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0회 기획다큐부문_ 해외부동산 추척보고서_ KBS 성재호,노윤정,김시원 기자

기억하실 겁니다. 국제탐사보도 언론인협회(ICIJ)는 지난해 조세회피처에 세워진 페이퍼컴퍼니 현황을 보도했습니다. 국내에서도 뉴스타파가 ICIJ와 단독 제휴해 국내 저명인사들의 페이퍼컴퍼니 소유 사실을 보도해 큰 파장을 일으켰죠. 하지만 누가 무슨 회사를 설립했다는 사실만 공개됐을 뿐 풀리지 않는 의문점이 많았습니다. ‘그들은 조세회피처에 회사를 세워서 도대체 뭘 했을까’입니다. 이번 취재를 진행하게 된 계기입니다.

주식이나 예금, 채권과 같은 금융거래. 더구나 해외에서 이뤄진 것이라면 기자들이 접근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주목한 건 ‘해외부동산’입니다. 한국에서 부동산 등기부등본을 떼어 보는 것처럼, 해외에서도 부동산 거래 기록은 일종의 공공정보로 일반인들에게 폭넓게 공개됩니다. 특히 미국의 경우 당사자의 서명이 담긴 계약서를 공개하고 인터넷 사이트에 대상자의 이름을 넣으면 부동산 거래 내역을 검색해 볼 수 있습니다. 공식적인 방법으로 ‘남아 있는 흔적’을 찾아보기로 한 겁니다. 

대상자 선정 작업부터 시작했습니다. 재벌 총수 일가와 300대 부호들, 벌금 미납자 등 1800명으로 취재 대상자를 압축했습니다. 조사 장소는 여러 한계 때문에 미국 내 5개주 30개 카운티로 한정했습니다. 수개월 동안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한 끝에 이들이 거래했던 수백 건의 부동산 내역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 중 272건의 부동산 거래는 법적으로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판단해 당사자들에게 취득 경위와 목적, 절차 등을 물었습니다.

예상은 했지만 확인 절차는 쉽지 않았습니다. “왜 사적인 일에 방송국이 관여하느냐”는 말부터 “합법이지만, 증빙서류는 못 보여준다”는 답변을 많이 받았습니다. 해명이나 답변을 받는데 수개월 씩 걸렸지만, 막상 받고 보면 “확인해 줄 수 없다”는 답변이어서 맥 빠질 때도 많았습니다. 기업 홍보실 관계자들은 해명에 진땀을 뺐지만, 정작 당사자가 직접 나서서 입장을 밝힌 경우는 거의 없었습니다. 방송 화면에서 취재팀과 재벌 일가가 쫓고 쫓기는 장면을 연출한 배경입니다.

우리가 찾아낸 거래들의 상당수는 공소시효가 지났습니다. 설령 법적인 문제가 있더라도 처벌할 수 없다는 의미이지요. 취재 대상자들이 관계 법령에 위배되지 않도록 ‘형식적’ 틀을 갖춰 놓은 경우, ‘실체적’ 의심이 들더라도 한 발 뒤로 물러설 수밖에 없었습니다. 버티기로 일관한 취재 대상자들에게는 방송이 나갈 때까지 결국 입장을 듣지 못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런 여러 가지 한계들에도 불구하고 이번 상을 주신 건 새로운 소재를 머릿속 생각에 그치지 않고 실증하려 했던 취재팀의 노력을높이 평가해 주신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데이터 수집에 큰 역할을 해 준 김지혜, 정운기, 서지윤, 김대석 리서처께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외국환 거래규정 등 복잡한 내용들을 자문해 주신 안성열, 류연택 회계사님과 김용일 관세사님께 감사합니다. 좋은 보도를 하기 위해 더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