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회 기획보도부문_황금알 민자사업_KBS 정수영 기자

시원스레 뚫린 고속도로와 다리, 터널을 지날 때 이 도로 주인은 누구일까 하고 생각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도로 가운데 적지 않은 수가 나랏돈이 아닌 민간 자본으로 닦은 길이라는 사 실은 쉽게 눈치채기 어렵습니다. 요금소에 이르러 2천 원, 3천 원 씩 하는 통행료를 지갑에서 꺼낼 때가 되더라도 ‘생각보다 비싸군’ 하고 이내 잊기 마련입니다.
누군가 내가 낸 통행료로 돈을 벌고 있고, 그것도 수백억 원에 이르는 거액을 벌고 있으며그렇게 벌어들인 수입에 대해서는 세금도 물릴 수 없도록 은밀한 기법을 동원하고 있다고는 더더욱 상상하기 힘듭니다.
이번 KBS 탐사보도팀 보도가 제기한 문제는 바로 이 점이었습니다.
민자사업에 투자한 기업들이 국민들이 낸 통행료로 돈을 벌 수는 있다, 그러나 벌어들인 수입이 분명한데도 갖가지 교묘한 수단으로 세금을 피하는 일이 용납돼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더구나 민자사업 투자자들이 벌어들인 천문학적 수입 가운데 상당 부분은 국가나 지방 정부가 국민 세금으로 지불한 재정지원금입니다. 세금으로 돈을 벌면서, 정작 자신들이 내야 할 세금은 피하는 민자사업 투자자들 행태는 국민적 공분을 불러일으킬 사안이었습니다.
세금 회피 기법에 앞장선 주인공이 호주에 뿌리를 둔 다국적 외국계 자본 맥쿼리 그룹의 계열사였 다는 점에 이르러서는 제 2의 론스타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취재는 그리 쉽지 않았습니다. 한 점 팩트 오류도 용납될 수 없었기에 몇 달 동안 주말을 반납한 채 수천 장에 이르는 회계 감사보고서와 공시 자료, 계약 서류, 각종 법조문을 확인하고 또 확인했 습니다. 취재 내용을 묻고 확인하는 과정에서 만난 이들은 탐사보도팀 취재 방향이 잘못되지 않았음을 여러 차례 뒷받침했습니다.
전직 국세청 출신 세무사는 굳은 표정으로 ‘우리 국세청을 너무 우습게 본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한 회계사는 적잖이 분개한 목소리로 ‘우리의 세금이 이중으로 빠져 나가고 있다’고 성토했습니다. 맥쿼리인프라가 보유한 한 민자도로 사업자 직원은 ‘회사에 들어온 뒤 자신도 지나치다고 생각했다’ 고 털어놓기도 했습니다.
방송이 나간 뒤 한 국세청 고위 간부는 ‘전문적인 내용을 완벽하게 취재한데 감탄했다’고 평가하 면서도 정작 세금 회피 문제를 조사할 지 여부에 대해서는 애써 언급을 피했습니다. 우리나라  민자사업 문제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는 기획재정부 역시 아무런 반응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민자사 업에 얽힌 문제를 건드렸다가는 자칫 현 정권이 각종 토건 사업을 벌이려는 기조를 거스를 지 모 른다는 우려 때문이었을까요. 적자 재정까지 우려되는 상황에서 천문학적 금액의 세금 회피 문제 를 지적했음에도 정작 정부 책임자들이 굳게 침묵하는 데 대해 의아함과 아쉬움을 떨칠 수 없었습 니다.
이번 아이템 취재, 제작을 처음부터 기획하고 총괄한 김태형 선배, 멀리 호주를 오가며 충실한 내 용을 만들어낸 동기 정정훈 씨 두 사람이 쏟은 노고가 이번 취재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방송이 나가기까지 유무형으로 부딪힌 어려움을 조용히 해결해 준 권순범 팀장과 윤석구 데스크에게도 감 사드립니다. 여러 방송기자들이 노작을 내놓고 있는 가운데 저희 KBS 탐사보도팀에 영광을 돌려 주신 이달의 방송기자단 심사위원단 여러분께 감사드리고 더욱 빛나는 프로그램과 뉴스를 제작하 라는 채찍질로 알고 분발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