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0회 뉴스부문_한국 미세플라스틱 오염 세계 최고..국내 첫 조사결과 입수_MBC 남재현 기자

스티로폼 역습에 신음하는 우리바다

 
“마치 우리가 숨을 쉬는 것처럼,
이제 우리가 플라스틱을 먹는 건 일상이 될 거예요”
인터뷰를 마치고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심원준 박사는 마지막 인사를 하고는 다시 연구실로 들어갔습니다. 눈을 감고 코끼리 다리를 더듬는 심정이었습니다. 저 역시 미세플라스틱이 무척 생소했기 때문입니다. 얼마만한 크기의 플라스틱을 미세플라스틱이라고 부를 것인 지에서부터 관련 논문을 찾기도 쉽지 않았고 선행 연구자료도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그런데 해변에서 모래를 채로 거르면서 바닷가에 쌓여 있는 스티로폼 부표 쓰레기들을 보면서 서서히 정체를 알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도대체 왜 우리 바다의 미세플라스틱 오염이 세계 최고일까”
취재를 하던 중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이 3년 전부터 실태조사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국내 첫 실태조사였습니다. 당연히 조사결과는 ‘비공개’. 자료를 받기까지 3개월이 넘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연구진들도 선뜻 이야기를 해 주지 못했습니다. 자칫하면 연안 양식업이 큰 타격을 입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전국 모래해변, 다른 7개 나라보다 평균 13배 ↑”
처음 보고서를 받아들고는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까지 믿어야할지 잠시 고민에 빠졌습니다. 전국 모래해변 18곳, 평균 오염도가 다른 7개 나라 평균보다 13배나 높았기 때문이었습니다. 혼자 고민할 일이 아니었습니다. 차라리 보도가 나간 뒤 공개적으로 검증을 받고 우선 실태를 먼저 아는 게 중요해 보였습니다. 서해안과 남해안에서 양식업이 활발한 곳의 수치가 높았습니다. 가장 정밀하게 조사가 된 곳은 경남 거제와 진해 앞바다. 3년간 샘플조사를 한 해상 32곳, 바닷물 1제곱킬로미터에서 평균 55만개의 미세플라스틱이 나왔습니다. 몇 안 되는 해외 선행 연구자료를 구해 비교에 들어갔고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오염 원인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문제는 양식장”
문제는 양식장에 설치된 스티로폼 부표. 스티로폼 부표 아래에 줄을 매달고 사시사철 바다에 띄워두는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양식기술과 부표 재료가 문제였습니다. 실제 우리 해안과 해상의 미세플라스틱의 성분을 분석했더니 95%가 발포 스티로폼에서 나오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스티로폼 부표 대신 바지선 같은 양식장 틀을 띄워 놓고 양식을 하는 일본이나 속이 빈 플라스틱 통을 연결해 쓰는 중국과 다른 방식이었습니다. 최근 중국이 우리나라 방식을 쫓아 양식설비 재료를 바꾸고 있다는 것이 새로운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잘못하면 양식업을 하고 있는 어민들 모두 죽는다”
보도 수위를 놓고 편집부와 부서 내에서 열린 토론이 벌어졌습니다.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 전 세계적으로 확인된 바가 없는 상황. 때문에 UN환경회의 역시 지난해 주요 어젠다 가운데 하나로 채택해 세계 각국에 ‘미세플라스틱 오염실태와 피해현황’에 대한 연구를 촉구한 바 있습니다. 사실이 확인된 것만 우선 보도하는 데 뜻을 모았습니다.
“회수가 되는 건 단 28%, 친환경 부표 보급은 0%”
어민들은 값이 싸고 부력이 좋은 스티로폼을 고집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풍화에 약하다보니 알게 모르게 바다에 버려지는 양이 막대했습니다. 추정치만 한해 70만개. 1천7백 톤이 넘었습니다. 수 십 년째 사용해 온 스티로폼 부표가 소리소문 없이 어디론가 유실됐다가 바닷물에 녹아 우리 해양생태계를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었던 겁니다. 정부 역시 지난해부터 그 심각성을 인지하고 친환경 부표 생산업체를 찾는 등 분주하게 움직이고는 있지만 예산부족 등으로 친환경 부표 보급 사업을 아직 시작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여기에 몇몇 샘플로 나와 있는 친환경 부표의 경우, 설치비용이 지금의 4-5배가 많은 1만5천 원 선(62리터 부표 1개)을 웃돌기 때문에 우리 해상에 있는 스티로폼 부표를 모두 교체하려면 막대한 예산이 필요한 실정이었습니다. 무엇보다 당장 유실되는 걸 먼저 막는 게 무엇보다 중요해 보였습니다.
“부표에 붙어 있던 갯지렁이 체내에서 미세플라스틱 검출, 국내 첫 확인”
스티로폼의 역습은 생각보다 심각했습니다. 실제 이번 조사에서 국내에서 처음, 스티로폼 부표에서 살고 있는 갯지렁이 10마리를 잡아서 체내에 미세플라스틱이 있는지 살펴봤더니 10개체 모두에서 다량의 미세플라스틱이 발견됐던 겁니다. 결국 지렁이를 어패류가 먹고, 먹이사슬을 타고 사람에게 충분히 다다를 수 있는 추정이 가능했습니다. 이것을 확인하기 위해 미세플라스틱 플랑크톤 섭취 실험도 병행했습니다.
“교체대상은 전국에 4천만 개, 올해 배정된 예산은 전국에 11억 원뿐”
해양수산부가 추산하고 있는 교체대상 스티로폼 부표는 4천만 개나 됩니다. 하지만 국비지원은 4억 원뿐. 지자체 부담 예산을 합쳐도 11억 원을 조금 넘기는 수준입니다. 이 돈으로 바꿀 수 있는 스티로폼 부표는 6~7만개 정도. 이 속도로 교체작업이 이뤄지면 산술적으로 5~6백년이 넘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당장 예산확보도 문제지만 우리의 식탁까지 위협하고 있는 스티로폼의 역습을 막기 위해선 바다에 마구잡이로 버려지는 것을 막는 일이 시급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