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3회 지역보도부문 뉴스상_ '특전사 가혹 훈련' 연속 단독보도_KBS청주 이정훈 기자

-당직을 끝내고 집에서 단잠을 자고 있는데 이른 새벽에 평화로운 정적을 깨는 전화벨이 울렸다.충북 증평의 특전사 부대에서 대원 2명이 훈련을 받다 숨졌다는 선배의 다급한 전화였다.해당 병원으로 곧바로 찾아갔다.특전사 군복을 입은 군인 10여 명이 병원 응급실에 가득했다.밀려드는 졸음을 깨우며 특전사 관계자들에게 사고의 진상을 따져 물었지만 지금 정확한 내용을 확인할 수 없다는 말만 공허한 메아리처럼 되돌아 왔다.몹시 초조한 표정의 군인들을 보며 예사롭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귀동냥을 하며 젊은 특전사 대원 2명이 포로 체험 훈련을 받다 갑자기 질식사로 숨졌다는 사실의 조각들만 알 수 있었다.

 

-뭔가 망치로 머리를 맞는 느낌이었다.국내 최고의 정예 부대라는 특전사 대원들에게 생사를 넘나드는 혹독한 훈련은 일상이다.그런데 어떻게 훈련을 받다 질식사로 사망할 수 있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이번 훈련은 고문 등 극한 상황을 견디도록 하는 것이지만 기본적인 안전 규정 등을 무시하고 강행됐다는 사실이 드러났다.유사시 적의 후방에 깊숙이 침투해 적을 교란하는 특수 임무를 맡고 있는 특전사에게 이른바 SERE(생존.도피.저항.탈출)훈련은 필요하다.생명을 담보로 특수 훈련 전에 서약서까지 쓰는 일도 다반사이지 않은가.하지만 이런 위험한 훈련을 소화하는 것보다 대원들의 안전이 보다 중요한데도 안전은 멀리 있었다.

 

-특전사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처음 진행한 공식 브리핑이 사고 경위를 파악할 수 있는 유일한 단서였다.퍼즐을 맞추려는 노력은 군 내부의 지독한 폐쇄성과 조직 보호에 막혀 쉽지 않았다.대원들이 어두운 방에서 손발이 묶인 상태에서 두건을 뒤집어 썼는데 그것이 부대 인근 문방구에서 구입한 신발 주머니였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밤을 새고 돌아와 다시 자려 했지만 잠이 오지 않았다.곧바로 일대 문방구들을 뒤져 한 문방구에서 특전사 관계자들이 찾아와 구입했다는 2천 원짜리 학생용 신발주머니를 확보했다.직접 신발 주머니를 머리에 뒤집어 쓰고 끈을 조이자 몇 분도 지나지 않아 숨이 막혀왔다.당시 특전사 관계자들은 주머니의 재질이나 통풍 상태를 전혀 확인하지 않았다.이후 사건을 재구성하며 실험을 통해 훈련의 위험성을 고발했다.

 

-특전사의 ‘조직적인 가혹 행위’라고 지적하는 이번 훈련의 희생자들은 이제 갓 스물을 넘긴 꿈 많고 꽃다운 나이의 젊은이들이었다.국가를 위해 목숨을 바치려 했던 이들이 이토록 허망하게 목숨을 잃었다는 사실에 안타까움을 넘어 분노가 치밀었다.“불가능을 가능하게 하라”는 특전사 정신은 필요한 덕목이다.하지만 인간의 한계를 용납하지 않고 모든 것이 가능하다고 믿고 무모하게 신의 영역에 도전하는 것은 오만일 뿐이다.

