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4회 지역보도부문 뉴스상_수천억 원 하수관 공사… 부실 투성이_TJB 장석영 기자

“시공사는 공사하고 떠나면 그 뿐이지만 난 대전에 평생 살아야 한다. 그래서 제보할 수밖에 없다.” BTL 하수관거 정비 사업 관계자이자 부실공사 사실을 털어놓은 제보자의 첫마디입니다.
제보자는 지난 7월 대전 도심 한복판에 1m 조금 안 되는 포트홀이 발생했다는 TJB 뉴스를 보고, 그 이유를 알려주겠다며 전화를 걸어 왔습니다.
하수관거 정비는 과거 빗물과 생활하수(화장실+주방 등)가 뒤섞여 하나의 관으로 빠져나가던 ‘합류식’에서, 생활하수관을 따로 매설해 빗물과 오수를 분리해 배출하는 사업입니다. 대전시는 BTL, 즉 민자형 투자 사업으로 2,800억 원짜리 하수관거 정비를 실시했습니다. 시가 선정한 대기업 시공사가 공사비를 선 투자해 공사를 하고, 시에서 20년 동안 임대료와 운영비를 지급하는 겁니다.
그런데 제보에 따르면, 이 수천억짜리 공사가 ‘비용을 아끼기 위해 설계도를 무시한 채 노후관을 그대로 사용해 오수가 범람하고, 도로는 파헤친 뒤 대충 덮어 포트홀이 생기는 ’시한폭탄‘으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부실공사 투성이라는 얘기였습니다.
현장에 나가보니 도로에 발생한 하자는 겉으로도 쉽게 확인이 가능했습니다. 관이 매설된 곳을 따라 수십 미터에 이르도록 균열이 있고, 군데군데 내려앉은 걸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문제는 노후 관을 그대로 사용해 오수가 범람한 주택가의 실상을 파악하는 일이었습니다. 땅 속에서 이뤄진 작업이다 보니 땅을 파헤치지 않는 이상, 이제 와서 겉으로 확인이 불가능했던 겁니다. 취재진은 대전의 모든 구청을 돌며 해당 부서를 찾아 2011년 공사 완공 이후 들어온 모든 BTL하수관거 정비사업 관련 민원을 취합해 봤습니다. 역시 예상대로 수백 건에 달했습니다. 이 가운데 특히 오수 범람이나 악취가 인접 지역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한 곳을 찾아다니며 일일이 주인들을 만나 얘기를 듣고 당시 사진 등을 입수해 부실공사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이 쯤 되자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렇게 공사를 엉망으로 하고도 운영사는 어떻게 꼬박꼬박 운영비를 받으며 잘 버텨왔을까. 역시 여기에도 관피아가 연루돼 있었습니다. 사업을 담당하던 대전시 고위 공무원이 퇴직하고 운영회사 소장으로 자리를 옮겨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보도가 나간 이후, 결국 대전시와 시공사, 감리단이 합동으로 전수조사에 들어갔고, 확인된 한 120여건의 하자에 대해선 무상보수 하겠다는 약속을 했습니다. 또 추후 발생하는 문제들도 책임지겠다고 밝혔습니다.
2011년 여름, 비가 많이 내린 날, 한 마을에 오수가 범람해 난리가 난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엔 기자들 모두 비가 많이 내려 그런가보다라고 생각했습니다. 누구도 왜 이 지역만 비가 왔다고 오수가 범람했을까 의문을 갖지 않았습니다. 당시 그 지역은 BTL하수관거 정비 사업이 막 끝났을 때였고, 그 원인이 바로 부실공사 때문이었다는 것을 이번 취재를 하며 알게 됐습니다.
기자생활을 하며 매일 수많은 취재 현장을 다닙니다. 물론 겉으로 드러난 모습을 보며 사실을 전달을 합니다. 하지만 그 이면에 어떤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지, 또 숨겨진 다른 진실은 없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겠다는 다짐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