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1회 뉴스부문_‘경력판사 지원했는데… 국정원이 비밀면접’ 등_SBS 박상진 기자

대법원은 여전히 침묵 중

지난 3월 초 서울시내 모 처. Q씨가 입을 열었다. “지난해 국정원 직원이 경력판사 전형과정에서 후보자들을 만나 면접을 실시했다고 합니다. 그 과정에서 부적절한 발언도 있었다고 하네요.”
‘왜 국정원 직원이 판사를 만나 면접을 했을까’, ‘이것이 가능한 일일까’, ‘설령 국정원이 그런 일을 했다고 해도 당사자들이 가만히 있었을까’ ‘법원은 모르는 일일까’ 순간 여러 의문점이 생겨났다. 하지만 없는 이야기를 허투루 지어낼 정도로 신빙성이 없는 소스가 아니었다. 우선 주변 법조인들을 상대로 탐문취재에 돌입했다.
설마 그런 일이 있었겠어?”
접촉한 법조인 대부분의 반응은 ‘놀람’과 ‘의아’ 였다. 자신들이 판사로 임관할 때 국정원으로부터 연락이 온 일은 없었다고도 했다. 문의를 해 본 사람들이 사법연수원 수료 후 바로 판사로 임관한 사람들이라 그런 건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Q의 말대로 국정원은 5년 이상 변호사 생활을 해 온 경력판사들만 접촉했다는 말인데, 결국 실제 국정원에서 접촉을 했는지, 접촉을 했다면 무엇을 물어봤는지 등을 확인할 수 있는 대상은 당사자들 이외에 없었다.
내용 확인을 위해 이들 명단부터 찾아야 했다. 다행히도 이들이 누구인지는 기사를 통해 알 수 있었다. 또 법원 인사 공고를 통해 그들이 현재 어느 법원에 배치돼 있는 것 까지도 확인이 가능했다. 하지만 공개된 연락처가 없었고 ‘실제 이들을 접촉했을 때 국정원 접촉 사실이 본인 입장에서 내심 부끄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면 의무도 없는 일에 과연 확인을 해 줄 것인가’ 하는 의심이 들었다.
때문에 이들 가운데 누구를 첫 취재대상으로 삼을 것인가는 매우 중요했다. 아무나 골랐다가 당사자가 내용을 부인하고 같이 임용된 사람들에게 ‘SBS가 이런 내용을 알아보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취재 자체가 교착상태에 빠질 우려가 있었다. 무턱대고 들이대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판단이 섰다. 다시 주변을 돌았다. 이들 각각의 동창, 연수원 동기, 지인, 지인의 지인 등을 통해 개인 연락처는 물론 성향, 성격 등을 파악했다. 어느 정도 준비가 됐다고 판단한 뒤 당사자들을 상대로 확인취재에 돌입했다.
국정원 접촉 실제로 있었다
예상대로 당사자들은 취재를 거부하거나 법원행정처에 문의하라는 대답 이 외에는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기자 전화번호를 아예 수신거부 해 놓기도 했다. 하지만 국정원 접촉 여부를 묻는 질문에 어느 누구도 “그런 적이 없다”고 말하지 않았다. 때문에 취재내용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은 확신했다. 지난한 공방이 이어졌고 결국 조심스럽게 입을 여는 사람들이 나왔다. 이 과정에서 국정원의 경력판사 후보자 접촉이 지난해에만 있었던 것이 아니라는 취재 단서가 나왔고, 이후 2014년 이전에 임명된 경력판사들에 대한 취재를 통해 국정원이 임용 예정자가 아닌 지원자를 접촉한 사실 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후 국정원과 대법원에 내용 확인을 요청했다. 국정원은 “법적근거가 있는 신원조사”라고 답했지만 경력판사들만을 접촉한 이유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대법원또한 “적법한 신원조사”라며 “신원조사 방법은 법원에서 관여하거나 간섭할 영역이 아니다”라고 했다. 하지만 보도 후 열흘도 지나지 않아 법원행정처장은 법원 내부통신망에 글을 올렸다. 국정원의 부적절한 면접 사실이 있었고 필요한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대법원은 국정원의 비밀면접을 받은 대상자들의 명단이 어느 단계에서 국정원에 넘어갔는지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고 있다. 또 SBS의 의혹제기 당시 사실관계조차 파악하지 않고 ‘아무 문제가 없다’고 답한 이유도 말하지 않고 있다. 해당사안을 취재했던 기자로서 이 부분에 대해서도 계속 관심을 놓지 않고 지켜볼 것이다.
취재 과정에서 고생을 많이 한 박원경 기자와 손승욱 팀장, 최우철 기자, 격려와 지지를 아끼지 않은 기획취재부 고철종 부장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또 취재가 막힐 때마다 다방면에서 많은 도움을 준 여러 법조인들에도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끝으로 항상 응원해주시는 부모님과 든든한 지원군 아내, 어린 아들에게 수상의 기쁨을 돌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