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3회 지역보도부문 기획보도상_전통시장, 아주 특별한 동거_KBS청주 함영구 기자

<전통시장, 그 아련한 기억을 떠올리며>
어린 시절 부모님 손을 잡고 전통시장에 가본 기억들 한두 번쯤은 있을 겁니다. 북적이는 시장에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가격 흥정을 하는 부모님에게 알사탕 하나 사달라며 옷자락을 붙잡고 늘어졌던 아련한 기억이 저에게도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아직 제 자식들에게 그런 추억을 새겨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대신 백화점이나 대형 마트에서 카트에 아이들을 싣고 장을 보며, 장난감을 사달라는 아이들을 달랜 기억밖에 없습니다. 이미 전통시장은 과거의 것이 돼 버리고, 그 자리에 대형마트나 백화점이 차지했기 때문이겠지요. 어떻게 보면 비슷해 보일 수도 있지만, 두 기억은 전혀 다른 경제적 효과를 가지고 있습니다. 수많은 상인들이 만들고 운영하고 있는 전통시장과 특정 대기업이 운영하는 백화점, 대형마트의 장보기는 전혀 다른 경제적 효과를 가져오기 때문입니다.
 
@@전통시장, 무엇이 문제인가?
전국에는 1,200개가 넘는 전통시장이 있습니다. 이 곳에 종사하는 상인들만 30만 명이 넘습니다. 한때는 대부분 가계의 소비가 전통시장을 통해 이뤄졌습니다. 하지만, 전통시장의 자리는 대기업들에 의해 잠식당했습니다. 매년 수십 곳의 대형마트가 생기고 백화점이 들어서면서 전통시장의 매출은 큰 폭으로 줄어들었습니다. 30만 명에 이르는 상인들의 매출과 수익이 감소했습니다. 결국 서민경제의 기반인 이들의 소비도 위축되면서 악의 경제순환이 시작됐습니다. 때문에 전통시장을 살려야 한다는 목소리는 대형마트가 들어서기 시작한 지난 1993년부터 시작됐습니다. 관련 규제와 제도도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정부는 매년 2천억 원의 예산을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투입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전통시장은 어렵습니다. 고객들이 외면하고 상인들까지 떠나고 있습니다. 법과 제도가 갖춰지고, 수많은 예산이 들어가고 있는데, 무엇이 문제인지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동안 수많은 언론에서 전통시장의 문제점과 해결방안에 대해 언급해 왔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어려운 전통시장, 그래서 또다른 차원의 전통시장 활성화 방안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기존의 전통시장 활성화 제도와 예산 투입에 대한 비판이기도 했습니다. 어려움에 처한 시장 상인들을 만나고, 관계 기관의 전문가들로부터 조언을 얻고, 각종 해외 우수사례를 찾아봤습니다. 그 결과 우리의 전통시장은 ‘우물 안 개구리’였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대형마트와 백화점이 전통시장을 빼앗고 있다는 고정 관념에 매몰돼 전통시장의 본질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경쟁과 대립’이 아닌 ‘상생과 협력’
전통시장 자체에 대한 의문도 들었습니다. 대형마트와 백화점, 인터넷 쇼핑과 개인 직거래 등 유통구조가 바뀌고 있는 상황에서 전통시장이 과연 무엇을 했고, 무엇을 할 것인지, 앞으로 무슨 역할을 하고 있는 지를 묻고자 했습니다. 결과는 전통시장의 의식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유통구조의 변화 속에서 전통시장이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소비자들에게 보다 쉽게 다가서는 것이었습니다. 대형마트와 싸워서 이기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에게 친숙하게 다가서는 방법, 그것은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이 ‘경쟁과 대립’이 아닌 ‘상생과 협력’ 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됐습니다. 예산 지원과 제도 개선보다 전통시장이 스스로 피해의식에서 벗어나는 것, 경쟁자들과 동등한 입장에서 손을 잡고 협력하는 것이었습니다.
 
@@고정 관념에서 벗어나야..다양한 해외 사례 발굴
대부분 어려움에 처한 전통시장은 구도심에 위치해 있습니다. 도시가 확장하고 생활권이 변하면서 구도심은 공동화되고 있습니다. 상권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소비자를 끌어들일 유인책이 없다면 전통시장은 쇠퇴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 쇠퇴의 길을 막아줄 방법 중에 하나가 바로 대형마트와 백화점에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아직 깨닫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실제 외국사례에서는 공동화된 구도심에 대형마트와 백화점, 대형 유통업체를 유치하면서 상권이 살아나고, 더불어 전통시장이 활성화 되고 있었습니다. 대립적인 전통시장과 대형마트가 상권을 살리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각종 행사와 홍보를 함께 기획하며, 소비자들을 끌어들이고 있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그동안 각종 언론에서 수없이 제기됐던 전통시장의 활성화 방안에 대한 고정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새롭고, 보다 현실적이며, 쉬운 대안을 찾고자 했습니다.
 
@방송 그 이후…
실제 이같은 시도는 프로그램 방송 이후, 중소기업청과 전국 지자체, 시민단체와 상인연합회 등에서 호평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남는 아쉬움이 있다면, 경쟁과 대립에서 상생과 협조라는 의식 전환의 메시지만 전달했을 뿐, 보다 구체적인 전통시장 활성화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앞으로 저를 비롯해 수많은 언론인과 정부 관계자, 전통시장 상인들 모두가 찾아나가야 할 부분일 겁니다.
마지막으로 프로그램 제작 과정에서 많은 조언을 아끼지 않았던 동료 선후배, 학계 전문가들과 촬영과 제작에 기술적 도움을 준 제작진에게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