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8회 지역보도부문 기획보도상_다문화 20년 청소년 보고서 '날고 싶은 완득이'_KBS광주 이성각 기자

-완득이는 과연 ‘우리’입니까?
-2%의 다문화 가정 정책 앞서 98%의 인식교육이 먼저
-대만, 미국의 다문화 청소년 정책 주목해야
 
‘베트남 처녀 절대 도망가지 않습니다. 초.재혼 환영’
1990년대 중후반 시작된 국제결혼.
2000년대 중반까지 도시와 시골을 잇는 외곽도로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었던 현수막. 그렇게 우리의 다문화는 시작됐다.
국제결혼 가정은 폭발적으로 늘었다. 그 사이 정부는 매매혼 성격의 국제결혼을 단속하고, 국제결혼 이주여성에 한국사회 안착문제, 다문화가정출신 아이들의 유아기 언어문제까지 다양한 정책들을 쏟아냈다.
그런데 정책의 변화보다 아이들은 더 빨리 성장해가고 있었다.
청소년기를 겪고 있는 다문화가정 1세대 아이들의 모습이 궁금했다.
10년 전 KBS광주총국이 다문화가정 유아들의 언어문제를 특집으로 다뤘던 것도 이번 기획을 시작하게 된 또 하나의 이유였다.
 
하지만 섭외는 쉽지 않았다. 한국인 아빠와 외국인 엄마, 극도로 민감한 시기를 겪고 있는 주인공 다문화 청소년까지. 이른바 완벽한 ‘3자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허탕이었다.
필리핀 엄마와 사는 고등학교 2학년 학생의 꿈은 제빵사. 왕따와 따돌림의 상처 속에서도 꿈을 키워왔던 학생은 취재팀의 도움으로 현장체험과 제빵학원 등록, 취업 등 후원지원까지 약속이 됐지만, 끝내 섭외에 응하지 않았다.
발달장애로 한국생활을 접고 엄마의 나라, 필리핀으로 간 아이와 부모 역시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일주일, 열흘 넘게 만나고 설득했던 이런 가정들은 막상 촬영일정까지 잡아 놓고, 출연을 포기했습니다.
다문화에 대한 인식이 나아졌다곤 하지만, 여전히 상처를 안고 움츠러든 가정들이었다. 진도가 나가지 않아 어려움은 이어졌지만, 그럴수록 프로그램의 필요성을 스스로 확인하게 됐다.
그렇게 전국을 돌며 친구들은 만났다.
중도입국 3년차의 루 페이페이와 흑진주 3남매의 맏이 도담이, 따돌림에 시달리다 방화를 했던 현준이(가명), 10년 전 언어능력 부족을 겪었던 인철이…
저마다 다른 사연과 상처가 있지만, 희망과 꿈을 안고 사는 모습은 또래의 청소년들과 다르지 않았다.
우리보다 먼저 다문화사회에 들어선 미국과 대만의 사례에서는 주목해야 할 정책들도 들여다봤다.
하지만 어쩌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2% 다문화 가정’에 대한 배려와 교육이 아니라 ‘나머지 98%’사람들의 시각을 바꾸는 다문화 교육이 먼저가 아닌지 생각했다.
 
프롤로그를 위해 며칠 밤을 새며 목각인형을 제작해주신 마리오네티스트 김종구 선생님과 바쁜 일정에도 흔쾌히 내레이션에 데뷔한 배우 유아인씨, 취재 내내 아이들을 가슴에 품고 살았던 최민임 작가…고.맙.습.니.다
 
‘우리’라는 말. 참 좋습니다. 따뜻하고 둥글둥글 이쁜 말.
하지만, 우리라는 말, 그 밖에 있으면 참 차갑습니다. 벽 같습니다.
당신이 생각하는 ‘우리’라는 말 안에 ‘완득이’친구들도 포함돼 있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