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3회 기획보도부문_종교인가 사업인가 '떴다방 포교당'_SBS 최우철 기자

종교라서 처벌이 없다니속내를 까발렸다
새로운 부조리를 접할 때, 기자의 가슴은 뛴다. 이놈을 알리는 것만으로 공익에 복무했다는 기쁨이 온다는 걸, 기자는 안다. 잘 된 취재와 매끈한 고발기사. 두 과정을 잘 거치고 세상에 내놓을 완성품을 떠올리며, 휴대전화 숫자판은 분주히 번쩍댄다. 하지만 취재가 마무리될 때 쯤, 믿고 싶지 않았던 진실과 마주하는 불행도 잦다. 처벌 법규가 없다는 걸 알게 된 순간이다. 장마철 무너진 옹벽을 바라보는 심경. 분명 문제는 문제인데, 부조리의 성장 배경에 입건도 기소도 불가한 사각지대 있었단 사실이 확인되면 모두 원점이다.
‘종교인가 사업인가 – 떴다방 포교당'(7월 14일, 8월 4일 SBS 뉴스토리)의 초벌 취재 당시 내게도 이런 불행이 닥쳤다. 오랜만에 기자다운 순간이 왔는데, 비빌 언덕이 없었다. “엄연한 불법입니다.” 라고 못 꾸짖으니 속만 탔다.
 
법으로 처벌 못하기에속내를 방송하다
포교당은 원래 불자 수행이나 교리 공부를 돕는 곳이라고 들었다. 하지만, 서울 도심에서 성업 중인 유사 포교당은 불교와는 무관한 ‘쩐’의 세상이었다. 여기서 포교의 목적은 현금을 많이 뜯는 것뿐이었다. 수익원은 불상이나 위패를 절에 봉안해 주는 대가로 받는 수수료. 최소 128만 원에서 그 10배 이상, 전액 현금이었다. 할머니들이 전액 절에 들어가는 줄 믿고 바친 돈이다. ‘떴다방’식으로 석 달 간 생겼다 사라지니, 당연히 세금도 없다.
업자들은 수도권에만 많을 땐 1천개 가까운 유사 포교당이 경쟁한다고 했다. 그런데도 불법이라며 공론에 부칠 수 없었다. 죄형법정주의를 따르는 사법기관의 잣대엔 기소 요건이 안 됐기 때문이다. 객관적인 잣대로 고발하는 게 어려운 상황이었다.
주관의 영역에서 부조리를 입증하기로 방향을 틀었다. 유사 포교당 업자들이 스스로 풀어내는 이야기를 옮기기로 했다. 왜 이 사업에 뛰어들었으며, 노리는 건 무엇인가. 그들이 자기 관점에서 풀어내는 이야기에 진짜 속내가 있다. 그건 사기 혐의는 아닐지언정, 분명 사기꾼 심보였다.
속내를 음성파일로 담으려니 대면 취재가 필요했다. 7월 초, 위장 취업을 했다. 택배기사들이 입는 조끼를 샀다. 한손엔 몰카를 들고, 조끼 주머니엔 녹취기를 넣고 다녔다. 유사 포교당 업주는 대부분 노인 상대 떴다방식 홍보관 업자들이었다. 그들에게 선물용 물품을 납품하는 업자들을 만났다. 일을 배우겠다며 조수로 데려다 달라는 부탁을 했다. 그로부터 업계 용어를 익혔다. 홍보관에서 포교당으로 전업을 생각 중이라며, 비교적 고수익을 올리고 있는 포교당 업주를 골라 접근했다. 그들은 할머니들의 “코를 꿰어”, 불상과 위패 봉안 수수료로 챙길 현금에만 관심이 있었다. 한 포교당 업주는 자신을 교회 장로라고 소개했다. 업자 한 명은 “종교는 자유야. 포교당은 사업이야.”라는 말로 전업을 독려했다. (기자는 누구의 의심도 사지 않는 현실이 다소 씁쓸했다.)
할머니들이 거액의 현금을 내는 행위는 종교 행위에 속한다. 사찰 입장에선 이런 돈이 기부금에 해당한다. 그런데 이 돈의 약 70%를 포교당 업자들이 가져간다. 사찰도 할머니도 종교 기부금이 이렇게 분배되는지 모른다. 대부분 사찰들은 그저 신도가 늘어난다는 사실에 만족해, 도심 유사 포교당의 행태에 간여하지 않고 있었다. 사정이 이런데도! 처벌할 법규는 없다. 형법상 범죄가 아니란 얘기다. 범죄자도 피해자도 없다.
피해자 대부분이 피해 사실을 모르는 상황. 결국 할머니들이 왜 포교당 업주를 믿고 거액을 건네는지 들어야 했다. 여기에 불교와 무관한 갖가지 풍습과 기제사 면제 등 거짓 교리가 판치고 있었다. 조상 제사를 지내는 기제사 문화는 유교 문화에 속한다. 포교당 업주들은 절에 위패를 모시면, 스님들이 평생 제사를 지내주며 기제사도 지낼 필요가 없다고 할머니들을 속이고 있었다. 해당 사찰들은 펄쩍 뛰었다. 이렇게 현금 헌납을 유도한 유사 포교당 문을 닫겠다고 밝혔다.
 
종교를 빙자한 노인 등치기대책은 과세
서울 안에서도 강남3구엔 유사 포교당이 없다. 경찰 출입처로 따지면, 혜화도봉 그리고 관악라인에 포교당은 밀집해 있다. 비교적 소득이 적고 독거노인이 많을수록, 노인의 쌈짓돈을 노린 범죄가 많은 것과 이치가 같다. 기자는 그들의 입에서 나온 말을 통해, 그들의 심리를 공개했다. 그들은 가장 약하고 순진한 할머니들 거주지에 찾아와, 거짓말로 현혹해 현금을 뜯어가려고 포교당 간판을 내걸 뿐이었다.
8월 4일 2편을 제작하는 과정에선, 전편에서 수집한 정보를 경찰에게 모두 넘겼다. 경찰은 유사 포교당 5곳을 압수수색할 계획을 세우고 검찰에 영장을 신청했지만, 해당 지검 검사는 기각했다. 법리 검토결과 처벌 조항이 없어, 난색을 표했다는 얘기를 나중에 들었다. 촬영하고 녹음한 음성은 범죄자의 그것인데, 법으로 처벌할 수 없었다. 결국 사실상 유사 포교당을 단속할 수 없다는 내용을 제외하고, 해당 수법과 업자의 속내를 낱낱이 공개하는 방향으로 속편이 방송됐다.
‘처벌 법규 마련이 시급합니다.’ ‘사법기관의 면밀한 감시가 필요합니다.’ 신종 부조리 고발기사의 클로징은 대개 이렇다. 이번만큼 이런 멘트를 힘주어 녹음했던 적이 없었다. 감시와 처벌이 아니어도, 대책은 준비돼 있다. 바로 종교인 과세다. 각 사찰과 종단의 재정 투명화가 이뤄질 때, 종교의 이름을 빙자한 부조리는 자랄 수 없다. 이번 보도가 그 필요성을 뒷받침하는 생생한 논거로 쓰이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