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회_뉴스부문_신영철 대법관 이메일 보도_KBS 정윤섭 기자

 제7회 이달의 방송기자상 뉴스부문 수상작 취재후기>>

특종에 대한 기쁨보다 컸던 내용에 대한 절망감

사용자 삽입 이미지KBS 법조팀 정 윤 섭 기자

지난 3월 4일 밤 11시 쯤, 하루종일 쳐다보던 휴대전화가 울렸습니다.
“잠깐 보자, 줄 게 있다” 이 한마디를 듣고 부리나케 뛰어나갔습니다. 사전 설명도 없이,
물론 연락도 없이 생면부지의 취재원을 만나 설득하고, 읍소하고, 저녁 사줄테니
다시 돌아가라는 면박에도 절대 돌아갈 수 없다고 버텼던 최소한의 결과물이 나올 수 있다는 기대와 함께 달려갔습니다.

취재원은 한 손에 둘둘 말은 A4 용지 넉 장을 건네준 뒤 차를 타고 떠났습니다.

가로등 불빛에 본 출력물의 내용은 충격적이었습니다. 송신자는 신영철 당시 서울중앙지법원장,
특정 사건과 관련해 대법원과 헌법재판소까지 언급하며 현행법대로 처리했으면 좋겠다,
재판 개입이 명백히 드러나는 순간이었습니다. 국민이 마지막 순간에 기댈 수밖에 없는
사법부에서, 직위를 이용해 후배 판사들에게, 그것도 정치적인 사건에 대해 개입했다는 내용을
눈으로 확인한 순간, 특종에 대한 기쁨보다 내용에 대한 절망감에 한동안 멍하니
서 있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즉시 KBS 법조팀 1진 이주형 기자와 논의한 끝에, 사안의 파문을 고려해볼 때 신속한 보도가
우선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비상 대기중이던 전 법조팀 기자들이 동원돼 ‘KBS뉴스광장’
리포트 제작과 후속 취재에 나섰습니다.

결국 ‘신영철 대법관의 이메일 재판 개입’은 하루의 시작인 ‘KBS뉴스광장’으로 처음
전파를 탔고, 보도 당일 하루가 엄청나게 길게 느껴졌을 만큼 파문은 일파만파
그 자체였습니다. 모든 언론사가 인용 보도를 쏟아냈고, 대법원은 진상조사단을 꾸렸으며,
이용훈 대법원장과 신영철 대법관의 입장 표명이 이어졌습니다.
KBS법조팀 전원이 동원된 후속취재 결과 당일 9시 뉴스에는 ‘신영철 대법관 헌법재판소장 접촉’과
‘대법원장 사실상 조사’ 후속 단독 보도를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신 대법관의 재판 개입 의혹’ 하나의 단서만 갖고 법조팀 기자들이 모두 뛰어들어 수많은
관계자들을 만나 정보를 취합하고, 함께 머리를 싸매고 그야말로 전력 투구한 결과물이었습니다.

결국 대법원 진상조사단은 신 대법관의 재판 개입을 인정했고, 지난 20일과 21일엔
6년만에 처음으로 전국법관회의가 열렸습니다.

신 대법관은 아직도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사법부가 국민들로부터 신뢰받을 수
있는 단 하나의 이유는 재판의 독립 때문입니다. 신 대법관은 헌법과 법관윤리강령,
그리고 최소한의 상식에 모두 어긋나는 행동을 했고, 이에 응당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최근 어수선한 나라 상황만큼 동료 방송기자들의 특종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이 상을 주셔서
큰 영광으로 생각하며, 특히 이번 취재 과정에서 쉽지 않은 도움을 주신 주신
여러 취재원분들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