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1회 지역보도부문 뉴스상_유병언 변사체 전남 순천서 발견_YTN 김범환 기자

세월호 침몰 사고를 특종 보도하고 출장 40일째이던 5월 25일, 목포 합동수사본부에서 급히 짐을 싸 순천으로 갔다. 비가 억수같이 내렸지만, 밤새 송치 일대를 뒤져 도피 조력자의 음식점과 구원파 연수원을 찾아내는 데 성공했다. 그렇게 언론사 최초로 도피 관련 시설을 보도한 뒤 생중계를 이어갔다. 날마다 순천 현장에 가지는 못했지만, 일주일에 한두 번은 경찰 수사상황을 체크했다. 그러던 중 신원이 나오지 않는 이상한 변사체가 있다는 말을 들었다, 7월 초였다. 하지만 그 변사체는 경찰이나 기자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전형적인 행려병자 풍이었기 때문이다. 유병언 검거에 관심을 갖고 현지 경찰을 상대로 취재를 계속했다. 변사체의 신원이 나왔느냐고 가끔 물어봤지만 경찰은 여전히 별 의미를 두지 않는 듯 했다.

 

그러던 7월 21일, 운명의 날이었다. 검찰은 유병언 검거를 위한 두 달짜리 구속영장을 추가로 발부받았다. 대검찰청은 유병언을 검거하지 못해 송구하다면서도 검거는 시간문제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세월호 사고 100일을 앞두고 기획 아이템 때문에 취재원 여러 명과 통화했다. 유병언 추적 검거에 나선 취재원들도 있었다. 그런데 수사 라인에 있는 취재원들은 평소와 달리 유독 말을 아끼는 분위기였다. 이상했다. 변사체의 신원도 물었지만, 뭔가 숨기는 듯했다. 그래서 감식반, 정보관 등 아는 취재원은 다 동원해 취재했지만 결정적인 말은 듣지 못했다.

 

한밤중, 이미 통화한 취재원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김 기자, 아무래도 순천 가 봐야겠어.” 유병언 수사와는 한참 떨어져 있는 취재원이었다. 그 순간 직감했다. 순천이니까 유병언 관련임은 분명했다. 곧바로 현지 경찰과통화했는데 경찰청에 알아보라며 확인을 해 주지 않았다. 경찰청 관계자에게 전화했더니 공식 발표가 있을 거라며 기다려 달라고 했다. 뭐가 분명히 있는 것이었다. 다시 현지 경찰관에게 다 안다며 유병언이 언제, 어디서 검거됐냐고 물었다. 돌아온 대답이 귀를 의심할 정도였다, 잡힌 게 아니라 시신이 나왔다는 것이었다. 신원이 안 나온다던 바로 그 시신이었다.

 

국과수에서 DNA 일치 통보가 왔다는 것을 거듭 확인하고 곧바로 야간 당직자에게 전화해 속보를 내도록 했다. 그때가 7월 22일 0시 18분이었다. 추가로 취재한 내용을 당직자들에게 알려주고 곧바로 시신이 안치된 순천장례식장으로 달려갔다. 검찰이 놓친 뒤 18일 만에 발견된 시신이 유병언 것으로 추정된다는 속보를 장례식장에서 생방송으로 전했다. 시신이 새벽 4시쯤 국과수로 떠난 뒤에는 시신을 발견한 주민을 만나 인터뷰를 생방송으로 연결했다. 이어 그 주민을 발견 장소인 매실 밭으로 데려가 발견 당시 상황을 생생하게 보도했다. 현장에 남아 있던 머리카락은 영상 속 유병언의 것과 정말로 비슷했다. 오전 8시 45분쯤에는 오른쪽 손가락에서 유병언 지문이 나왔다는 것을 확인해, 유병언이 맞는다는 사실을 추가로 단독 보도했다. 경찰은 9시에 브리핑을 열어 YTN 보도를 공식 확인했고, 사흘 뒤인 7월 25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과학적으로 100% 유병언 시신이라고 발표했다.

 

이번 보도는 세월호 침몰 사고 1보 이후 꾸준하게 취재를 이어갔기에 가능했다. 대한민국을 뒤흔든 세월호 침몰 참사의 처음과 끝을 책임진다는 각오로 취재에 임했다. “천하의 탈주범 신창원도 순천에서 잡힌 만큼 순천이 유병언의 무덤이 될 거다.”라는 말을 취재원들에게 해 가며 늘 유병언에 관심이 있다는 것을 각인시켰다. 20년 동안 쌓아 온 인적 네트워크가 힘을 발휘했다.

 

하지만 스스로도 믿기지 않은 기사였다. 유병언의 마지막 행적으로 볼 때 부패가 너무 심했기 때문이다. 세월호 사고 이후 언론의 오보가 큰 문제를 일으켰기 때문에 확인에 확인을 거듭했다. DNA가 일치한다는 말을 들었지만 ‘유병언 추정 변사체’로 완곡하게 1보를 처리했다. 1보 뒤 곧바로 다른 취재원이 전화해 보도가 맞는다고 확인해 줬다. 그럼에도 긴장의 연속이었다. 구원파는 유병언의 시신이 아니라고 했고 SNS에서는 괴담이 나돌았기 때문이다. 순천 장례식장에 몰려든 기자들도 내 기사를 우려하는 듯한 말을 서슴지 않았다. 만약 오보였다면 개인적으로나 YTN 입장에서도 하늘이 노랗게 될 일이었다. 하지만 경찰이 오전 9시 YTN 보도를 공식적으로 확인하면서 피 말리는 듯 했던 8시간 40분의 전쟁이 막을 내렸다.

 

수습 받을 때 귀가 아프게 들었던 기본! 변사체에 희대의 특종이 숨어 있었다. 맹골수도에 있을 나머지 실종자들이 하루 빨리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길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