 문제였다.
 
MDPS에 들어가는 800원 짜리 플라스틱 부품 ‘커플링’이 불량인 것.
커플링은 예전의 ‘유압식’ 조향장치 대신 ‘전자식 MDPS’로 바뀌면서 필요한 부품인데, 현대기아차에 들어가 있는 모든 ‘커플링’이 불량이다.
이 커플링이 너무 약해 쉽게 망가지고 닳아서, 핸들 유격이 커지고 소리가 났던 것이다.
 
현대기아차는 이 불량 커플링을 10년 가까이 써왔고, 불량이라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런데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 불량 커플링으로 돈 벌이를 했다.
서비스 센터에 찾아오는 운전자들에게 커플링을 교체해주면서 적게는 12만 원, 많게는 8~90만 원을 받았다. 불량 부품을 만들고 판매한 현대기아차는 돈을 받고, 아무 것도 모르는 소비자는 거금을 지불했다.
 
‘글로벌 기업 현대기아차가 설마?’ ‘이런데도 언론에 한 번도 보도 되지 않았다고?’
‘취재를 잘못 하고 있는 건 아닐까?’
‘애먼 핸들 문제를 보도해서 괜한 공포심을 키우는 건 아닐까?’
‘현대기아차가 인정하지 않으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런 저런 걱정과 불안감으로 취재 내내 스트레스가 심했다.
 
그런데 현대기아차의 반론을 들으러 갔을 때 현대기아차는 이런 사실을 너무나 쉽게 시인했다. 그리고 방송이 나간 뒤 현대기아차는 ‘MDPS 커플링 무상 교체’를 발표했다.
 
취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하지만 현대차가 인정한 건 MDPS의 불량 부품 ‘커플링’ 뿐이다.
차량이 직진이 잘 안 되고, 주행 중 핸들이 잠기는 현상에 대해선 인정하지 않았다.
 
차량이 한쪽으로 쏠리는 현상은 휠 얼라인먼트나 도로 사정 등 다양한 원인이 있을 수 있고, 핸들이 잠기는 현상에 대해선 핸들이 잠기는 게 아니라 무거워지는 현상이고, 이는 MDPS에 이상 신호가 잡혔을 때 더 큰 사고를 막기 위해 핸들을 일부러 무겁게 만드는, 안전 모드로 넘어가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안전 모드는 현대기아차뿐만 아니라 모든 자동차 회사가 마찬가지고, 국제 기준에 따른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현대기아차에 그 국제 기준을 요청했는데, 한 달이 지나도록 아직 그 국제 기준을 받지 못 했다.
 
고속도로 주행 중 핸들이 잠겨 차량이 좌우로 마구 흔들리고, 멀쩡히 가던 차량이 갑자기 가드레일을 들이받아 전복되는 사고 블랙박스 영상이 너무 무섭고 끔찍했다는 반응이 많았다.
전문가 5명은 조향장치, 특히 MDPS 문제가 아니고선 이런 사고가 날 수 없다고 했다.
졸음운전이나 운전자 과실로 판정 받은 교통사고 중에 MDPS 결함 사고가 있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핸들 결함이 있었던 차량에서 MDPS 부품을 떼어내, 산업용 엑스레이로 촬영했고, 핵심 부품의 전자 회로 곳곳에 금(크랙)이 가고 기포가 생긴 결함을 발견했다.
보통의 전자제품에서도 이 크랙과 기포를 안 만들기 위해 품질 관리에 애를 쓰는데, 특히나 생명과 직결된 자동차에선 결코 나와선 안 되는 결함이다.
하지만 현대기아차는 결함을 인정하지 않았다.
 
방송이 나간 뒤 핸들이 잠겨 사고가 났다는 운전자들의 제보와 함께 전문가들의 제보도 잇따르고 있다. 이번 취재는 아직 끝난 게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