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4회 뉴스부문_임금피크제 도입시 효과 과장 보도_SBS CNBC 권지담 기자

# 임금피크제, 정부 효과 믿을 수 있나?
임금피크제 도입 필요성을 둘러싸고 사회적·정치적 논란이 뜨거웠다. 임금피크제는 노사정위원회 대타협의 핵심 의제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 노정은 임금피크제 효과에 대한 구체적 데이터가 없는 상태로 대립했다. 임금피크제를 시행해 청년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는 정부의 발표는 매일같이 이어졌다.
하지만 어느 언론사도 정부가 주장하는 임금피크제 효과에 구체적인 반박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임금피크제에 대한 토론도 구체적 수치보다는 진영 논리를 중심으로 생산됐다.
3개월 전, 우리 팀은 구체적인 정부의 효과를 검증해보자는 취재 목표를 설정하고 본격적인 취재에 돌입했다. 하지만 국회와 노동부, 기재부 어디에서도 확실한 자료와 데이터를 구할 수 없었다. 답답한 상황이 계속됐다.
 
# 극단적 과장 위에 세워진 임금피크제 효과
“좋은 기사 써주세요.” 답은 선의의 뜻을 가진 관계자들로부터 얻을 수 있었다. 밤낮과 주말을 가리지 않고 정부의 임금피크제 효과와 관련된 보고서를 분석하고 의문을 끈질기게 물었던 열정이 통하는 순간이었다. 문건에는 크게 두 가지 주장이 들어있었다. 임금피크제 대상자는 소수에 불과해 정부의 임금피크제 효과는 과장돼 있으며, 청년 고용 효과가 미미하다는 것. 이를 증명할 데이터는 정부가 쓴 보고서 속에 있었다. 정부가 지난 7월에 발표한 ‘청년 고용절벽 해소종합대책안’에는 내년 정년연장 의무화 시행으로 향후 3년간 모두 30만 명의 근로자가 노동시장에 남아있는다고 돼 있다. 또한, 임금피크제를 도입해 내년부터 4년간 인건비 26조 원을 절감할 수 있고, 이로 인해 31만 명 청년의 신규채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주장의 근거인 한국노동경제학회와 한국경제연구원의 보고서를 자세히 살펴보니 전제 자체가 과장돼 있었다. 2012년 기준으로 5년 이상 근속한 54세에서 56세인 근로자 모두가 정년연장법이 시행되는 내년에 노동시장에 남아있다는 가정이 전제돼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퇴직연령인 50대 중반 근로자 중 정년을 이유로 그만두는 비율은 5%도 되지 않았다. 정년 연장 혜택을 볼 수 없는 계약만료자와 질병으로 인한 퇴직자 등까지 포함돼 있던 것이다.
 
# 임금피크제라는 호수에 돌을 던지다.
숫자로 증명한 본보 보도의 파장은 강했다. 정부가 근거로 한 기본 데이터의 과장을 밝히면서 임금피크제에 대한 사회적 토론은 더욱 활발해졌다. 노사정 대타협의 당사자인 노동계가 제일 먼저 반발했고, TV 토론회와 국정감사장에서 임금피크제 필요성에 대한 논의가 최대 이슈로 부각 됐다. 모두가 당연하게 넘겼던 임금피크제 효과를 재점검하고 막연한 발표에 기댔던 관련 이슈 보도를 진일보시켰다는 점에서 보도의 의의를 두고 싶다.
복잡하고 어려운 통계를 끙끙대며 검증하고 또 검증했던 시간이 빛을 발하던 순간이었다.
정부의 핵심 과제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기에 보도가 나가는 순간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했다. 세 편의 리포트는 보고서와 관련 데이터를 수십 번 확인하고 문장과 단어 하나, 세세한 표현까지 고민한 끝에 나올 수 있었다.
끝으로 어려움을 무릅쓰고 기사를 보도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 제보자들과 문건을 입수한 후부터 후속보도까지 냉철한 분석과 따뜻한 조언을 아끼지 않으신 부장과 선배들께 감사를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