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6회 지역보도부문 기획보도상_돌직구40-죽음의 분진… 그 후 2년_울산MBC 설태주 기자

<국가산업단지 무법천지 공해배출 실태를 취재하며>
국내 최초 공해병 ‘온산병’…남성 폐질환 사망률 1위 국가산업단지 인근 비산분진 실태 취재
수출도시 울산에는 온산과 미포 2곳의 국가산업단지가 있다. 24시간 가동되는 이들 산업단지는 한때 우리나라 수출의 20% 이상 차지하며 국가경제발전의 상징처럼 여겨지고 있다.
그런데 여러분은 국가산업단지 주변을 한번이라도 방문해본 적이 있는가? 그런 경험이 있다면 무엇보다 숨쉬기 조차 힘들 정도의 악취가 난다는 것에 대해 공감할 것이다.
산업단지가 있는 지역의 언론사에 몸 담으면서 공해 문제는 언제나 단골 메뉴지만 우리는 어느 순간부터인지 무뎌지고 있다. 시시때때로 일어나는 악취 민원에 대해 행정관청은 늘 그렇듯
‘아무 이상 없다, 배출허용 기준치를 넘지 않았다’는 말로 마무리한다. 우리는 한시도 숨을 쉬지 않고 살아갈 수 없다. 악취는 어디서 나오고 사람 몸에는 어떤 영향을 끼칠까?
이번 취재는 시민 건강과 직결되는 비산분진 발생 실태와 함께 왜 근절되지 않는가에 대한 물음을 갖고 착수하게 되었다. 특히 온산공단은 1980년대 온 몸이 마비되는 우리나라 최초 공해병인
‘온산병’이 발견된 곳 아닌가? 울산MBC는 2년 전에도 온산공단 일대 비산분진 문제점을 고발해 관계기관이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사후 점검 차원에서라도 다시 현장을 둘러보기로
했다.
정부는 국내 최초 공해병인 온산병 발견 이후 20년 이상 해마다 전국 산업단지 공해실태를 조사하고 있다. 그 결과 산업단지 지역의 남성 폐질환 사망률은 일반인보다 최대 40% 이상 높다.
관련 질환으로 숨진 사람이 해당 기간 동안 8만 명이 넘는다는 통계도 있다. 또 정신질환과 온 몸 마비 등이 나타나는 산업재해와도 깊은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제조업 생산과정에서 분진은 필연적으로 발생한다. 이러한 피해는 산업단지에만 머물지 않는다. 바람을 타고 떠다니며 멀리 날아가 도심지까지 악취와 함께 호흡기를 통해 인체에 흡수되면
심하면 사망에까지 이르게 된다. 대부분의 유해물질배출업소는 공장 설립때 오염원 배출저감시설을 갖춰 신고한다. 그러나 이 시설을 가동하는데는 전기비와 인건비 등 비용이 들기 때문에
설치만 해두고 쓰지 않는 경우가 많다. 경기가 어렵다는 이유로 환경오염저감비용을 가장 먼저 줄이기 때문에 이러한 고질적 병폐는 근절되지 않는다.
눈 앞의 돈 벌이에 급급해 공해저감시설 방치, 오염 범벅 해산물 유통
우리는 먼저 차를 타고 산업단지를 구석구석 둘러보았다. 분진이 심하게 나는 곳은 한달 이상 잠복하며 작업과정을 카메라에 담았다. 또 분진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
전문다이버와 함께 바다 속 곳곳의 변화를 살폈다. 결과는 놀라웠다. 불법행위라고 볼 수 있는 작업들이 일상에서 너무나 버젓이 벌어지고 있다. 심지어 어떤 기업체 대표는 비산분진 발생이
왜 법을 위반했는지 취재진에 거세게 항의했다. 분진이 날아가지 않도록 설치하는 방진막은 형식적으로 있거나 아예 없었다. 공단 일대 도로는 녹가루가 내려앉아 벌겋게 변했고 주차된
차들은 도색이 벗겨지지 않도록 덮개로 꽁꽁싸맸다. 바닷속 생태계는 분진이 바닥에 두껍게 쌓이면서 사실상 파괴되었다. 해양수산부는 수중생태계 복원을 위해 수백억원을 들여 준설에
나서고 있지만 오염원을 차단하지 않고는 밑빠진 독에 물붓기에 불과하다. 사정이 이런데도 공단 주변 해역에는 불법 어로작업이 계속이어지고 있다. 어민들이 중금속에 오염된 물고기를
잡아 인근 횟집이나 수산시장에 내다 파는 것이다. 비소 등 각종 유해물질에 오염된 해산물이 아무런 제재 없이 유통되면서 인체에 축적될 위험에 노출돼 있다.
폐질환으로 고통받는 국민 건강…겉도는 오염원 관리
관계당국은 이러한 실태를 왜 개선하지 않는가? 먼저 국가 대기오염 측정망의 허술한 관리를 들 수 있다. 울산만 하더라도 대기오염 측정망이 14곳에 이르지만 국가산업단지를 직접적으로
측정하는 곳은 4~5곳에 불과하다. 측정치를 산림지역 등 다른 곳과 평균을 내면 기준치 이하가 된다. 울산시는 이 평균값만 갖고 타 지자체보다 대기오염이 낮다는 타령만 되풀이하니 제대로된
대책이 나올 수 없다. 둘째 형식적인 단속이다. 고용노동부와 울산시 등은 해마다 유해물질배출업소에 대한 단속을 벌이고 그러나 정기점검은 언제 어느때 방문한다고 사전에 친절히 알려준다.
기업체는 평상시 오염물질을 배출하다가도 이 때만 되면 완벽하게 눈속임을 한다. 악취 민원이 신고돼 불시에 단속반이 나가더라도 오염업체 정문에서 신원을 확인한다며 붙잡아 시간을 끄는
사이 전 작업장에 연락해 오염물질이 배출되지 않도록 조치하기 때문에 현장을 잡기가 쉽지 않다.
우리는 미세먼지에 의한 피해를 일상생활에서 갈수록 심각하게 겪고 있다. 대기오염의 원인이 중국발 미세먼지가 주범처럼 여겨지기도 하지만 사실은 국내에서 발생하는 비산분진이 더 큰
위험일지도 모른다. 취재과정에서 적발된 기업체들은 ‘회사가 정말 어렵다, 경제가 먼저 살아야 하지 않겠냐?’는 말을 수 없이 했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경제도 결국 사람이 있어야 존재한다.
지금처럼 눈 앞의 이익 쫓기에 급급해 공해를 배출하는 후진적 산업현장에는 미래가 없다. 사회의식은 날이 다르게 높아지고 있지만 산업단지는 환경보호를 통한 재 생산보다 당장 이익을 내고
보자는 한탕주의가 판을 치고 있다. 그 피해는 우리 사회가 고스란히 떠 안을 수밖에 없다.
지금 이 시간에도 언제 어디서 오염원에 노출됐는지도 모른채 고통받는 사람들이 수 없이 많다. 산업단지 공해가 오랜 시간 축적되면서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호흡기 질환으로 발전됐을 가능성이
높다. 기자의 아버지도 젊은 시절 산업단지에서 일하다 은퇴하면서 현재 폐질환을 겪고 있다. 부디 이번 방송을 계기로 산업현장에서는 자정 노력을 통해 비산분진을 줄이려는 노력을 하고,
정부와 지자체도 국민 건강을 지키기 위한 정확한 실태 파악과 공해 피해를 줄이려는 실질적 대책이 나오기를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