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3회 지역보도부문 뉴스상_심판이 선수, 불공정 교장 공모제_전주MBC 강동엽 기자

취재 착수 계기
전북 순창과 김제, 전주에서 잇따라 메르스 환자가 발생하면서 휴업한 학교현장의 분위기를 취재하느라 바빴던 지난 6월, 우연히 마이스터고인 군산기계공고가 개방형 교장 공모를 진행한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개방형 공모제는 교장 자격증이 없어도 해당 고등학교 교육과정과 관련된 업체에서 근무하고 있는 인사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능력만 있으면 다양한 산업체 인사들이 교육현장에서 노하우를 전수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한편으로는 특정인에 대한 특혜 시비로 논란이 심심치 않게 불거지기도 합니다. 때문에 공모제에 관심을 갖고 지원자의 면면을 살펴보기로 했습니다.
취재에 들어가면서 지원자 가운데 각각 1,2차 심사주관기관에 소속된 도교육청 장학사와 학교운영위원 출신이 포함된 사실을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심지어 도교육청 장학사가 소속된 부서는 마이스터고를 관리하는 곳이었습니다. 순간 ‘이건 뭐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반업체에서도 인사에 개입할 여지가 있는 사람이 지원자 명단에 포함돼 있으면 논란을 불식시킨다는 이유로 배제하는 마당에 교육당국이 이들을 제한하지 않은 것은 스스로 오해와 논란을 자초하는 격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교육청에서 진행하는 공모제의 지원자격 기준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꼼꼼히 취재해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취재과정에서 부딪힌 난관과 희열, 극복과정
상대적으로 영향력이 떨어지는 학교 소속 교사와 지역교육청 직원은 배제하면서 심사주관기관 출신 인사는 참여해도 된다는 이상한 공모제의 자격기준, 둘 중 누가 되더라도 제 식구 챙기기 또는 나눠먹기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음에도 공모제를 강행하는 이유가 궁금했고 한편으로는 교육청 스스로가 문제를 바로잡기를 바라는 마음에 첫 보도를 냈습니다. 보도가 나가자 신문과 방송 통신사 등 여러 언론사가 불공정 논란을 기사화하고 군산지역 시민사회단체가 재공모 촉구 성명을 발표했지만 도교육청은 공모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는 입장만 되풀이했습니다. 인사담당자들도 지원자가 그렇게 될 줄 몰랐다면서 오히려 다른 시.도교육청에서도 마찬가지로 자격제한을 두지 않는다며 당당했습니다. 하지만 논란이 있자 교육당국은 지원자 간 공개상호토론을 끼워 넣고 논란을 서둘러 덮으려는 듯한 행동을 취했습니다. 후속보도로 이전 공모제에서도 도교육청 과장이 지원에 교장이 됐다는 점을 보도하며 여론의 관심을 계속 이어갔습니다.
문제는 있어 보이는데 답을 찾을 수 없는 답답한 상황에 빠졌습니다. 교육부의 상위 규정을 확인해보니 지원자격에 대한 세부 규정은 교육청에 일임을 한 상태라 규정상 문제는 없었습니다. 특히 전형이 비공개된 데다 심사위원들은 심사과정을 외부에 누설하지 않겠다고 서약까지 한 상태여서 제대로 문제를 밝혀 낼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장애물이 있다고 해서 석연치 않은 일을 그냥 덮어둘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고 심사위원들에 대한 정보를 파악해 나갔습니다. 물론 전부다 알 수는 없었지만 취재원을 통해 다행히 몇 명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들은 취재에는 공감하지만 서약서 탓에 또는 자신들이 소속된 도교육청과 싸워야 한다는 부담감에 상당히 말을 아꼈습니다. 하지만 취재를 통해 심사위원들의 1차 점수표가 석연치 않은 이유로 재작성됐다는 얘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복수의 확인을 통해 재작성되기 전의 점수표는 심사위원들의 서명까지 완료된 문제가 없는 점수표임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지원자격에서부터 시작된 불공정 논란이 논란을 넘어 사실임이 확인된 것입니다. 공모계획서를 확인해보니 각 전형마다 과락 점수가 있었고 1단계에서 과락 점수를 넘지 못하면 2단계에서 아무리 높은 점수를 받아도 탈락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점수 재작성은 불공정을 넘어 위법의 소지가 있다는 단독보도를 냈습니다. 취재가 시작되자 뒤늦게 학교를 찾아 실태파악에 나선 도교육청은 보도 내용이 모두 사실이라고
인정했습니다. 도교육청은 점수표 재작성이 중대한 절차상 하자에 해당한다며 2단계 도교육청 심사를 앞두고 공모를 철회했습니다. 그러면서 1차 심사표 재작성을 통해 합격자가 2명에서 3명으로 늘어났다고 밝혔습니다. 단독보도 이후 공모제가 철회되자 한편으로는 아쉬움이 들었습니다. 만약 도교육청이 그래도 공모를 강행했다면 비공개된 심사위원을 논란이 된 지원자가 접촉한 사실을 후속 보도할 준비를 했기 때문입니다. 도교육청은 심사점수를 무단으로 재작성하며 규정을 위반한 학교 관계자와 비공개된 심사위원을 접촉한 지원자에 대한 조사에 나섰습니다.
 
노하우
교육을 출입하면서 시민사회단체 또는 교원단체와 평소에도 돈독한 관계를 유지한 것이 취재에 큰 도움이 됐습니다. 때문에 도교육청에 한정되지 않고 군산지역 전반에 폭넓은 취재가 가능했습니다. 벽에 부딪힐 때마다 취재원들의 도움이 모아졌기 때문에 심사표 재작성이라는 절차상 문제를 취재할 수 있었습니다.
 
이 기사를 통해 말하고 싶었던 것
‘교장 자격증과 관계없이 우수한 인사를 초빙해 학교를 발전시키겠다는 개방형 공모제의 취지를 교육당국이 스스로 무너뜨린 꼴이 돼 버렸다.’ 기사를 통해 이 말을 하고 싶었습니다. 논란이 처음 제기됐을 때 교육당국이 허술한 자격기준에 대해 사과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했다면 보도는 더 이상 나오지 않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교육청은 학생 8백여 명의 교육을 책임지는 학교장을 뽑는데도 논란에 대해 뒷짐을 지는 태도를 보였고 이 같은 행태에 경종을 울리고 싶다는 생각이 취재에 녹아들었다고 생각합니다. 교육당국이 자부하던 공모 절차의 문제로 결국 교장 임용이 반년 가량 미뤄지면서 아무 잘못이 없는 학생들이 피해를 보게 됐습니다. 이번 취재를 계기로 학교 현장만큼은 인사를 둘러싼 잡음이 없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