 

-나 역시 해병대 군 복무를 하면서 ‘해병혼’으로 상징되는 집단 정신을 주입받고 끊임없이 되새겨야 했다.하지만 이런 집단 정신이 지나치게 강조되면 군부대 내에서 인권은 존중받기 힘들다.인권을 존중하면 군기가 빠진다는 군 내부의 뿌리깊은 고정관념때문이다.숨진 대원들은 콧물과 눈물이 범벅이 되어 살려달라고 외쳤지만 아무도 그들의 절박한 목소리를 귀담아 듣지 않고 ‘가만히 있으라’고 했다.특전사 지휘부가 외국 특수부대의 활약상을 그린 영화를 보고 시작한 훈련 준비가 너무 설익어 교관들조차 상부에 부실 훈련의 연기를 요청했지만 묵살하고 훈련을 강행해 화를 불렀다는 내용을 단독 보도해 파장이 더욱 커졌다.

 

-이번 가혹 훈련 사망 사고 아니 사건 발생 이후에 훈련 담당 교관 4명이 구속됐다.군대는 계급으로 말한다.이번‘특전사 졸속 가혹 훈련 사망 사건’의 최종 지휘 책임은 사령관에게 있다.그러나 군 수사기관은 지휘부의 책임을 제대로 묻지 않고 침묵하고 있다.특히 전인범 특전사령관이 대통령의 동생과 육사 동기라서 책임을 피해 간다는 지적은 그래서 참 씁쓸하기만 하다.

 

-끈질기게 진실과 숨바꼭질을 하고 있는 기자의 의지를 꺾기 위해 군 당국은 수사 진행 상황 등을 전혀 공개하지 않고 통제했다.이런 군 당국에 맞서 부검까지 하고 진실을 찾으려는 유족들과 신뢰를 쌓고 끈질기게 밀착 취재했다.특전사가 준비가 미흡한 상태에서 위험한 특수 훈련을 강행하는 경우가 많아 부상이 잦다는 사실도 고발했다.또 군인권센터와 군 인권 전문 변호사,국회 국방위 의원실과 폭넓게 접촉해 정보를 공유했다.이를 통해 수사 진행 상황과 군 내부의 구조적인 문제를 파헤쳐 감춰진 진실을 추적 보도해 국민적인 공분을 불러 일으켰다.

 

-결국 국방부는 안전 조치와 현장 통제 미비로 사고가 발생했다며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하지만 국회에서 여야 의원들이 군 기강 해이와 군부대 내 가혹 행위,훈련 중 관리 부실 문제 등을 집중 추궁하는 등 파장이 더욱 커졌다.특히 국방위 진성준 의원은 KBS의 보도를 바탕으로 국정감사에서 특전사령관 등을 상대로 지휘 책임을 날카롭게 묻고 가혹 훈련의 철저한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하지만 특전사는 자료 공개도 거부하고 숨기기까지 했다.

 

-고강도의 특수 훈련을 소화하기 위해서는 통상적으로 2주 이상의 강도 높은 체력 훈련을 거쳐 몸 상태를 최상으로 만들어야 한다.하지만 특전사는 부대 일정이 여유가 없다는 이유로 휴가에서 갓 복귀하고 경험이 부족한 대원들을 곧바로 훈련에 투입했다.상식은 지켜지지 않았다.또 교관들도 훈련 상황을 통제하지 못했고 내용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했다.탐욕의 늪에 빠져 기본적인 안전 규정을 무시해 일어났던 세월호 참사의 교훈을 벌써 잊은 것이다.

 

-KBS의 연속 단독 보도 이후 지휘관들이 영화를 보다 즉흥적으로 훈련을 고안한 점과 특전사 중사가 후임 하사 2명의 입에 발전기 전선을 물리는 등 가혹 행위를 한 혐의로 구속됐다는 사실도 뒤늦게 드러났다.특전사 내부의 인권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KBS는 특전사의 특수성은 인정하지만 막무가내로 군기를 잡으려는 잘못된 병영 문화와 인권 의식을 바로 잡기 위해 앞으로도 관심을 가지고 끈질긴 후속 보도를 이어갈 것이다.과연 그들이 이 세상에서 마지막 순간에 떠올린 것은 특전사 대원으로서 자부심과 조직의 명예였을까 아님 자신의 꿈과 가족의 소박한 행복이었을까? 안타깝게 희생된 두 젊은 특전사 대원의 영면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