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7회 뉴스 부문_특혜온상 '구치소'면회 연속보도_KBS 김준범 기자

<겹겹이 싸인 그곳, 갈 길은 멀다>

■ “이런 게 있다던데…”
시작은 특별할 게 없었습니다. 지난 7월쯤 가까운 취재원이 식사 도중 말을 던졌습니다. “김 기자, 이런 게 있다던데…” 요지는 교도소와 구치소의 이른바 ‘범털’들이 헉! 소리 날만큼 면회를 많이 한다는 거였습니다. 사실 여기까진 구미가 당길 내용은 아니었습니다. ‘범털’들이 감방에서도 편하게 지낸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 아닌 비밀이기 때문입니다. 제 귀를 쫑긋 세운 건 마지막 말이었습니다. “잘하면 명단도 구할 수 있을 것 같아!”
취재를 시작했지만, 교정당국의 장벽은 지독히도 높았습니다. 교도소·구치소 안을 ‘몰카’로 찍을 수도 없고, 제보자를 구하는 일도 쉽지 않고… 답답했습니다. 오로지 교정당국 관계자의 입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 그들이 모르쇠로 일관한다면, 더 나아가 거짓말을 한대도, 뾰족한 수가 없었습니다.
결국 ‘키’는 명단 확보였습니다. 이후 6달 간 여기서 한 조각, 저기서 한 조각. 그렇게 짜 맞춘 끝에 ‘빙산의 일각’이나마 그림을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높기만 한 교도소 담장에 작은 균열을 낼 수 있는 순간이었습니다.
■ 겹겹이 싸인 그곳
일반 재소자는 1년에 1번 하기도 어려운 게 특별면회입니다. 그런데도 ‘범털’들이 밥 먹듯이, 많게는 1년에 백번 넘게 할 수 있는 근본 원인은 무엇일까. 단언컨대 교정당국의 폐쇄성이라고 봅니다.
감방이라는 특성상, 일반 시민의 관심은 현저히 낮습니다. 내 가족이 감방에 들어가지 않는 이상 관심가질 이유가 없습니다. 기자들의 취재도 뜸할 수밖에 없습니다. 특이한 사건·사고 정도 아니면 단신 한 줄 쉽지 않습니다. 교정당국은 취재를 당해본 적이 거의 없는 곳인 셈입니다. 그렇다 보니 언론에 대한 자료협조는 언감생심, 전화라도 받아주면 다행입니다.
감사원, 국회라고 좀 나을까. 그렇지도 않았습니다. 취재를 위해 여기저기 문의를 했지만, 그쪽도 사정은 힘들었습니다. 감사관조차 제대로 된 자료를 확인 못 할 정도라고 합니다. ‘교정 보안’을 명목으로 겹겹이 침묵의 장벽을 높이 쌓아놓은 겁입니다.
어렵게 만난 교도소 관계자들의 말은 이를 뒷받침했습니다. 그들은 숱한 얘기를 쏟아 냈습니다. ▷“재소자가 종종 죽어 나가기도 하고” ▷“범털들은 다른 재소자를 집사처럼 부리기도 하고” ▷“퇴직 교도관은 각종 납품 사업을 독점하기도 하고” 한다는 거였습니다. 사실이라면, 교도소·구치소는 무슨 일이 벌어져도 제대로 알기 힘든 곳이란 얘기입니다. 특별면회 문제는 극히 빙산의 일각일 뿐입니다.
■ 부끄러운 적대적 공생
그러나 폐쇄적 교정행정이 문제의 전부는 아닙니다. 언론·국회 등이 무딘 칼을 휘두르는 탓도 적지 않습니다. 특별면회는 아무나 신청할 수 없는 제도입니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렇습니다. 반드시 누군가 다리를 놔줘야 합니다. 그 ‘다리’들의 면면을 보면, 상당수는 고위 공직자와 법조인지만, 정치인과 언론인도 적지 않았습니다.
국회의원들은 지역구 민원 차원에서, 기자들은 취재원 관리 차원에서 누군가의 특별면회를 수없이 대리 신청해 온 겁니다. 모 구치소에 특별면회 취재차 전화를 했더니, 담당자가 ‘또, 기자구나’ 하며 신청 전화로 착각해 절차를 안내하는 황당한 경우가 있을 정도였습니다. 언론조차 교정당국의 ‘구린’ 곳에 애써 눈을 감고, 거기에 편승했으니 날카롭게 비판할 수 없었던 것은 당연지사입니다.
취재를 하며, 기자에게 취재원은 처음이자 끝이란 말을 재차 절감했습니다. 이번 기사는 고마운 취재원들의 도움이 ‘팔할’이었습니다. 전 그분들이 건네주신 자료를 종합했을 뿐이었습니다. 저를 음지에서 도와주신, 이름을 밝힐 수 없는 그분들께 지면을 빌어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항상 응원해주시는 부모님과 든든한 동반자 아내에게 수상의 기쁨을 돌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