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6회 지역보도부문 뉴스상_ 집중 보도_대구MBC 윤영균 기자

택시요금은 계속 오르는데, 왜 서비스는 항상 그 모양일까?”
 
산스크리트어가 훈민정음이 되기까지
아직은 더위가 완전히 가시지 않았던 지난해 9월 말인가, 10월 초였던 거 같다. 택시 관련 취재로 예전에 만났던 A씨로부터 전화가 왔던 때가…. 퀵서비스로 서류를 한 뭉치 부치겠다고 이야기했다. 다른 언론사에도 그 서류를 보냈다는 이야기도 지나가듯 통화 중간 어디쯤 흘러갔던 것도 같다.
회사에 도착한 서류뭉치는 A4 용지로 백 장이 넘었던 것 같다. 925페이지에 이르는 『스티브 잡스』도 일주일 만에 읽었던 나로서는 양은 별 문제가 없었지만, 문제는 질이었다. 뒤죽박죽 섞인 날짜와 내용의 복사물은 일단 택시조합의 감사결과인 듯했다. 정리되지 않은 ‘레어’한 각종 숫자와 권고와 결의들이 산스크리트어처럼 흰 종이 위에 떠다니고 있었다. 이럴 때는 빨리 결론을 내리는 것이 상책이다. ‘킬’ 시키든지 직접 만나러 가든지.
A씨는 많은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물론 만나자마자 노트북을 켜고 받아치기 시작했다. ‘택시’가 출입처가 아니어서 그 분야를 잘 모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사실 택시사업자조합이라는 곳이 있다는 것, 택시노조가 한국노총·민주노총 계열 두 곳이 있다는 것도 이 때 처음 알았다), 아는 척하면서 이야기를 이끌다가 바닥이 드러나 얼굴이 화끈거린 적도 한두 번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세 시간 가까이 택시 업계에서 벌어지던 각종 감사와 소송과 고발과 문제점 등의 이야기가 이어졌다. 그제야 그 산스크리트어들이 훈민정음 수준으로까지는 변환되었다. 제안을 했다. “업계 안의 복잡한 문제들은 추후에 다루고, 일단은 세금 부분과 택시 이용 시민, 택시 기사들의 입장에서 뉴스를 만들어 봅시다.” 4개 정도의 아이템을 뽑아내니 퇴근하러 회사에 들어가야 할 시간이 되었다. 물론 이때까지만 해도 이 ‘택시 취재’가 연말까지 이어질 줄은 눈곱만큼도 상상하지 못했다.
4개의 아이템을 준비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전화로 대구시나 택시사업자조합, 택시기사 노동조합 등을 취재하고 자료를 요청하는 한편 인터넷으로 토지대장과 등기부 등본도 떼어보면서 재미있게 준비했다. 민감한 내용이 다수 있어 첫 방송이 나가기 전 4개 아이템 정식 인터뷰를 모두 촬영해 놓았다. 방송이 일단 나가면 속보 제작을 할 때 인터뷰를 거절하는 경우를 많이 봐왔기 때문이다.
 
회사 앞 두 차례에 걸친 항의 집회보류되던 아이템이 방송되자
세 번째 아이템까지 방송된 이후였다. 택시사업자조합이 사납금 인상 합의 대가로 택시노조를 해외연수 보내줬다는 의혹이 있다는 보도가 나가고 택시노조가 택시기사들로 받는 사납금 일부와 대구시 세금 2, 30억 원으로 대형 복지센터를 짓는다는 의혹이 있다는 네 번째 보도가 나오기 전, 택시노조 간부 백여 명이 회사 앞에 모여들어 항의 집회를 했다. 일단 네 번째 아이템은 방송이 보류됐다. 그 다음 주도 백여 명이 회사에 와서 집회를 했다. “다음 주는 오백 명, 그다음 주는 이천 명이 모일 것”이라고 예고했다.
입사하고 처음 겪는 일이어서 당황스럽고 사실 좀 부끄러웠다. 무슨 대단한 보도라고 회사 정문을 폐쇄하고 경찰에도 연락하고 안팎으로 시끄럽게 난리를 쳐야 하는 건지. 그렇다고 (방송 뉴스치고는 이례적으로 길게 넣은) 반론까지 정식 인터뷰로 넣어 편집까지 마친, ‘내 시각으로는’ 별문제가 없는 아이템을 그냥 죽이기도 그래서 우여곡절 끝에 네 번째 아이템을 방송했다.
그 이후 관련 제보와 한번 만나자는 제보자가 이어졌고, 더더욱 발을 뺄 수 없는 상황 역시 이어졌다. 시민단체에서 관련 자료 정보공개 청구를 해주기도 했고 결국 대구시, 대구시의회와의 ‘커넥션’ 의심 사례까지 보도할 수 있었다. 결국 여름 양복을 입고 첫 보도를 시작한 이후 만으로 정확히 두 달째 되는 12월의 어느 날, 택시 보도 관련 대구시의 종합 대책을 방송했다.
보도를 마친 지금도 사실 나의 보도에 대한 확신이 100% 있지는 않다. “수백억, 수천억씩 해먹는 다른 어느 세력은 그냥 두고 왜 힘없는 우리만 이렇게 물고 늘어지냐.”는 택시노조 간부나 전직 대구시 의원의 녹취처럼 더 넓고 큰 그림을 보지 못하고 송곳으로 후벼 파기만 한 것은 아닌지 회의가 들 때도 있다. 하지만 일주일에 한두 번은 택시를 타고 세금도 꼬박꼬박 내는 시민으로서, 열 시간을 훌쩍 넘도록 운전석에 앉고도 최저생계비 수준에 그치는 택시노동자와 함께 살아가는 한 명의 노동자로서 한 번쯤 반문할 수 있는 계기는 만들었다고 자평한다. “택시비는 계속 오르고 세금도 많이 들어간다고 하는데 왜 택시 기사 처우나 우리가 느끼는 서비스는 제자리걸음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