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8회 이달의 방송기자상 뉴스부문_국회의원이 ‘비서관 월급’ 상납 요구 물의_MBN 윤석정 기자

너 여기 돈 벌러 왔나?”
무슨 자선단체에서 봉사활동 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한 말인 줄 알았다. 그것이 월급의 절반 가까이 내놓으라며 현역 국회의원이 자신이 데리고 있던 보좌진에게 한 말일 줄은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 그랬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힘이 세다는 국회의원을 상대로 한 힘겨운 싸움이 될 줄 알았지만, 한 통의 전화를 가볍게 넘길 수 없었던 이유는 저 말 한마디 때문이었다.
새누리당 박대동 의원의 전 비서관이었던 50대 박 모 씨는 이렇게 말했다. “겉으로는 서민을 위해 일하겠다던 사람이 당선되자마자 ‘너 여기 돈 벌러 왔나?’라며 월급 상납을 강요하는데 정말 가슴이 무너지더라고요.”
적지 않은 돈이었다. 매달 120만 원, 박 전 비서관의 월급에 거의 절반에 달하는 금액이었다. 박 의원을 당선시키려고 불철주야 일만 했다는 박 씨는 분하고 또 억울했지만, 자신의 임명권을 손에 쥔 국회의원의 황당한 요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런 박 전 비서관을 한 번 더 절망으로 떨어뜨린 건, 자신에게 강제로 뺏다시피 한 그 돈을 엉뚱한 곳에 사용했기 때문이다. 의원님댁 정수기(39,400원), 관리비(120,700원), 사모님 우유 값(73,500원). 박대동 의원은 자신의 생활비로 쓰려고 박 전 비서관의 월급을 뺏어간 것이다.
취재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더욱 황당한 사실을 깨달았다. 기획재정부 고위 관료 출신으로 예금보험공사 사장까지 지낸 박대동 의원은 지난해 초 8억7천만 원의 재산을 신고했다. 그전 해보다 재산이 1억 원이 는 것이다.
하지만 월급의 절반을 빼앗겼던 박 전 비서관은 당시 보증금 3천만 원에 월 20만 원짜리 집에서 노모를 모시고 힘겹게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었다. 취재를 하는 우리는 보고도 믿지 못했다. 가진 자가 더하다는 말은 일부가 하는 불평으로만 느꼈기 때문이다. 어떡하든 이 사실을 세상에 알려야 한다고 굳게 마음을 먹었다. 박 전 비서관은 다시 말했다. “120만 원을 상납하고 나면 며칠도 안 돼 잔고가 바닥이 났다.”고. 돈을 부칠 때마다 “서민을 위해 일하겠다.”며 함께 지역구를 돌던 박 의원의 얼굴이 떠올랐다고.
박 전 비서관과 만나 저간의 사정을 들은 뒤 박대동 의원과 수차례 통화를 했다. 처음에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입금 내용 등 구체적인 증거 자료를 언급하자 갑자기 태도가 바뀌었다. 울산에 있다던 박 의원은 한 시간도 채 안 돼 우리가 있던 국회에 모습을 나타냈다. 박대동 의원은 우리에게 인간적인 면을 최대한 부각하려 했다. “인간적인 면을 봐 달라”고 거듭 강조했지만 통하지 않았다.
 
끝나지 않은 갑질
국회의원 보좌진에게 국회의원은 생살여탈을 가진 전지전능한 존재다. 국회의원의 말 한마디에 하루아침에 길거리로 내몰리는 것이 보좌진들이다. 하지만 ‘살아 있는 권력’과 맞서 싸우는 일은 절대 쉽지 않은 일, 그래서 박 전 비서관도 우리에게 제보하기까지 많이 망설였다고 말했다. 다행히 박 전 비서관이 용기를 내 박대동 의원의 ‘갑질’은 세상에 알려졌다. 그러나 역시 국회의원의 힘은 만만치 않았다. 저항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새누리당은 박대동 의원 사건을 계기로 5개월간 공석이던 당 중앙윤리위원장을 임명했다. 위원장은 여상규 의원. 박대동 의원과 경남고등학교 선‧후배 사이다. 그래서인지 당 윤리위는 이번 사건을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박대동 의원의 해명만 듣고 결론지으려는 시도마저 있었다. 여상규 위원장은 “피해자 측으로부터 해명 자료를 충분히 받았다.”고 설명했지만, 확인해 보니 박 전 비서관이 윤리위로부터 아무런 연락을 받지 못하자 자기 스스로 관련 자료를 제출한 것으로 파악됐다.
더 황당한 건 박대동 의원이 또 다른 비서관으로부터 월급을 상납 받았고, 이 사람에게는 기초의원 공천에 특혜를 준 혐의는 윤리위에서 논의조차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는 지켜볼 것이다. ‘제 식구 감싸기’로 스스로 권위를 무너뜨린 19대 국회의원들의 마지막 모습을. 그리고 희망한다. 20대 국회에서는 제발 의원님들의 ‘갑질’이 사라지기를. 그날을 위해서라면 우리는 한 통의 전화도 가볍게 넘기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