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2회 기획다큐부문_수학교육 대해부-“수포자의 진실”_EBS 서현아, 이윤녕, 최이현 기자

2008년 8월, 19명의 아이들이 청와대에 모였다. 국제올림피아드에서 상을 탄 학생들이었다. 환영오찬이 마련됐다. 식당으로 가는 길에 기념사진을 붙인 이젤이 늘어섰다. 그런데 구석진 여백에 “이들의 미래를 고민하자”는 글이 붙었다. 2014년 세계수학자대회를 서울에 유치하자는 제안서였다. 대통령이 지원 의지를 밝혔다. 정부는 그제서야 움직이기 시작했다. 수학에 대한 관심은 늘 척박했다. 그래서 대회가 내건 슬로건도 ‘늦게 시작한 자들의 꿈과 희망’이었다. 올 여름, 세계의 시선을 서울에 모은 수학올림픽은 이런 과정을 통해 탄생할 수 있었다.

 모두가 기뻐한 건 당연했다. 하지만 교육기자로서 바라본 현실은 결이 달랐다. 지금이야말로 미래를 고민할 때라고 생각했다. 학자들은 무관심을 뚫고 성취를 이뤘지만, 학교 교실은 아직이었다. 압축성장의 후유증이 수학 교육에도 있었다. 아이들이 수학을 외면하고 있었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문제는 심각했다. 수업을 외면하는 건 예사였고, 대놓고 조롱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수학선생님은 교단에 설 때마다, 외계인이 된 것 같다고 했다. 수학을 중심으로 사교육비와 학력 격차가 갈렸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불행하다고 했다.

처음 나온 얘기는 아니었다. 그래서 처음엔 사실 좀 망설였다. 수학교육으로 무슨 얘기가 더 나오겠냐는 회의론이 회사 내부에서부터 나왔다. 하다가도 몇 번이나 엎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이 아니라면 다시 시작하기 어려울 것 같았다. ‘섹시한 야마’를 뽑기야 어렵겠지만, 중요성에선 어느 아이템에도 뒤지지 않는다고 봤다. 무엇보다 수학수업을 실제로 보고 느낀 충격, 이대로는 힘들다는 선생님들의 호소가 가슴에서 떠나질 않았다. 수학올림픽의 슬로건대로, 늦게 시작한 우리가 꿈과 희망을 이루려면, 수학포기자는 반드시 짚고 가야 할 문제였다.

꼭지 수가 많은 만큼, 취재 과정도 순탄치는 않았다. 할 말이 많던 ‘수학포기자’들도 카메라를 세우면 달아나기 일쑤였다. 정책의 문제점을 취재해야 하는데, 담당 부서가 아예 사라져버렸다. 이리저리 핑퐁게임을 하는 통에 인터뷰해줄 사람을 찾기도 어려웠다. 새롭게 짜는 교육과정을 놓고 당국자들은 카메라 앞과 뒤에서 다른 말을 했다. 무엇보다 힘든 건 기존에 나온 비슷한 기획들과 차별화를 하는 것이었다. 현장 얘기를 최대한 반영하되 생생한 사례를 찾았고, 같은 얘기라면 다른 장치를 통해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현장을 알수록 수학교육이 직면한 현실은 답답했다. 괴롭다는 아이들이 이렇게 많은데, 어른들의 무관심이 해도 너무했다. 우선 정책 당국자들의 생각이 안타까웠다. 투자는 차치하고 드러난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도 더뎠다. 영어나 한국사에 비해 수학은 ‘핫’하지가 않았다. 수포자나 입시 문제라도 해결해야 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고위 당국자는 말했다. 국어도 아닌 외국어에 과도한 부담이 쏠리는 게 문제지, “수학은 좀 더 해도 된다”고. 학자들은 오히려 학교 현장의 인내를 요구했다. “수학은 원래부터 괴로운 학문”이라면서.

 현장에서 가슴에 와 닿았던 장면이 있다. 아이들이 수학포기자가 되는 원인을 찾기 위해 초중고등학교의 교실 문을 번갈아 두드렸었다. 고등학생은 걷잡을 수 없는 상태였고, 중학교 교실도 균열이 심각했다. 정말 수학은 원래부터 괴로운 학문인걸까. 아이들을 몇 명이라도 더 안고 갈 방법은 없는 걸까. 수포자를 이렇게 포기해야 하는 걸까. 하지만 초등학교로 가자 분위기가 달랐다. 수학을 좋아하냐고 묻는 질문에 한 반 학생 25명이 모두 손을 들었다. 앞 다퉈 이유를 말하고 싶어 했다. 분명 희망이 있었다. 이걸 살리는 게 어른들의 몫이었다.

 섹시한 야마가 아니었는데도, 꽤 반향이 컸다. 제주지검장의 음란행위가 사실로 확인되고, 서울 한 복판에서 난데없이 싱크홀이 터진 날, 그 많은 사건사고를 제치고 수학교육의 문제점을 짚은 기사가 인터넷 포털 사회 톱기사로 올랐다. 수많은 시민들의 ‘마우스 클릭’이 시청률과 소재의 한계를 극복하게 해 줬다. 기관과 단체에서도 이런저런 반응이 나왔다. 마법 같은 결과였다. 밋밋한 수학이 섹시한 사건사고보다 더 큰 관심을 모았다. 수학교육에 대해 듣고 싶고, 말하고 싶은 수요가 이렇게까지 클 줄은 몰랐다.

 내 생각이 틀렸다. 희망과 관심은 없었던 게 아니라, 무시됐던 것일 지도 모른다. 그걸 한명이라도 더, 또 오래 기억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출품을 결정했다. 아직은 갈 길이 멀다. 변화에 대한 열망을 담아, 교육부가 수학교육발전 5개년 계획을 준비하고 있지만, 여전히 현안에선 밀려있다. 수학올림픽 이후 수학계가 공들이는 대중화 사업도 마찬가지다. 교실에서 곪아가는 호소가 당장 관심을 모을 수 있는 현안이 아니라고 해서 외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약한 소재와 파급력에도 불구하고, 큰 상을 주신 데 감사드린다. 사건사고가 쏟아지는 세상에서 너희는 너희의 역할을 꾸준히 하라고 인정해주시는, 방송기자 선배님들의 격려로 알고 소중하게 받겠다. 어쩌면 수학포기자의 문제를 푸는 열쇠도 밋밋하지만 꾸준한 노력, 본질을 찾아가는 진통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