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7회 지역보도부문 뉴스상_복마전으로 전락한 국립대병원 건립사업- 1년간의 추적보도_전주MBC 고차원, 정진오, 강동엽 기자

진실을 믿는 사회적 연대가 일궈낸 승리
 
 
전북대병원 군산분원 사업은 군산 지역에서 금기어에 가까웠습니다. 30만 군산시민을 비롯한 김제,서천 지역 주민은 물론, 앞으로 조성될 새만금 지역의 의료권을 위한 사업이라는 명분이 워낙 강했기 때문입니다. 전북대병원 군산분원이라는 단어의 언급은 오로지 원안대로 추진해야 한다는 것과 늦어지면 사업이 물건너 간다는 식의 여론몰이식 주장에서만 가능했습니다. 대다수 언론이 침묵하고 합리적 검증을 외면했습니다. 그런 가운데 이 문제를 정면에서 다루겠다는 결정은 만만한 일이 아니었지만 포기할 수 없는 일이기도 했습니다.
 
밀실행정과 특혜의혹이 불거지다
 
처음 백석제가 국립대 병원 예정지로 거론될 때만 해도 군산시와 전북대병원이 환경적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겠지라는 예단을 하고 있었던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군산지역 시민단체 관계자들과 접촉하면서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추진 과정이 베일에 쌓여 있었던데다 이러저러한 지원 사업 역시 합리적 토론의 과정이 없었음을 알게 됐습니다. 무엇보다 백석제라는 곳의 환경적 가치를 군산시 스스로 평가절하하고 은폐하려했다는 대목에 이르러서는 투명 행정과 민주적 절차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였습니다. 또한 병원설립으로 인해 정문이 위치할 땅을 매입한 특정인이 막대한 부동산 이익을 얻게 될 수도 있는 상황에서 투기와 특혜를 막기 위해 비공개로 추진했다는 군산시의 설명은 전혀 납득할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초기 특혜 의혹 보도가 나오자마자 군산시와 문동신 시장이 각각 원고가 돼서 제게 1억원의 손배 민사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소송으로 보도를 막아보자는 심산이 분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천여명의 군산시민들을 동원해 편법으로 공연장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어 거짓 선동을 시작했습니다. 백석제에 멸종위기 2급 독미나리가 자생하고 있었다는 것을 몰랐고 특혜 의혹을 사는 특정인은 알지 못한다는 식이었습니다. 모두가 거짓이었지만 3선의 단체장이 지역에서 갖는 막강한 권위와 조직 동원력은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했습니다. 상대는 지역내 거대 권력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다가왔습니다. 군산지역 지역구 국회의원도 이런 그릇된 여론 조장에 침묵하거나 일조하고 있었습니다. 전북지역의 현안 해결에 나서야 할 책임이 있는 새정치민주연합은 진실을 알아보려는 노력대신 침묵으로 문동신 군산시장의 행보를 지지했습니다. 새누리당은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외롭지만 단단한 연대의 힘을 확인하다
 
대다수 언론이 외면하고 정치권과 지자체가 한통속이 된 상황에서 반대편에는 군산지역의 뜻있는 환경운동가와 이를 돕기 위해 나선 시민사회 단체, 그리고 전주 문화방송만이 남았습니다. 초기 환경문제에 대한 보도이후 예비타당성 조사와 부지 선정 과정의 모호함, 사업시행자인 전북대병원의 책임과 역할, 문화재 지표조사 과정의 문제점 등을 파헤치는 보도를 차례로 이어가자 약해보였던 시민사회단체의 연대는 더욱 단단해졌고 일반 시민들의 관심과 여론도 점점 돌아서고 있다는 확신을 얻게 됐습니다. 무엇보다 백석제를 꼭 지켜내야 한다는 절박함을 공유한 시민사회 단체의 의지는 더욱 강해졌고 더욱 분주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할 일이 늘어난 만큼 우리가 이길 것이라는 신념은 더욱 커졌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아니, 전북지역 환경 단체와 시민사회 단체들의 연대와 지속적인 노력 끝에 백석제는 우수한 생태환경을 보존할 수 있는 길이 마련됐습니다. 전주문화방송 보도가 지역내 환경 문제 해결 노력에 조그마한 보탬이 됐다는 점에서 기쁘게 생각합니다. 또한 입지가 불가능한 곳을 고집하면서 시간만 보내는 군산시가 뒤늦게나마 태도를 바꿔 전북대병원과 함께 적정한 부지에 병원을 추진할 수 있는 전환점을 만듦으로써 결과적으로 해당지역 주민들의 의료권 보장을 앞당기게 했다는 점도 고무적이라 생각합니다.
 
위법이냐 아니냐를 따지는 것은 기자들에게 오히려 쉬운 영역에 속합니다. 가려진 가치를 찾아내고 재량권 범위가 올바랐는지를 따지는 것이 몇배나 더 어렵고 힘들다는 것을 새삼 느꼈습니다. 힘있는 집단의 회유와 강박, 여론몰이에 밀리고 외롭게라도 보도를 하려는 용기가 없어서 올바른 주장과 의견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 보도와 성과는 지역편익 논리에 갇히기 쉬운 상황을 극복하고 사회적 연대의 힘을 확인한 흔치 않은 사례임이 분명합니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 들어 퇴행이 더욱 심해지고 있고 덩달아 여론 다양성은 크게 침해받고 있습니다. 이미 많은 언론인이 올바른 보도와 정당한 주장을 하다 해직됐고 본업에서 배제되고 있습니다. 덩달아 언론에 대한 신뢰는 땅에 떨어지고 있습니다. 참담한 현실에서 이런 수상이 오히려 부끄럽고 면목없는 일이기도 합니다. 시대와 동료의 아픔을 공유하고 시대 정신을 가슴에 간직하는 언론인으로 살아가고자 더욱 노력하는 기회로 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