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7회 지역보도부문 뉴스상_일제강점기 사료 방치.. 재산 환수 '구멍'_KBS전주 김덕훈 기자

일제강점기 사료 방치..재산 환수 ‘구멍’

“일이 적성에 맞니?”
일반 회사를 다니는 친구들이 묻습니다. ‘기자일’이 재밌느냐고요. 저는 대답합니다. “가끔 말하고 싶었던 걸 말할 때, 그 때 재밌어.”
<일제강점기 사료 방치..재산 환수 ‘구멍’> 연속 보도가 제게는 그런 기회였습니다. 시작은 조달청의 보도자료였습니다. 조달청은 전국의 ‘주인 없는 땅’을 정리하면서 일제강점기 때 일본인 땅 1.5㎢(여의도 면적 1/4 수준)를 찾았노라 밝혔습니다. 내용에 수긍이 가기보다는 의문이 커졌습니다.
‘왜 아직까지 일본인 땅이 남아있을까? 얼마나 더 남아있는 걸까?’
취재 과정에서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특히 지난 2006년부터 4년 동안 친일파 재산을 찾아 국고로 환수했던 과거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조사위원회 위원들의 도움이 컸습니다. 당시 위원회의 조사기법과 확인 가능한 문서를 토대로 현재 남아있는 일본인 땅 규모를 파악했습니다. 모두 83㎢, 조달청이 찾은 땅의 50배가 넘었습니다.
재산조사위가 수년에 걸쳐 완성한 ‘일제강점기 일본인명 데이터베이스’가 사장돼 있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일본인 DB’는 일제강점기 때 국내에 살았던 일본인 25만 명의 직업과 재산, 거주지 등 내용을 담은 기록입니다. 또, 광복 여전히 숨어있는 일본인 땅 환수에 결정적으로 쓰일 사료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정부는 친일 재산조사위가 지난 2010년 해산하며 전달하려던 일본인 명부를 곧바로 국가기록원에 이관시켰습니다. 물론 이관시킨 뒤에는 단 한 차례도 검토하지 않았습니다.
국토 소유 변천사를 공부하는 도중 국가가 마땅히 환수해야 할 일본인 땅 중 상당수가 불법적으로 한국인에게 넘어간 사실도 알게 됐습니다. 일본인 땅을 “일제시대 때 창씨개명 했던 우리 할아버지나 아버지 땅”으로 속여 가로챈 겁니다. ‘부동산 소유권 이전 등기 등에 관한 특별법’(이하 특조법)에 의해 보증인 3명만 내세우면 즉시 토지 소유권을 인정해줬기 때문에 사기 행위가 빈번했습니다. 이렇게 빼돌린 땅을 자치단체들이 돈을 주고 사들인 사실을 알고는 기가 찼습니다. 환수 대상 땅을 국가가 아무런 확인 작업도 없이 매입한 겁니다.
저는 이 보도로 친일파·일본인의 재산을 찾아 환수하는 상설기구가 필요하다는 점을 부각하고 싶었습니다. 단순히 “민족정기를 되찾자”는 구호가 아니라, “사회·경제적으로 단연 이익”이라는 점을 말하고 싶었습니다. 이후 작업은 사건팀 식구들과 함께 진행했습니다. 법무부와 기획재정부, 조달청 등 국가기관과 민족문제연구소 같은 시민단체를 광범위하게 취재해 연속보도 시리즈를 완성했습니다.
보도를 끝낸 뒤에도 아쉬운 점은 많이 남습니다. ‘일본인 명부를 방치했던 정부의 속사정은 뭘까?’, ‘특조법 시행 당시 토지 사정을 잘 알던 지방 공무원들이 일반인들에게 수수료를 받고 조직적으로 일본인 땅을 빼돌린 게 맞나?’하는 의문은 여전합니다. 언젠간 이 질문들에 대한 대답을 가지고 다시 시청자 앞에 서겠습니다. 다시 ‘재밌는 기자일’을 시작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