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2회 지역보도부문 뉴스상_어린이 물놀이장, 유해페인트로 부실공사까지?_TJB 대전방송 노동현, 김경한 기자

지난 7월 말 대전시 산하 공기업인 대전마케팅공사가 운영하는 엑스포과학공원내 어린이 물놀이장 입장료가 지난해 3천원에서 올해 만 3천원으로 4배 이상 올랐다는 제보를 받았습니다.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든 인상율의 배경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겠다 싶어 문제의 물놀이장을 찾았습니다. 그런데 한창 영업중일거라 생각했던 물놀이장은 영업이 잠시 중단돼 있었습니다. 물놀이장을 임대해 운영하는 사업자는 바닥의 페인트 도장이 심하게 벗겨져 보수공사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취재진에게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물놀이장 개장을 앞두고 마케팅공사가 지난 5월쯤 바닥 보수 공사를 마쳤고, 그때만 해도 바닥이 깨끗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업자의 말이 사실이라면 보수공사를 한 지 불과 2개월도 안돼 어린이 물놀이장 바닥의 3분의 1 가까이가 벗겨졌다는 건데, 누가 들어도 대전마케팅공사의 부실공사 의혹을 제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고 본격적인 취재에 들어가게 됐습니다.

공기업에서 부실공사를 한 탓에 물놀이장 바닥에서 시너가 포함된 유해성 페인트가 벗겨진 채로 영업이 되고 있다면? 그로 인해 불특정 다수의 어린이들이 건강상의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면? 공기업이 먼저 나서서 이를 반성하고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발 벗고 나서야 하는 것이 당연한 상식일 텐데 마케팅공사는 사업과 광고를 미끼로 보도 자체를 덮으려는 데만 급급했고, 물놀이장 임대료 장사를 위해 폐장 조치도 보름 가까이 내리지 않았습니다. 세월호 사고 이후 어린이와 학생 안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어린이 안전은 우선순위가 아님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된 것 같아 취재하는 내내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이번 취재를 진행하면서 ‘구글링’의 위력을 새삼 느끼게 되었습니다. 물놀이장 바닥에 벗겨지는 원인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물놀이장을 시공한 시방서 확인을 요청했지만 마케팅공사는 이를 거부했습니다. 그런데 이 서류를 ‘구글링’ 검색을 통해 불과 30분만에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구글링 검색을 통해 이 정보가 공기업 계약정보시스템을 통해 공개되고 있음을 알게 됐고, 물놀이장 바닥 포장에 폴리페놀 A라는 성분이 포함된 에폭시 시너라는 유해물질이 사용되었음이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최근 공기업이나 구청, 시청 등 행정기관에서는 대부분 계약정보공개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관에서 이뤄지는 모든 공사나 용역,물품 구입 계약절차가 인터넷으로도 쉽게 확인할 수 있지만, 안타까운 점은 많은 방송기자들이 이를 취재에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정보공개청구’라는 좋은 제도가 있지만 절차가 번거롭고 정보를 손에 쥐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만큼, ‘구글링’과 행정기관의 계약정보 시스템이 원본데이터에 접근하는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미국의 저명한 저널리즘 전문가인 ‘앨 톰킨스’는 보편적인 뉴스 가치 판단의 기준을 Money(예산), Health(건강), Family(가족), Security(안전), Community(지역사회) 5가지로 분류했습니다. 어린이 물놀이장이 바닥에서 유해성분이 포함된 페인트가 벗겨진 채로 영업이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은 앞서 ‘톰킨스’가 이야기한 5가지 뉴스 가치를 모두 포함하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뉴스로서 가치가 높을수록 이를 막으려는 시도도 더욱 거셀 수밖에 없음을 이번 취재를 통해 다시 한 번 깨달았습니다. 때문에 취재 기자 스스로 내가 취재하고 있는 뉴스가 어떤 가치를 갖고 있는지 늘 상기하고 기억하려는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런 노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여러 가지 외적인 상황에 떠밀려 취재기자 스스로도 뉴스 보도에 대한 확신이 떨어지고 뉴스의 질도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여러 가지로 어려운 상황 가운데서도 끝까지 뉴스 취재가 이뤄질 수 있도록 물심양면 도와주신 조상완 전 보도국장님과 이재곤 취재팀장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또한 수중촬영을 마다않는 수고로 어린이 물놀이장의 부끄러운 민낯이 세상에 알려질 수 있도록 함께 동고동락한 김경한 카메라 기자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지역방송이 여러 가지 열악한 상황 가운데 놓여 있지만 일선에서 뛰는 취재 기자들은 사명감을 잃지 않고 오늘도 열심히 현장을 누비고 있습니다. 로컬 저널리즘 방송에 대해서도 많은 응원과 격려를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