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2회 지역보도부문 기획보도상_돌직구40 "소독약이 사람 잡는다"_울산MBC 설태주 기자

엉터리 내시경 소독약 실태를 취재하며
 
전국 병의원 절반 이상 싸구려 엉터리 내시경 소독제 사용
지난 4월 울산MBC 탐사보도부로 한통의 제보 전화가 울렸다. 제보자는 제약업계에서 수십 년 근무했다는 한 영업사원, 그는 시중의 상당수 병원에서 거의 물과 다름없는 소독약으로 내시경을 소독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국민 누구나 건강관리를 위해 한 번씩은 해봤을 검사에 제대로 소독 안 된 내시경을 쓴다? 그리고 그 내시경은 수많은 사람에게 재사용한다…?
지인인 의사에게 물어봤더니 이미 의료계 내부에선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제작진은 곧바로 취재에 착수, 우선 울산지역 병의원을 대상으로 내시경 실을 몰래카메라로 확인했더니 대부분 제보 내용대로 미 허가 약품을 소독약으로 쓰고 있었다. 더 나가 전국의 병의원 3백 곳을 무작위 샘플 조사한 결과 응답한 병원의 절반 이상인 56%가 식약처 승인을 받지 않은 일반 조리기구 소독용 약품을 쓰고 있다.
해당 미 허가 약품들은 외국에서도 사용된다. 단 병원에서 직접 제조 기계를 사서 약효가 떨어지기 전인 3일 안에 써야 한다. 하지만 국내 상당수 병원은 정품의 절반 가격 이하인 이 약품을 제약업체에서 납품받아 일주일 이상 쓰고 있다. 특히 취재 과정에서 놀란 점은 대부분 병의원에서 내시경 소독 업무를 전문성이 떨어지는 간호조무사들에 맡겨 약품 교체 시기가 지켜지지 않고, 의사들도 약품의 특성에 대해 잘 모른다는데 있었다. 하루에도 수십 명이 사용하는 내시경을 효과 없는 약품으로 눈속임하는 것이다.
내시경은 제 아무리 소독하더라도 다른 환자의 균이 일부 남아 있을 수밖에 없는데 허약한 사람들에게는 이 균이 생명에 치명적일 수 있다. 올 초 미국에서 100명이 넘는 환자가 내시경 균에 감염돼 상당수가 숨진 사건은 전 세계에 충격을 주었다. 전문가들은 내시경 균이 몸에 들어가더라도 곧바로 반응하지 않기 때문에 즉시 사망에 이르지는 않는다 한다. 그러나 면역력이 약한 노약자나 환자들은 각종 합병증을 유발해 목숨까지 위험할 수 있다. 하지만 국내서는 아직까지 정확한 통계조차 잡히지 않고 있다.
 
의사들에 휘둘린 대한민국 보건체계보건복지부 3년 동안 방치
싸구려 공산품 소독제로 내시경 소독한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작업이 가장 어려웠다. 병원들이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내시경 실 공개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시경 소독약 판매상이나 내시경 세척기 판매상을 가장해서 각 병.의원을 찾아 다녔는데, 세척실에서 미 허가 공산품 소독약을 확인했을 때,‘바로 이거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보도 이후 많은 시청자가 해당 병원에 항의 전화를 하거나 찾아가 업무가 마비될 지경에 이르렀다. 일부는 더 이상 병원을 믿지 못하겠다는 말까지 했다.
의약품이 아닌 소독약으로 내시경을 소독하는 것은 엄연한 불법이다. 그런데 전체 병.의원의 절반 이상이 현재 공산품 소독약으로 내시경 소독을 하고 있다. 내시경학회는 자체 검사 결과, 공산품 소독약이라도 3일 안에만 사용하면 소독효과가 문제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것은 국민안전을 위해 만들어진 보건복지부나 식약처의 최소한의 소독규정조차 무시하겠다는 말이며 보건복지부 위에 학회가 존재한다는 얘기다. 결국 국민건강을 의사들이 알아서 하겠다는 얘기 밖에 안 된다. 이 문제는 3년 전에 이미 국회 국정감사에서 지적된 문제인데도 보건복지부는 여전히 이에 대한 지침조차 만들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리고 그동안 제대로 된 단속도 이뤄진 적이 없다. 결국 이번 메르스가 병원 안에서 증폭된 것은 병의원내의 소독에 문제가 있음을 말해 주고 있으며, 대한만국의 국민보건체계가 의사들에게 휘둘려 왔다는 점을 말하고 싶었다. 실제 메르스가 발생했던 병원 중 한곳에서는 사용했던 소독약이 전혀 효과가 없었다고 소독약 제조회사를 고발한 사례도 있었다. 결국 보건복지부가 그동안 국민 보건안전보다는 의사들의 이익만 챙겨주는 쪽으로 일해 왔다는 사실을 고발하고자 노력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