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회 기획보도부문_북에서 날아온 소송장_SBS 최호원 기자

제7회 이달의 방송기자상 기획보도부문 수상작 취재후기>>

통일 앞둔 남북한 간의 재산권 분쟁, 그 해법 찾기

사용자 삽입 이미지SBS 보도제작 2부 장 세 만 기자

북한의 로켓 발사 공언과 개성공단 상주직원 억류 등으로 남북관계가 극한 대립으로
치닫던 지난 3월초, 작지만 의미있는 사건이 눈에 들어왔다.
지난 1950년 6.25전쟁 당시 남한으로 내려왔던 북한 의사 고(故) 윤모씨의
상속 재산을 놓고, 남북한 자손들이 남한 법원에서 재산 분쟁을 벌인 것이다.
취재결과 소송당사자였던 북한 주민들은 북한 지역에서 남한 변호사에게
소송위임장을 작성했고, 이후 제3자를 통해 남한 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상황이었다.
숨진 남한 아버지 윤씨의 유산은 부동산과 금융자산 등 모두 100억 원대로 북한 주민들은 이 가운데 20-30억 원을 요구하고 있었다.

사건을 접한 취재진에게 가장 큰 고민은 북한이라는 무거운 주제는 어떻게 시청자들에게
‘우리들 이야기’로 인식시킬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 남북 간의 재산권 분쟁은 분단된
우리 민족에게 매우 중요한 문제이긴 하지만, 아직 일반 시청자들에게는 솔직히 먹고 사는 현안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건의 궁금증을 풀어보기 시작해 점차 법률적인 핵심 문제 등을
다뤄보는 방식으로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북한 주민들이 어떤 과정을 통해 남한 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었을까? 소송이 제기된 법원 주변을
취재하던 중 북한 주민들이 자신들의 소송 위임모습을 동영상을 제작해 증거물로 제출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됐다. 동영상을 어렵게 확보해 분석에 들어갔다. 그런데 뜻밖에 동영상에는 소송당사자인
북한 주민들뿐 아니라 북한 당국자의 모습도 담겨있었다. 북한 주민들의 소송에 북한 당국자가 개입돼
있는 사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판단은 쉽지 않았다. 특히 이 사건이 소송 과정에 있음을 고려할 때 더욱 그랬다.
남북 가족들의 변호사들을 모두 만났다. 인터뷰의 횟수와 길이에도 신중을 기했고, 그 내용에 있어서도
북한 당국자를 둘러싼 논란 등 여러 가지 논점에 대해 양측의 입장을 공평하고 담기 위해 노력했다.

취재 후반부에는 법률적인 이슈를 정면으로 다루기로 했다. 변호사와 판사, 검사, 법학자들을
두루 만났다.북한 주민들이 남한 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법적 권리가 있는가?
북한 주민들이 승소할 경우 재산권은 어떤 식으로 행사할 수 있나? 재산권에 따른 납세의 의무 등
남한 정부와의 관계는 어떻게 될 것인가? 반대로 북한 땅 문서를 가진 남한 주민들은 북한 내 재산권을
주장할 수 있나? 이슈는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취재를 하면 할수록 남북한 간 재산권 분쟁이 우리 민족의 현안으로 다가왔다.
북한에 고향을 둔 실향민들의 유산 문제가 당장 그랬고, 남한에서 성공한 탈북자들,
그리고 북한과 사업을 하는 남한 기업인들도 그랬다. 남북통일에 앞서 원만한 해법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엄청난 대가와 부작용이 우려됐다.

독일과 대만에 대한 취재가 뒤따랐다. 법무부 측은 인터뷰 과정에서 독일보다는 대만의 사례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흡수통일 이후 수많은 소송이 일어났던 독일의 경우는 우리에게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대만은 1990년대 초 양안 인민관계조례라는 법률을 만들어 일찌감치 양안 간 재산권 분쟁에
대한 해법을 마련해놓았다. 기본 정신은 중국 본토 주민들의 대만 내 상속권 등에 대해서는
적절한 제한을 가하고, 본토로 지나치게 많은 돈이 유출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었다.

분단으로 인한 우리 민족의 고통은 여전히 현재형이다. 남북한 간의 재산권 분쟁도 그 가운데 하나이다.
하지만 재산권 분쟁은 한 쪽의 이익이 다른 한 쪽의 손해로 이어지는 만큼 해법을 찾기가 더욱 어렵다.
또 이로 인한 남북 주민들 간의 갈등은 또 다른 사회적 분단을 불러올 수 있다.
취재진의 문제의식을 깊이 이해하시고 취재에 도움을 주신 많은 분들께 모두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