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4회 지역보도부문 기획보도상_광복 70년 특집 다큐-일제의 침몰 ‘주산마루’_KBS 제주 채승민 기자

70년 전 우리 바다에선 무슨 일이?
 
쉬운 것은 하나도 없었다
태평양전쟁 말기, 일제와 관련한 자료, 기사 등을 찾아보니 내용을 대략 알 수 있었다. 그곳에 침몰한 일본 군함은 4,000톤급의 수송선 주산마루壽山丸였다. 일단 바닷속에 있다는 배를 확인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취재진, 잠수부와 수중탐사팀을 꾸렸다. 이번 취재를 위해 처음으로 공기통을 메고 바닷속으로 들어갔다. 2번의 실패, 마지막으로 나선 3번째 탐사에서 겨우 실체를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배의 모습은 알아보기 어려웠다. 이것이 배라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정밀조사가 필요했다. 한정된 예산과 일정, 인원의 한계로 열흘 안에 모든 것을 마무리해야 했다. 유압 장비와 배를 구해서 수중에서 호스를 연결하고 선체 잔해 주변을 훑어내기 시작했다. 다행히 날씨가 좋아 열흘 가운데 일주일을 조사할 수 있었다. 군인의 철모와 탄피, 일부 장비의 부속품 등을 건져 올려서 확인할 수 있었다. 조사 막바지에서는 까맣게 변한 유골도 나왔다. 유골은 해경에 신고한 뒤 해경을 통해 국과수에 감식을 의뢰했다. 수중조사와 별도로 관련사건 자료도 계속 찾아다녔지만 큰 성과는 없었다. 일제 강점기 연구에 대한 전문가를 순회하듯이 찾아다녔지만 당시 전반적인 상황과 그런 사건이 벌어졌다는 것만 알고 있을 뿐 전문적인 자료를 국내에서 얻기는 어려웠다. 결국, 국내 전문가를 통해 일본에 있는 전문가의 도움을 얻어야 했다. 그만큼 우리 바다에서 벌어졌던 해전海戰에 대한 연구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었다.
 
취재와 연구는 지금부터!
1945년 4월 14일 새벽, 제주도 한림과 비양도 바다에서 벌어졌던 미 잠수함과 일제 군함의 전투. 미 잠수함이 7발의 어뢰로 일제 군함 2척과 수송선 1척을 격침해 500~600명이 전사한 역사적인 사건.
침몰 수송선의 경우 일본의 민간단체인 해운조합이 설립한 자료관에서 1장의 자료나마 확인할 수 있었다. 당시 우리 바다에서 침몰한 일제 군함은 2백 척에 이른다. 전 세계에서 침몰한 선박은 3천 척이 넘는다. 취재팀이 이번에 일제 수송선의 선체 잔해를 확인했지만, 같은 전투에서 침몰한 일제 군함 2척은 제원 정도만 남아 있을 뿐 자료 찾기가 어려웠다. 패망의 역사를 점점 감추려고만 드는 일본 정부의 방침과 연관이 있으리라…. 차디찬 바다에 침몰한 배에는 당시 강제 징용됐던 한국인들이 타고 있었고, 격침과 함께 희생된 것을 이번 취재를 통해 조금이나마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제주 바다에 침몰한 수송선에 중국으로 운반해 전투를 쓸 요량이던 39발의 어뢰가 실려 있었던 것도 생존자의 증언으로 들을 수 있었다. 거의 유일한 이 생존자는 올해 90살의 노인으로 제주에 다시 오고 싶어 했지만, 건강 문제로 올 수 없었다.
당시를 기억하는 생존자와 학자가 점점 줄어들고, 일본 정부는 과거의 반성은 무시한 채 군국주의 부활을 꾀하고 있다. 지난 1944년과 45년 사이 우리 바다와 전 세계 바다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취재와 연구가 필요한 이유다.
 
취재팀은 바닷속에서 발견한 유골을 매개로 일본 아사히신문과 공조 취재를 하고 있다. 이 유골에 대한 유전자 감식 결과가 일본 측으로 통보된 지 한 달이 넘었지만, 어떻게 진행되는지 소식이 없다. 우리는 유골의 신원이 확인될 때까지 취재를 계속할 것이다. 70년 동안 바닷속에 있던 것을 뭍으로 조금 끄집어냈을 뿐 아직 해야 할 일이 많다. 이번 취재를 계기로 제주와 국내에서 관련 연구가 활발히 진행됐으면 하는 바람도 가져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