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4회 지역보도 부문 뉴스상_수중 방파제 ‘잠제’.. 부실 시공 추적보도_G1 강원민방 홍서표 기자

수중 방파제 잠제’.. 부실시공 추적 
 
평범한 의심에서 시작.. 취재는 난관의 연속
동해안은 심각한 해안침식으로 다양한 대책이 논의돼 왔다. 그 중에서도 최근에는 침식 해안에 수중방파제인 구조물을 넣는 ‘잠제’ 공법이 신기술처럼 여겨졌고, 잠제 사업이 곳곳에서 시작됐다.
그런데 사업이 끝난 해안가마다 침식이 여전하다는 주민들의 말이 끊이질 않았다. 특히 일부 해안은 침식된 곳에 모래를 채워 넣는 ‘양빈’ 공사를 했는데 다시 모래가 깎여 나가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수중 방파제 잠제.. 부실시공 추적 보도’는 침식 방지를 한 해안이 왜 또 침식될까 하는 단순한 궁금증에서 시작됐다.
이번 취재의 관건이자 난관은 물속 상황을 정확히 확인하는 것이었다.
갖은 의혹 해소를 위해 무엇보다 공사 관계자부터 찾아 나섰다. 어렵게 당시 잠제 시공에 참여했던 업체 관계자를 만날 수 있었지만, 역시 쉽게 입을 열지 않았다. 부실이 드러나면 자신도 다칠 수 있기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특히 수산당국과 수산관련 업체나 전문가들은 서로 용역을 주고받는 사이로 얽혀 있어 좀처럼 상대방의 흠을 털어 놓으려 하지 않는다는 폐쇄성 때문에 취재는 더 힘들었다.
그래서 우선 물속 현장 취재부터 시작했다. 현장 상황을 가지고 설득하면 다른 반응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에서였다. 엉망이 된 잠제 현장 그림을 들고 업체 관계자를 다시 만났다. 이러저런 얘기 끝에 조금씩 부실공사의 실체를 들을 수 있었다. 기대가 적중한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부터 부실하게 제작된 잠제가 물속에 들어갔다”는 실로 믿기 어려운 말을 털어놨다.
이때부터는 해안침식 관련 교수와 전문가들을 쫓아다니며 현장 상황을 하나하나 짚어가며 문제점을 찾아갔다. 난관은 여기에도 있었다. 해안침식 관련 교수나 전문가들이 국내에 많지 않아 서로 입장이 난처하다며 일부 교수는 인터뷰를 꺼려했고, 인터뷰에 응했던 다른 교수는 보도가 나간 뒤 해양수산부의 압력이 너무 강하다며 인터뷰를 쓰지 말라는 요구까지 들어왔다.
더구나 시공업체는 취재기자의 학연과 지연을 추적해 고교 선배나 지인들을 보내 보도를 그만해 달라는 압력을 계속 가해 왔다. 이런 압력은 ‘분명 문제가 있다’라는 확신만 심어줬기에 취재를 포기할 수 없었다.
그래서 물속 상황이 엉망이라는 팩트의 힘을 믿고 계속 밀어붙였다. 특히 첫 보도 이후, 시공업체는 직접 수중을 확인한 결과 극히 일부만 망가져 있다며 동해지방해양수산청을 통해 반박 보도자료까지 내고 현장을 호도하려 했다.
동해수산청은 ‘잠제가 잘 시공돼 해조류까지 서식하고 있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까지 자료로 제시하며, 우리의 보도가 과대 포장됐다고 폄하했다.
‘정말 과대 포장인가’하는 생각으로 머리가 혼란스러웠다. 그러면서 오기가 생겼다. 보도에 끝까지 책임을 지고 싶어졌다. 그래서 다시 수중 팀을 꾸렸다.
며칠 동안 바다가 화가 났는지 높은 파도가 쳤다. 예상보다 3~4일 늦게 다시 현장을 뒤졌다. 2차 수중 취재는 당국과 업체가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 어초형 잠제를 전수조사 한다는 생각으로 취재에 임했다.
취재를 마치고 회의한 결과, 희열이 느껴졌다. 우리가 ‘맞았다’라는 생각에 기뻤다. 잠제의 절반 이상이 여기저기 깨지고 무너지고 모래에 파묻혔다는 것을 영상으로 담았기 때문이다.
 
반격의 시작.. 꼬리 내린 당국과 업체
거짓말을 한 당국과 업체에 대한 반격이 시작됐다. 문제가 없다던 동해지방해양수산청은 2차 보도 직후 정밀 용역을 의뢰하겠다며 180도 입장이 바뀌었다. 그래도 걱정은 있었다. 대게의 용역은 발주처의 입맛에 맞게 결과를 도출하는 게 관례이기 때문이었다.
정밀 조사가 끝났다는 소식을 듣고 동해지방해양수산청에 결과가 담긴 보고서를 요청했지만, “정리 중”이라는 답변과 함께 한 달이 흘렀다. 기다렸던 보고서가 나왔고, 관련 취재를 위해 동해지방해양수산청을 찾았을 때 담당자는 “명백한 부실입니다. 확실하게 하자 보수를 시키겠다고 약속드리겠습니다”라고 답했다.
쉽지 않았던 수중취재와 관계자와 전문가들의 취재 거부 등으로 난관의 연속이었던 취재의 마침표를 찍는 순간이었다.
이번 기사로 물속 보이지 않는 현장이라고 223억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도 제대로 관리감독 하지 않는 당국에 일침을 가하고 싶었다. 그리고 거짓말로 당국을 속이고 언론을 매도하는 업체의 장난도 바로잡아 주고 싶었다.
결과적으로 이 모두를 충족하는 기사로 마무리할 수 있어 행복하다. 나아가 해양수산부 국감에서도 ‘잠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일부 국회의원실에서 관련 자료를 정리하기 시작했고, 취재기자에게도 현장의 실태를 확인하는 연락이 오기도 했다.
이 같은 일련의 과정을 통해 앞으로 수 백, 수 천억원이 투입될 동해안 해안침식 방지 공사가 제대로 정착되길 기대해 본다.
끝으로, 함께 고생한 동료들과 취재에 전념할 수 있도록 도와준 데스크와 동료 선후배께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