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0회 지역보도부문 기획다큐상_동해안 어촌계 비리 시리즈_G1 조기현 기자

지난 2월, 보도국 인사로 동해안 지역을 맡고 있는 영동본부의 기자들이 새롭게 바뀌게 되면서 우리가 목표로 삼았던 건 동해안에서만 벌어질 수 있는 비리를 포착해보자는 것이었다. 그리고 각자 나름대로 바닷가 마을에서만 벌어지는 비리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때마침 회사로 익명의 쪽지 제보가 왔다. 정부에서 지원해준 공동양식장 수익을 어촌계장이 혼자 가져간다는 내용이었다. 그 사실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어촌계 수익 배분이나 어촌계 가입에 상당한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그렇다면 다른 어촌계도 그렇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우리는 무작정 도내 전 어촌계를 대상으로 취재를 하기 시작했다. 예상은 적중했다. 강원도 동해안 전체 어촌계를 대상으로 취재를 한 결과, 어장을 놀리거나, 어촌계원을 제대로 갖추지 않고도 어장을 지원받아 사용하는 등 어장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어촌계가 17곳에 달했다. 또, 실제로 어업에 종사하지도 않으면서 어촌계에 이름을 올려놓고 부당하게 수익을 가로채거나 어촌계에 가입하려는 어민들에게 수천만원의 돈을 요구하는 등 불.탈법 행위를 저지르는 어촌계도 8곳이나 됐다. 강원도내 전체 어촌계 가운데 30%에 가까운 어촌계가 이른바 ‘문제 있는 어촌계’였던 것이다.

하지만 취재를 한 내용을 보도하기까지 순탄한 것만은 아니었다. 사실 동해안 지역에서는 어떻게 보면 어촌계는 가장 큰 취재원 가운데 하나이다. 해양 사고가 발생하거나 바다 환경이 파괴되는 등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대부분 어민들의 입을 통해서 듣게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이번 보도를 통해 혹시 어촌계원들과 등을 돌리게 되는 건 아닐까하는 부담이 컸던 게 사실이다. 특히 1차 보도를 마치고, 2달 동안 추가 취재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회유를 하거나 협박을 하는 어민들도 적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자치단체나 수협 등 감독기관에서도 우리가 알아서 해결할 수 있게 시간을 달라고 말을 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하지만 그냥 덮어버릴 수도 없는 일이었다. 하루하루 조업을 하며 겨우 생계를 유지해 나가는 대다수의 어민들의 피해가 가중될 게 뻔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역시 관례였다. 사실 취재를 하다 보니, 어촌계의 불.탈법 행위를 단속할 수 있는 법률적 근거는 상당히 많이 있다. 또한, 어촌계 자체에서도 정관을 만들어서 규율로 삼고 있다. 그런데도 이런 문제들이 계속해서 벌어질 수밖에 없었던 건 바로 ‘관례’라는 것 때문이다. ‘지금까지 그렇게 해왔으니까.’, ‘다 아는 사람들끼리 뭐.’ 이런 의식들이 어촌사회 바닥에 깔려 있다 보니 어느 누구도 선뜻 나서서 비리를 뿌리 뽑을 생각을 하지 못했던 것이다. 심지어 이번 문제를 제기했을 당시, 어촌계는 물론이고, 자치단체와 수협 등 관계 기관에서도 ‘도대체 그걸 왜 문제 삼으려고 하느냐’고 반문할 정도였다. 실질적으로 비리를 눈감아주는 조건으로 금품이 오가지 않고도, 이렇게 비리가 만연해 있을 수밖에 없는 이면에는 향응이나 뇌물보다 무서운 관례와 관행이 자리 잡고 있었던 것이다. 이번 취재에서 그 어떤 것보다 힘들었던 것이 바로 관행과 관례를 깨는 것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취재가 더 보람 있고 의미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토록 단속과 처벌에 소극적이었던 관계 기관들이 우리의 보도를 계기로 조금씩 바뀌기 시작한 것이다. 강원도 어업을 관리하고 있는 강원도 환동해본부는 매년 두차례씩 강원도내 어촌계에 대한 실태 조사를 벌이기로 했고, 이미 상반기에 처음으로 전수 조사를 벌이기도 했다. 또한, 그동안 약식기소 해왔던 사건들에 대해서 검찰이 정식 재판에 회부를 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어촌계 내부에서 스스로 반성을 하는 모습이 생겼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지금까지 잘못한 점은 바로잡고, 앞으로는 달라지자고 스스로 다짐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번 보도가 어촌사회를 조금이나마 바른 방향으로 바꾸는 계기가 됐다는 점에 감사한다. 이번 보도를 계기로 강원도 뿐만 아니라, 전국에 있는 어촌계에서 비리가 확실히 뿌리 뽑혔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