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4회 지역보도부문 기획다큐상_ 습지의 경고_KBS 순천 김광진 기자

전남 순천시는 갈대가 있어 항상 아름다운 곳이고 순천시는 생태 수도를 자처하는 국내 환경의 중심 도시로 명성이 높다. 하지만 어민들을 만나면서 이런 생각은 깨졌다. 관광객들의 눈에 한없이 아름답게 보이는 갈대밭이 어민들에겐 증오의 대상이었다.
왜 그럴까? 궁금했다 .어민들은 하나같이 댐이 건설된 뒤 갈대가 확대되기 시작하면서 갯벌이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고 십수년전 부터 순천만 상류에 있는 댐에서 찬물이 방류돼 연안 생태계가 변해 어족 자원의 감소 피해를 심각하게 입고 있다고 주장했다. 댐에서 찬물이 방류돼 ? 이게 무슨 뚱딴지 같은 얘기 인가 ? 그리고 그걸로 그 넓은 바다가 피해를 입어 ? 설마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어민들의 생각은 확고하고 분명했다. 그래서 관련 자료를 지난해 하반기부터 모으기 시작했다. 그러나 순천만을 대상으로 한 교수들이나 전문가들의 현장 조사나 연구 자료는 찾을 수 없었다.
국내 전문가들에게 하나씩 관련 내용을 물으면서 점차 관련성에 눈을 뜨게 됐다. 그래서 외국 자료를 뒤졌다.
구글을 이용해 키워드를 Dam과 cold water release 또는 cold shock , cold water impact on ecosystem 등의 검색어를 입력해 검색하기 시작했다. 그랬더니 엄청나게 많은 영어 자료들이 검색됐다. 하나씩 읽고 또 읽었다.
댐에서 수력 발전을 한 뒤 하천 하류로 흘려 보내는 찬물 방류수로 인한 피해가 이미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80~ 90년대부터 사회 문제화돼 댐 구조를 개선하거나 보완책을 마련하는 등 다양한 대책이 제시되고 있었다. 그리고 순천만과 유사한 사례도 많았다.
더 자료를 찾아 봤더니 댐의 건설로 인해 인근 바다와 연안 생태계에 대한 영향과 피해 사례도 많았다. 특히 2000년에 발표된 세계 댐위원회 보고서는 이 같은 피해를 사례별로 잘 정리해 놓아 댐으로 인한 하천 하류의 생태계 피해와 냉수 방류 피해에 대해 더욱 확신을 갖게 됐다. 그래서 선진국에서는 상당수 댐들이 철거되고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이를 계기로 취재 권역을 더 확대해 탐진강 하류에 자리잡은 강진만 갯벌 양식장의 피해와 섬진강 하류의 염해 피해 그리고 강의 바다화 등도 모두 같은 맥락에서 설명할 수 있었다 . 어민들이나 주민들은 모두 하나같이 댐을 주원인으로 지목하고 있었다. 하지만 정부 부처간에 협의가 안돼 어업 피해조사 자체도 안 되는 현실이 계속되고 있었다. 특히 지난 2011년 국민권익위원회가 현장 조사까지 한 강진만의 경우 더욱 답답했다. 벌써 수년이 지났는데도 용역발주조차 안 되는 현실을 접하면서 사회적 약자인 어민들은 어디 하소연할 곳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 안타까웠다.
지금도 강진군 칠량면 어민들의 그 억울하고 답답해 하는 눈빛을 잊을 수가 없다. 제발 좀 꼭 이 사정 좀 알려 달라는 강진만의 어민 황OO씨. 취재를 마치고 뒤돌아서는 우리 취재진을 바라보던 그 분의 눈빛. 올 때마다 연락하고 오기만 하면 자신에게 연락하라며 취재진을 두번씩이나 자신의 배로 안내하던 그분의 절망하는 듯한 그 눈망울을 잊을 수 없다.
이 프로그램을 그냥 1편으로 마칠까 하는 소극적인 생각도 했었다. 그러나 그 분의 눈빛이 떠오르면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고 투지를 불태웠다. 2부작을 통해 하고 반드시 그들의 어려운 얘기를 깊이 있게 세상에 알려야 겠다는 각오를 다지기도 했다. 그렇게 해서 댐으로 인한 피해 실태를 1부 ‘신음하는 습지’에 담았고 . 2부 ‘생명의 강을 허하라’에는 그 대안을 모색하는 내용을 주로 채웠다.
본 ‘습지의 경고’는 정말로 우여곡절 끝에 만들어진 프로그램이다.
특히 광주 전남 지역은 2014년 한 해 사고로 점철된 정말 길고 긴 질긴 1년이었다. 본인이 근무하는 순천은 올해 초 여수 우이산호 기름 유출 사고를 시작으로 , 인근 지역인 진도에서 4.16세월호 사고에 이어 , 연고도 없는 ‘유병언 시신’이 발견되면서 한국 뉴스의 중심이 됐고 우리는 그 현장을 따라 다니느라 정신이 없었다.
유병언 사건이 정리되는가 싶더니 이번에는 6.4 지방선거 , 그리고 이어서 7.30 재보선 선거가 연거푸 이어져 눈코 뜰새 없는 업무의 연속이었다.
이러다보니 올해 초 기획안을 제출하고 제대로 착수도 못하고 어려운 처지에 놓이게 됐다. 그러다 7월말이 돼서야 기획안이 본사에서 몇차례 수정을 거친뒤 통과됐고 기획안 통과되고 3일만에 해외 출장을 가는 등 숨가쁘게 뛰었다.
사실 기획안이 채택 안 될 수 도 있었는데 기획안이 채택되도록 도움을 준 본사 국장님께도 감사하는 마음을 전하고 싶다. 또 내가 특집으로 빠지면서 업무 부담이 커져 고생한 동료들에게도 미안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
한국은 지금 고도 성장의 피해와 부작용으로 환경이 대표로 심하게 매를 맞고 몸살을 앓고 있다. 인간의 필요를 위해서는 전기든 물이든 석유든 닥치는 대로 사용하고 버렸던 시대를 살아왔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그런 세상은 없다. 그런 방식대로 사는 것은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고 지구에서도 허락되지 않는다. 물이든 석유 든 자원은 유한하다 . 인간이 물을 댐으로 가두고 그 물을 공업 ,생활, 농업용 등 여러 용도로 쓸 수 있다. 하지만 자연으로 돌아가야 할 적당한 물의 양을 배분하지 않으면 결국 그 피해는 인간에게 다시 돌아온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 결국 자연과 인간이 함께 공존하고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접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하천에 계절별 강물의 흐름인 ‘유황’이라는 것이 있듯이 강은 자연 하천에 가깝게 유지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는 점 .
그리고 이렇게 했을때 강의 생태계가 살아나고 주변 습지도 건강하고 더 나아가 그 강이나 습지와 더불어 사는 인간도 공존할 수 있다는 지혜를 전하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