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7회 기획다큐 부문_미니학교의 진실 외_EBS 박용필 기자

나였다면 어땠을까?

정말 그렇다면 이건 해도 너무한 것이니까..’
임대아파트 아이들이 이웃들에 의해 따돌려지는 사례가 있다는 것을 처음 안 것은 ‘임대아파트엔 어린이집이 없다?’ 보도를 취재하면서였다. 당시 취재차 만난 주민에게 처음 들었는데 당시에는 뭐 ‘유별난 학부모님들 몇 분이 그러시나보다’ 라고 생각을 했다. 뭐 어찌됐든 정말 가렵다는 곳을 긁어줘야겠다는 생각에 후속취재에 나섰는데…
취재를 좀 진행해 본 결과 그 정도가 아니었다. 더욱 심각했던 건 이게 이 지역의 문제만이 아닐 가능성이 꽤 있다는 정황들을 접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정말 ‘본격’ 취재에 나섰다.
정말 그렇다면 이건 해도 너무한 것이니까…
그게 후속 보도된 ‘미니학교의 진실’ 3부작의 시작이었다.
공무원이시기 이전에 교육자시잖아요.”
“공무원이시기 이전에 교육자시잖아요, 이건 해도 너무한 것 아닙니까, 조금의 실마리만이라도 주십시오.” 이번 취재를 하면서 가장 많이 했던 말인 것 같다. 임대아파트 아이들을 따돌리는 이웃들, 임대아파트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가 기피학교가 되면서 폐교까지 되는 실태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은 바로 교육당국의 공무원들이다. 그래서 그들이 입을 열지 않으면 성공할 수가 없는 취재였다. 그래서 밤낮없이 여기저기 찾아가고 전화를 걸면서 가장 많이 했던 말이 이 말이다. ‘공무원이기 이전에 교육자’란 말은 교육 관련 공무원 상당수가 교사들이기 때문에 한 말이었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교육공무원이나 실무자들에게 전화를 걸고 찾아갔는지 헤아리기조차 어렵다. 길게는 한 사람을 붙잡고 4시간을 설득한 적도 있다. 그러면서 이 말을 노래처럼 해댔다.
그래도 사실 기대는 별로 하지 않았다. 이런 걸 얘기해줄 수 있는 공무원은 없다. 이런 걸 기자에게 말했다가 들통이 나면 그 어떤 공무원이 그 뒷일을 감당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놀랍게도 몇 분이 설득을 당해주셨다. 정말 공무원이기 전에 교육자였던 것이다.
해도 너무한 세태, 자신의 어린 제자 같은 아이들이 당하는 모진 꼴을 현장에서 보면서 느꼈던 가책이 결국 어찌보면 뻔하디 뻔한 이 말에도 설득을 당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일개 공무원으로는 감히 낼 수 없는 용기를 내게 만들었던 것이다.
사실 이 보도는 ‘섭외’보다는 ‘증거’가 중요한 보도이긴 하다. ‘그렇다더라’는 증언 몇 개나 일부의 사례로는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고 그것이 일부의 얘기가 아님을 확신하게 하는 증거가 있어야만 했다. 그래서 여기저기 증거 수집을 하고 자치구 전체의 학교를 전수조사하고 아파트와 부동산을 돌아다녔다. 그런 작업이 쉬웠다 할 수는 없지만
가장 중요하진 않더라도 가장 힘들었던 건 이미 말했듯 바로 ‘섭외와 설득’이었다. 아파트야 돌아다니면 되고 학교를 일일이 확인하는 것도 시간만 투자하면 되는 일이다. 그러나 그들의 입을 열게 하는 것은 그들의 양심과 용기만이 가능하게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공무원이시기 이전에 교육자시잖아요,” 이 뻔한 말에 응해 주신 양심 있는 그리고 용기 있는 ‘공무원이자 교육자‘이신 분들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
나였다면 어땠을까?
이 보도의 진정한 의의는 도심 속 미니학교가 생기는 진짜 원인을 규명했다거나 사회적 약자 계층의 어려움을 대변했다는 데에 있는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바로 우리의 이기심이 어디까지 와 있는 지 확인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데 진짜 의의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게 우리의 미래를 좀 먹을지도 모를 수준에 와 있다는 경각심을 조금이라도 일깨울 수 있었다면 거기에 가장 큰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뉴스 댓글에 이런 글이 달렸다.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하지만 나라면 내 자녀를 위장 전입시키지 않을 수 있었을까?“
기자 본인도 이런 생각을 한다. 그래서 나는 이 기사가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 취재에서 묵묵히 혼신의 힘을 다해 준
EBS 교육뉴스부의 박서영 PD와 박동진 카메라 기자에게,
그리고 격려와 응원을 해 준 선후배와 동료 모두에게 수상의 영광을 돌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