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1회 지역보도부문 기획다큐상_농촌 산모의 원정 출산_JTV 전주방송 이승환 기자

저출산 현상이 심해지면서 농촌에서 산부인과가 자취를 감춘 지 오래다. 농촌 산모들은 출산 때는 물론 임신기간 내내 무거운 몸을 이끌고 멀리 도시 병원을 오가는 위험과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정부도 2011년부터 산부인과가 없는 시·군 중 일부를 ‘분만의료 취약지’로 정하고 외래 산부인과나 분만 산부인과를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을 펴고 있다.

 

하지만 6개 군이 분만의료 취약지로 분류된 전라북도는 3년간 단 한 곳도 지원받지 못했고, 올해 들어서야 진안군 한 군데가 정기검진만 받을 수 있는 외래 산부인과 대상지로 선정돼 개원을 준비하고 있다. 산모들이 출산까지 하려면 분만 산부인과가 필요하지만 6개 군 가운데 5곳은 기준에 미달해 신청도 할 수 없고, 유일하게 자격이 있는 군은 사업을 포기했다. 유명무실한 정책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생겼다. 1월에 셋째를 얻어 다둥이 아빠가 된 것도 농촌 산모의 출산 문제에 더욱 관심을 갖게 된 배경이 됐다.

 

전라북도의 산간벽지 가운데 하나인 진안군 보건소를 통해 임산부를 수소문한 결과, 둘째를 임신한 허소라 씨 부부를 만날 수 있었다. 허 씨 부부는 첫째 임신 때 갑자기 진통이 와서 한밤중에 산길을 달려 전주에서 출산을 했던 아찔한 경험담을 들려주었다. 둘째를 임신한 지금도 직행버스를 타고 전주로 병원을 다니는 불편을 감수하고 있다. 고창에 사는 박여선 씨는 첫째는 정읍시, 둘째는 광주광역시까지 가서 출산했다. 하지만 병원이 멀어 가족이 쉽게 오가지 못하자 애초 계획했던 산후 조리도 하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와야 했다.

 

취재 결과 정부의 분만의료 취약지 지원사업은 농촌 현실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었다.

 

첫째, 분만 산부인과를 신청하려면 한해 250명 이상의 신생아가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전북의 분만의료 취약지 6곳 가운데 고창군 한 곳만 기준을 넘겼고, 나머지 5곳은 2백 명 안팎에 불과해 기준에 미달했다. 이들 지역은 인구가 고창의 절반도 안 돼 앞으로도 신청자격을 갖추기는 어려워 보인다. 전국적으로도 분만의료 취약지 46곳 가운데 36곳이 이런 상황이어서 분만 산부인과를 신청할 수 있는 곳은 10곳에 불과했다.

 

둘째, 생활여건이 열악한 농촌 근무를 의료진이 기피하다 보니 신청자격이 있는 지역도 사업을 포기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고창군에서는 지역 내 종합병원이 분만 산부인과를 신청하기 위해 6개월 동안이나 산부인과 전문의를 공모했지만 결국 의사를 확보하지 못해 사업을 포기해야만 했다.

 

셋째, 지원 예산이 현실에 비해 상당히 적다는 점이다. 정부는 분만 산부인과를 설치하려면 산부인과 전문의 2명, 마취과 전문의 1명, 소아과 전문의 1명, 그리고 전담 간호사 8명과 임상병리사, 조리사를 두도록 했다. 여기에 인건비로 지원되는 연간 운영비는 5억 원이다. 의료계에서는 의료진의 규모에 비해 운영비가 너무 적고, 또 산부인과 전문의도 2명뿐이면
1년 365일 내내 12시간 맞교대를 해야 해 최소한 3명으로 늘려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시사기획 판’에서는 정부가 인구가 적은 농촌 지역의 각종 기반시설을 광역화, 거점화하는데 착안해, 기준에 미달한 지역들도 인접한 2, 3개 군이 함께 사업을 신청할 수 있도록 허용하면 예산의 효율성도 높이면서 사업의 취지도 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또 농촌의 의료진 확보난이 해소되지 않고는 사업이 사실상 무의미한 만큼 정부가 도시의 대형 병원과 연계해 농촌 병원에 의료진을 파견할 경우 인센티브를 주거나 농촌의 분만수가를 높여 산부인과 의사들의 농촌 근무를 유도하는 등 의료진 확보대책이 보완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저출산 문제가 갈수록 심화되면서 일부 기초자치단체는 셋째를 낳으면 300만 원, 다섯째를 낳으면 천만 원까지 지원하기도 한다. 하지만 전국 230여 개 시·군·구 가운데 분만의료 취약지가 46군데나 된다는 점은 이해하기 어렵다. 정부도 사업 시행 4년 차를 맞아 정책의 문제점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한다. 현장의 목소리가 반영된, 실효성 있는 방안들이 보완돼 농촌 산모들도 행복한 임신과 출산의 기쁨을 누릴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항상 무거운 가르침을 주시는 강혁구 국장, 2년 여간 후배의 투덜거림을 받아준 김양호 선배, 묵묵히 도움을 주는 전진 군에게 감사를 전한다. ‘시사기획 판’을 맡은 이후 전쟁 같은 세 아이의 양육과 집안일을 온전히 떠맡아준 아내 안민정이 있어 수상의 영광이 가능했다. 사랑하는 딸 하진, 하민, 올해 태어난 아들 하빈에게도 큰 선물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