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3회 뉴스부문_한체대 교수들, 학생 등 2백여명 상대 무면허 생체검사_뉴스타파 황일송 기자

‘한체대 교수들, 학생 등 200여명을 상대로 무면허 생체검사 벌여’ 기사는 두 달여 간의 산통 끝에 빛을 보게 됐다.

한국체육대학교의 교수 임용 비리 의혹과 논문 조작 등 연구부정 행위에 대한 제보를 받아 취재하던 지난 7월.

뉴스타파 취재진은 표절 의심 논문 중 한 곳에서 ‘K대학 근대 5종 남자선수 10명에 대해 근육 조직을 떼어내 생체 검사를 벌였다’는 기록을 발견했다. 생검 바늘을 찔러 근육을 추출한 뒤 운동을 시키고, 같은 부위에서 다시 근육을 추출해 비교 분석했다는 ‘근생검’은 마치 일제 강점기 시절 악명높은 731부대를 연상케 할 정도로 끔찍했다.

1970년대 처음 등장한 근생검은 과학기술의 발달과 연구 윤리 문제로 사양화된 지 오래된 연구방법이다. 세브란스병원의 한 생리학 교수는 “우리나라에서는 근육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를 대상으로 제한적으로 진행될 뿐 정상인을 상대로 한 근생검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각 대학 체육학과에 문의한 결과 근대 5종 선수를 10명 넘게 키워내는 곳은 한체대가 유일했다. 김창근 교수와 그 제자들이 십수년동안 학생들을 상대로 생체검사를 공공연하게 벌였다는 사실은 교수들뿐아니라 학생들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취재진에게 저간의 사정을 털어놓은 교수들은 없었다. 오히려 생체검사를 통해 자신의 신체 능력을 확인할 수 있어 좋은 것 아니냐는 답변이 나오기도 했다.

생체검사 피해자를 찾기도 쉽지 않았다. 한체대 건강관리학과 재학생과 졸업생 200여명의 명단을 확보해 일일이 전화를 걸었다. 8월 초 여름휴가를 반납하고 왕복 1000㎞를 운전해 전남 해남에서 열리는 근대5종 경기를 찾았다. 한체대 재학 당시 근생검을 당했다는 한 실업팀 선수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배신자가 될 수 없다’는 말만 들고 아무런 성과없이 돌아와야 했다.

더 이상 추가 취재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활로는 뉴스타파만이 갖고 있는 데이터리서치팀에서 찾을 수 있었다.

한체대 교수와 석·박사들이 쓴 800여편의 논문을 일일이 검증, 생체검사를 통해 연구한 논문을 찾았다.

2000년 이후에만 218명의 학생과 일반인을 대상으로 21건의 생체검사가 이뤄졌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생체 시험에 참여한 한체대 교수가 6명과 연구원 등을 합쳐 모두 34명이 연루됐고, 생체 검사 대상자도 역도선수에서 태권도, 에어로빅 등 다양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저인망식 취재가 다시 시작됐다. 학생들의 블로그와 트위터 등을 통해 일일이 확인하는 지난한 작업이 시작됐다.

그러던 어느날,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모월 모시 한체대 건물 한 귀퉁이에 있는 쓰레기통을 뒤져보라는 내용이었다. 시간에 낮춰 가보니 USB(이동식 저장장치) 서류봉투에 담겨 있었다. 한체대 김창근 교수가 생체검사를 직접 시술하는 장면이 포착된 문제의 동영상이었다.

생체검사로 인해 근육에 염증이 생기고 신경이 마비돼 국가대표의 꿈을 접었던 한체대 학생의 증언도 확보할 수 있었다.

뉴스타파는 생체검사에 참여한 한체대 교수 중 단 한명도 의료면허를 가진 이가 없어 생체검사가 불법 의료행위였음을 확인했다.

뉴스타파는 지난 9월 16일 한체대에서 성적을 미끼로 학생 등을 대상으로 한 무면허 생체검사가 10년 넘게 이뤄졌고, 한 학생은 부작용으로 다리 신경이 손상되는 등의 후유증으로 국가대표의 꿈을 접은 사실을 보도했다.

뉴스타파 보도이후 SBS는 같은 날 8시 뉴스에서 ‘A학점 주겠다 한체대 교수, 불법 생체검사 파문’을 보도했고, JTBC(17일자)의 ‘한국체대, 10년 넘게 학생 상대 불법 생체실험 자행’와 경향신문의 ‘한국체대 교수, 학생 100여명 상대로 10년 넘게 생체실험’ 등의 후속보도가 이어졌다.

한국체대 교수들의 무면허 생체검사 보도는 9월 한 달간 뉴스타파 홈페이지에서 가장 많은 접속자수를 기록할 정도로 세간의 이목이 집중됐다.

교육부는 논문조작과 연구비 횡령문제와는 별도로 불법 생체검사만을 전담하는 특별 감사 인력 2명을 파견했다.

이와는 별개로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오는 10월 23일 한체대에 대해 기관 감사를 벌이고, 김창근 교수를 국감 증인으로 불렀다.

황우석 사건 이후에도 국내 학계의 연구부정 행위는 계속되고 있다. 특히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체육분야에서 연구부정 행위를 폭로했다는 점에서 이번 보도의 의미가 적지 않다고 할 수 있다.

뉴스타파는 지난 7월 22일 ‘장관 청문회 도중 차관은 총장 응모…관피아 척결은 ‘공염불’ 보도를 시작으로 한체대에서 벌어진 부적절한 총장 임용과 교수 임용 비리, 각종 연구 부정에 대해 모두 7차례 연속 보도했다.

이 결과 한체대 총장 후보 1순위에 올랐던 조현재 전 문화부 차관은 ‘부적합’ 판정을 받아 결국 낙마했다. 교육부는 9월 15일부터 무기한으로 한체대 비리 의혹에 대해 특별 감사에 들어간 상태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 3월말부터 4월초까지 한체대에 대해 종합감사를 벌인바 있다. 교육부가 6개월만에 다시 특별감사에 착수했고, 생체 검사 보도 이후 감사인력을 추가 파견한 것은 뉴스타파의 보도 내용이 그만큼 엄중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하겠다.

800여편의 논문을 일일이 분석해 연구 부정 행위를 찾아내는 것은 무척 어려운 작업이었다.

하지만 뉴스타파는 대학이 학문의 전당으로 우뚝 설 수 있도록 연구윤리 부정에 대한 감시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을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