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회 뉴스부문_하기도 받기도 어려운 골수기증_MBC 조재영 기자

“골수 기증을 하고 싶은데, 신청을 아예 안 받아줘요.”
수원에 사는 한 대학생이 인터넷을 통해 회사로 제보를 했습니다. 헌혈의 집에서 골수 기증 신청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찾아갔는데, ‘올해는 인원이 다 차서 더 이상 기증자를 안 받는 다’며 자신을 돌려보냈다는 겁니다.
“이런 것도 뉴스 제보가 될까요?” 제보자는 저와의 통화에서 자신 없는 듯 물었지만, 당장 취재하라는 지시가 떨어졌습니다.
– 기증을 장려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기증받기를 거부한다고?
정말일까, 수습 후배와 함께 몰카를 들고 기증자를 가장해 헌혈의 집을 찾았습니다. “언제까진지 모르겠다, 여하튼 지금은 기증 신청 못 받는다” 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헌혈의 집, 대한적십자사, 국립 장기이식관리센터, 보건복지가족부, 차례로 취재를 해보니 ‘요즘 기증 신청자가 갑자기 늘어 나는 바람에 올해 예산이 다 찼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골수 기증 신청을 하면 혈액을 뽑아서 검사, 보관하는 비용이 1인당 20만원 정도 들기 때문에 매 년 희망자 수를 예상해 예산을 책정하는데, 고 김수환 추기경 선종 이후 장기 기증 열풍이 일면서 3월에 이미 기증 신청자 수가 초과됐다는 겁니다. 헌혈의 집 말고도 기증 신청이 가능한 기관들은 있었지만, 전국적으로 분포돼 있는 헌혈의 집과 달리 모두 서울 도심에만 몰려 있었습니다. 그나마 수원에 사는 제보자가 가는 데도 두 시간 가까 이 걸린다고 했습니다. 더 먼 지방에 사는 사람들은 기증이 불가능한 거나 마찬가지였습니다. 복지부의 즉각적인 반응을 이끌어내기 위해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제작해야 했습니다. 저 자신이 시간에 쫓기는 와중에, 내내 시간에 관한 어떤 두 사람의 말이 머릿 속에 맴돌았습니다.
– 좋은 일 하시겠다는 거잖아요. 1년만 기다리셨다 하면 되잖아요?
– 이 애들한테는 내년이 없어요. 이건 시간과의 싸움이에요.
하나는 기증 등록을 받는 기관 관계자의 말이었고, 다른 하나는 급성 골수성 백혈병에 걸린 16살 아들을 둔 어머니의 말이었습니다. 4월 1일 만우절. ‘골수기증을 거부한다’는 그야말로 거짓말 같은 내용의 리포트가 방송됐고, ‘이게 우리 행정의 현주소’라는 신경민 선배의 따끔한 앵커 멘트가 있었습니다. 바로 다음 날 복지부는 3억 원의 예산을 추가로 배정해 등록 신청을 받겠다고 밝혔습니다. 수습 생활을 마치고, 문화팀을 거쳐, 사건팀으로 돌아와 만든 첫 리포트였습니다. ‘데뷔작’이 예상 치 못한 큰 상까지 받게 되면서 기쁨보다는 오히려 두려움이 더 커졌습니다. 능력 이상의 리포트 를 만들 수 있었던 건 모두 부족한 저를 믿어주신 조승원 캡, 취재를 도와준 팀원들 덕분이었고, 특히 취재의 ABC부터 잡아주신 유재광 바이스께 감사한 마음입니다. 지금 이 순간도 병마와 사투를 벌이고 있는 환자와 가족들의 눈물을 잊지 않고 앞으로도 기자 생 활을 해 나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