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5회 지역보도부문 뉴스상_가짜 의사에 환자 사망.. 국가 의사면허 관리 ‘구멍’ 연속 단독보도_OBS 박성완 기자

PC방에서 의사가 될 수 있는 나라
“일반인이 위조한 의사면허로 병원에 취업해 수술까지 했다는 거야.”
취재원의 한 마디가 논리적으로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생명을 다루는 사람이 의사입니다. 그 막중한 책임 때문에 국가에서 면허를 관리 합니다. 어떻게 보건복지부 장관 도장이 찍힌 면허를 위조하고, 어떻게 병원조차 이를 몰랐으며, 어떻게 일반인이 수술까지 하며 의사행세를 할 수 있을까. 사실이라면 생명과 맞닿은 위험한 문제였습니다. 반드시 전후사정을 밝혀내야겠다고 다짐했고, 결국 환자 사망으로 이어진 사건의 전말이 드러났습니다.
 
구멍난 생명면허 국가관리 체계
 
가짜의사 김 씨가 취업해 일했다는 인천의 한 요양병원부터 찾았습니다. 원무과 직원들은 “면허가 있었기에 의심조차 하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요양병원에서 행해지는 수술은 보조 직원 생활을 하면서도 익힐 수 있는 수준이어서 가짜라는 게 드러나지 않았던 것 같다고도 했습니다. 나중에 밝혀졌지만 김 씨는 종양제거 수술까지 했습니다. 직원들의 이어진 설명에서 “우리가 보건소에 그 (가짜) 면허를 제출했는데 아무 문제가 없었다”는 말과 “김 씨가 우리 병원 뿐 아니라 시흥 병원에서도 의사 행세를 했다”는 말이 귀에 박혔습니다.
병원은 의사를 채용할 경우, 의료법에 따라 해당 의사의 면허를 국가에 신고해야 합니다. 의무적으로 신고해야 하는 곳은 보건소입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에는 보험급여를 받으려면 신고하게 돼 있습니다. 취재 결과 김 씨의 위조 면허는 인천시 남구 보건소, 경기 시흥시 보건소, 심평원에 각각 제출됐습니다. 면허번호는 경기 일산의 모 병원 현직 여의사 것을 도용한 것이었습니다. 남자가 여자 면허를 도용했음에도, 이들 3곳 관리 시스템에 그대로 등록됐습니다. 생명을 다루는 의사 면허 국가관리 체계의 현 주소였습니다.
두 달 가까이 법 해석과 현장 취재가 이어졌습니다. 정부, 국회 관계자 등 문제의식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늘어났고, 취재에 큰 힘이 됐습니다. 특히 보건소 관계자는 면허 관리가 지역별로 이뤄지기 때문에 일산 지역 의사의 면허번호를 도용했다면 인천이나 시흥 지역 보건소에서는 걸러낼 수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아…….” 우리 모두 동시에 한숨을 뱉은 기억이 생생합니다. 그는 심평원과 보건소의 면허 관리 시스템이 다르다는 점도 문제라며 보건복지부에 수차례 설명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도 했습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제도 구멍’과 함께 취재 시간을 가장 많이 할애한 건 피해자 접촉이었습니다. 피해자는 김 씨가 의사행세를 했다는 또 다른 병원, 즉 시흥의 모 요양병원에서 김 씨와 함께 일한 간호사였습니다. 아버지의 건강이 악화되자 자신이 일하는 병원에 입원을 시켰고, 하필이면 김 씨가 담당 의사가 됐습니다. 김 씨에게서 기도삽관술을 받은 아버지는 얼마 후 병세가 악화돼 숨졌습니다. 가까스로 진료기록을 구했고, 어렵게 경찰에 고소장을 낸 피해자와 만날 수 있었습니다.
응급구조사 자격증이 전부였던 김 씨는 PC방에서 인터넷으로 브로커와 접촉해 의사 면허를 위조했습니다. 병원 계약직인 자신을 무시했던 그 의사들처럼 살아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인천 병원에서 8개월, 시흥 병원에서 10개월. 하루 평균 40명의 환자를 돌봤습니다. 봉합수술은 물론 정맥수술, 종양제거 수술까지 했습니다. 억 대 연봉을 받았고, 결혼까지 했습니다. 그렇게 1년6개월 동안 가짜의사 김 씨의 행적에서 드러난 건 PC방에서 의사가 될 수 있는, “그렇게 위조하면 알아낼 방법이 없다”는 국가의 민낯이었습니다.
보도의 파장은 국회 국정감사장까지 미쳤습니다. 심평원장을 상대로 한 여야 의원들의 질의가 이뤄졌고, 결국 “의사 면허 일제점검을 추진하겠다”는 약속으로 이어졌습니다. 보건복지부는 의사 면허 데이터베이스 갱신 주기를 1개월에서 1주일로 줄이겠다고 밝혔고, 심평원과 보건소 면허 관리 시스템 일원화 과정에서 면허 위조·도용 스크린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했습니다. 새누리당은 국정감사 후속 정비 과제로 ‘의사 면허 체계 보완’을 꼽았고, 새정치민주연합 김용익 의원 역시 제도 정비를 약속했습니다.
 
다시는 이런 일 없도록 해주세요
 
“솔직히 죽이고 싶었죠. 저도 죄인입니다. 그 사람의 오더를 받아 환자를 돌봤으니까.”
가짜라는 걸 알았을 때 기분이 어땠느냐는 질문에 피해자는 담담하게 심경을 털어놨습니다. 고통이 압축된 한 마디였습니다. 그는 원래 연락을 받지 않았습니다. 아버지를 잃은 그에게 계속해서 취재에 응해 달라고 부탁할 수도 없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제 2의 김 씨, 또 다른 피해자가 나오는 걸 꼭 막고 싶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냈습니다. 결국 마음을 열어준 그는 그동안 연락에 응하지 않았던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잘 아시겠지만 누구도 믿기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그는 인터뷰를 마치고 “약속대로 이런 일이 다시는 없도록 해 달라”고 당부했습니다. 아직까지 우리가 후속 조치를 주시하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