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6회 지역보도부문 뉴스상_조희팔 2인자 강태용 중국서 검거 단독보도_KBS 김도훈 기자

<추적 조희팔!>
 
그런데 가능하긴 한거야?
 
단군 이래 최대 사기범이라는 조희팔. 지난 2012년 경찰은 그의 죽음을 공식 발표했지만, 이후에도 그의 목격담이 들려오는 등 그의 생존 여부에 대한 의문은 여전하다. 게다가 지난해 조희팔의 범죄 자금 7백억원 상당을 숨겨둔 측근이 구속됐다. 올해 1월에는 조희팔에게 뇌물을 받은 검찰 수사관도 체포됐다. 조희팔 사건은 끝나지 않은 것이다.
지금도 조희팔 관련 인물들에 대한 재판이 열릴 때마다 적게는 수 십 명, 많게는 수 백 명의 피해자가 재판을 참관한다. 다단계 사기에 돈 잃고 가족도 잃고, 후회로 하루하루를 견디는 이들, 조희팔 사건을 부실 수사한 검경에 대한 분노로 가득한 이들을 보며 뭔가 의미있는 보도를 해보자고 마음먹었다. 그래서 시작했다.
 
사건이 발생한 것은 지난 2008년. 벌써 7년이 흘렀다. 이미 사라지기 시작한 각종 자료를 뒤지고, 희미해져가는 관련자들의 기억을 붙잡아가며 취재를 시작했다. 여러 관련 인물들을 접촉하며 한걸음씩 사건의 중심부로 다가갔다. 하지만 곳곳이 가시밭길이었다. 우선 그림이 없었다. 조희팔을 봤다는 목격담은 많았지만, 정작 요즘 세상에 흔해빠진 CCTV화면, 블랙박스 화면 하나 없었다.
접촉한 취재원들의 말도 조금씩 변했다. 어제는 A 나라에서 조희팔 목격담이 나왔다더니 오늘은 B 나라에 있단다. 심지어 “내가 조희팔 수사 관계자의 비밀을 알고 있다!” 어떤 취재원은 대놓고 우리를 상대로 사기를 쳤다.
사기 사건을 중심에 두고 맺어진 인간관계들, 온갖 거짓말로 가득한 세계 속에서 진실의 끈을 찾다보니 어느새 몇 달이 그냥 흘러갔고, 방송 날짜도 기약 없이 연기를 거듭했다.
그래도 헛된 노력은 아니었는지 9월 들어 신뢰할 수 있는 취재원과 접촉하는데 성공했다. 그는 생사조차 불분명한 조희팔 대신, ‘조직의 2인자’이자 실제 범죄의 설계자인 강태용의 행방을 안다고 했다.
그는 한국 경찰과 중국 공안 여러 차례 강태용의 행방을 신고했지만, 체포는커녕 제대로 된 수사조차 진행되지 않아 무척 지쳐있던 상태였다. 그는 자신과 함께 사건을 제대로 파헤칠 언론이 필요했고, 우리는 믿을 수 있는 정보원이 절실했다. 그렇게 만나 1달 동안 준비 과정을 거쳐 10월 초, 우리는 함께 중국으로 향했다.
중국에서도 고난의 연속이었다. 희망이 절망으로 바뀌기 직전, 우리는 은신처에 숨어있던 강태용을 찾아냈고, 광장에서 커피를 마시는 강태용을 확인했다. 한국 언론이 그를 본 건 7년 만이다. 그를 만나 인터뷰라도 시도해야 할까? 하지만 우리는 조용히 자리를 피한 뒤 신고했다. 잠깐의 육성을 듣는 것보다 체포해서 제대로 수사하는 것이 모두를 위해서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우리의 신고를 바탕으로 검찰은 중국 공안에 관련 정보를 제공했고, 결국 그는 체포됐다.
 
강태용 체포 이후 수사는 급물살을 탔다. 조희팔의 아들과 내연녀로 추정되는 여성, 부하 조직원 등이 줄줄이 경찰과 검찰에 체포, 구속됐다. 우리의 취재도 속도를 냈다. 후속 취재를 통해 강태용과 조희팔이 인터폴 수배가 내려지지 않았다는 의혹과 해경의 밀항 방조 의혹 등 검경의 허술한 대처를 찾아냈다. 확실했다. 2008년 당시에는 제대로 된 수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총체적 부조리, 비극이 반복되지 않기를
 
이 글을 쓰고 있는 현재, 강태용은 국내에 송환되지 않았다. 강태용이 수사 기관에서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털어놓을지, 이를 통해 얼마나 많은 은닉 재산이 회수될지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1년 가까이 조희팔과 강태용을 추적했던 우리의 노력이 수많은 피해자들의 피해 회복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
조희팔 사건이 이토록 커진 것은 그에게 뇌물을 받고 뒤를 봐준 ‘부패 수사관’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부패 수사관을 배경에 둔 사기범이 되려 큰소리치고 떵떵거리며 잘 사는, 한국 사회의 부조리극이었다. 강태용 송환과 수사를 통해 부패 수사관들도 제대로 된 처벌을 받기를 바란다.
 
또 하나. 지금도 비슷한 사건은 전국 곳곳에서 반복되고 있다. 고수익을 미끼로, 친절한 주변 지인으로 가장한 채 푼돈이라도 더 벌어보겠다는 소시민의 주머니를 노리고 있다. 그들은 끊임없이 질투, 불안감을 조성하고 자신들을 믿으라고 강요한다. 우리 보도를 통해 그런 사탕발림이 모두 사기임을, 단 한 명의 피해자도 더 이상 없기를 바란다.
 
마지막으로, 이번 보도는 전적으로 KBS대구총국 동료 선후배들의 성원 덕분이다. 야심찼던 출발과 달리, 몇 달이 지나도록 성과물이라고 할 만한 게 전혀 없었다. 하지만 취재진을 독촉하기는커녕 전적으로 믿어준 선후배 동료 덕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냈고, 이렇게 좋은 상도 받게 됐다.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