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5회 지역보도부문 기획보도상_황새의 춤: 한반도 황새 복원 20년_KBS청주 박미영 기자

한반도 황새 복원 20년사의 기록
 
황새복원인가?
 
1996년 7월 17일, 러시아 아무르 강 유역에서 김포공항을 통해 우리나라에 특별한 선물이 실려 온다. 국내외 취재진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서 한국 땅을 밟은 새 두 마리, 바로 ‘황새’였다. 수백여 년 한반도 땅에서 흔한 텃새처럼 살아오다 1970년대 멸종된 천연기념물 황새를 되살리기 위해 각고 끝에 러시아에서 같은 동양 황새 암수 한 쌍을 들여오게 된 것이다.
애지중지 20년, 아기 황새 두 마리는 많은 관심과 사랑 속에 무럭무럭 자라 새끼를 낳고 잘 자라 우리나라에 2백여 마리 가까운 후손을 남겼다. 그리고 올해, 우리 땅에서 멸종된 황새를 다시 자연으로 날려 보내는 역사적인 자연 방사가 처음 이뤄졌다. 우리 황새 연구진은 앞으로 2018년까지 매년 10마리의 황새를 자연으로 되돌려 보내게 된다.
KBS 청주방송총국 보도국은 우리나라 황새 복원을 주도한 유일의 황새생태연구원이 있는 한국교원대학교와 함께 복원 추진 단계부터 오늘까지 그 오랜 역사, 매 순간순간을 꾸준히 함께해 온 언론사다. 하지만 내게는 적잖이 생경한 생태 아이템이었다. 한반도 황새 복원 20년을 기념하는 보도특집 제작을 맡게 된 시점부터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내내 여러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많고 많은 생물종 가운데 왜 ‘황새’인가?’, ‘유럽과 일본 등 여러 나라는 왜 황새에 주목할까?’, ‘우리는 예전처럼 다시 황새와 더불어 살 수 있을까? 마냥 꿈같은 이야기는 아닐까?’. 그리고 가장 중요한 질문, ‘황새를 다시 복원하는 것이 21세기 오늘날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보도특집 ‘황새의 춤’ 제작 과정은 바로 이런 질문에 스스로 답을 찾아가는 자문자답의 여정이었다. 생태 가치의 중요성에 크게 주목하지 못했던 내 자신을 설득해나가는 과정이었다. 황새를 되살리고 보호하는 데에 일생을 바친 우리나라와 독일, 프랑스 일본의 연구진과 시민들은 여러 궁금증에 대한 답을 몸소 보여주었다. 먹이사슬 최상위층에 있는 황새가 살 수 있는 환경은 곧 인간도 안전하게 살 수 있는 깨끗한 환경이라는 믿음, 황새와 더불어 사는 것이 21세기의 지속가능한 발전 모델이 될 수 있다는 신념을 몸소 실천하면서 그 가치관을 실증적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모호함은 선명함으로, 막연함은 명쾌함으로, 불안감은 안도감과 자신감으로 바뀌었다.
 
황새와 함께 사는 삶꿈을 현실로
 
날개를 펴면 몸 전체 길이가 2m나 되는 황새는 한반도에서 가장 큰 새다. 특집을 준비하면서 교원대 사육장에서 황새를 처음 본 순간, 그 크고 고고한 자태에 단박에 압도당했다. ‘오늘날의 무분별한 난개발 속, 이렇게 크고 멋진 새가 우리 인간과 예전처럼 같이 살 수 있을까? 전설이나 민담, 동화책 속에서나 가능한 일이 아닐까?’ 독일과 프랑스, 일본의 황새 마을을 돌면서 ‘충분히 가능하다’는 답을 얻었다. 단 ‘우리 인간의 노력 여하에 따라’라는 조건이 붙는다. 특집을 통해 ‘이 지구상에 실제로 이런 곳이 존재한다’는 것을, 그리고 ‘21세기형 황새 마을을 지켜나가기 위해 얼마나 많은 이들이 오랜 시간 마음을 모으고 노력해왔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주고자 했다.
황새를 비롯해 하나의 생물종을 되살리는 데에는 지역 사회 전체의 관심과 지지가 절실하다는 메시지도 담았다. 복원의 주체는 과학적인 탐구로 황새 종을 되살린 연구진뿐만이 아니다. 황새를 함께 돌보고 살피면서 황새가 더 나은 환경에서 살도록 배려하는 시민들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 황새가 다양한 먹이를 구해 살 수 있도록 논과 밭에 농약을 덜 친 농민들이 그 첨병 역할을 하고 있었다. 농약을 적게 쓰니 당장 생산량이 크게 줄어 피해를 컸지만, ‘황새도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쌀’, ‘황새가 사는 청정지역에서 난 와인’이라는 고부가가치 이미지를 얻었다. 장기적으로 판로가 꾸준히 늘어 농민들은 더 안정적인 기반에서 농사에 전념할 수 있게 되었다. 황새를 되살리는 일은 인간에게도 이로울 수 있다는 교훈, 21세기 우리 생태 농업에 중요한 대안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해준다.
예로부터 황새는 동서양에서 매우 영험하고 진귀한, 복을 가져다주는 신성한 새로 여겨져 왔다. 그래서일까? 특집을 제작하는 과정 내내 크고 작은 행운이 계속됐다. 인위적인 예측과 연출이 불가능한 생태 아이템이라 부담이 컸고, 우리가 원하는 화면을 담아낼 수 있을지 적잖이 걱정했다. 하지만 동서양의 황새는 마치 우리를 기다렸다는 듯 순간순간 곱고 아름답고 멋진 자태를 유감없이 보여줬다.
유럽과 일본의 취재원들 역시 우리의 특집 제작이 마치 자기 일처럼 큰 관심을 보이면서 진심으로 도와줬다. 또 ‘하늘을 자유롭게 나는 새들에게는 국경이 없다’면서 우리 한반도 황새 복원과 자연 방사가 성공적으로 이뤄지길 진심으로 염원해줬다.
‘KBS 청주 보도국이 아니면 할 수 없는 보도특집’이라는 평은 시종일관 꾸준히 황새 복원 아이템을 보도해 온 여러 취재·촬영기자들의 노고 덕분이다. 20여 년 동안 꾸준히 축적해 온 영상 데이터베이스와 취재 노하우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그 오랜 여정, 의미 있는 20주년을 특집으로 뜻 깊게 기념할 수 있어 영광이었다. 무엇보다 친환경 생태 가치에 대해 새롭게 눈뜨게 되었다. 복되고 귀한 경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